초등학교 시절 장래 희망란에 선생님이라는 세 글자를 6년 내내 쓰고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 하고 나서도 교사라는 희망 직업은 변하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글쎄 초등학교 시절에는 소꿉놀이를 하며 친구들과 동생에게 내가 배운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마냥 즐겁고 재밌어서 선생님이 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중, 고등학생이 되어서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면서부터 나도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희망을 주고 용기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해지면서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고 본격적으로 교육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공부를 했다. 고3때 슬럼프에 빠지곤 하면 먼 훗날 내가 어떤 반의 담임선생님이 되어서 우리반 아이들 30명들을 내 품안에 끌어안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모습들을 상상하며 슬럼프를 극복하곤 하였다. 그렇게 해서 들어온 교육대학교... 그러나 그런 나의 생각들은 대학생활을 하며 새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었다. 2학년이 되어서 그 동안 너무 잊고 살았던 교사에 대한, 교육에 대한 나의 계획, 의지, 준비를 하기 위해 '멘토링'이라는 것을 한번 해보기로 하였다. 초등학생을 하고 싶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중학생을 하게 되었다. 초등학생이건 중학생이건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초등학생의 생각과 생활을 경험해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기는 하였다. 어쨌든 멘토링을 통해 처음으로 학생들의 마음을 읽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말로만, 머리로만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지!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야지! 아이들의 고민도 함께 고민해주고 조언 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고 멘토링을 하면서 몸소 깨닫게 되었다. 처음 한 달 간은 아이들과 거의 이야기도 하지 않고 수업만 했던 기억이 난다. 멘토링을 과외의 개념과 혼동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 방과 후 시간에 부진아 아이들을 보충해주는 멘토링이라기에 별 생각 없이 아이들 성적 올리기에만 열을 올리고 급급했던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한 달이 지났을 즈음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허무함을 느꼈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아이들에게 죄를 짓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그 다음 날 수업보다는 아이들과 먼저 친해지기로 마음먹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서먹해하고 어색해 하던 아이들이 한달 쯤 지나기 시작하니 먼저 자기 얘기들을 하기 시작했고 저녁에 울면서 전화가 오기도 시작했다. 어떻게 위로해줘야 하며 무슨 조언을 해 주어야 할지 모르겠어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했었다. 1년간의 멘토링을 마치며 아이들에게 미안했다고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해준 것이 너무 없어서 미안하고 고마웠다는 말을 하자 한 아이가 장문의 편지를 써서 주었다. 대충 내용은 "선생님은 제가 가장 힘들 때 저의 얘기를 모두 묵묵히 들어주셨어요. 그것만큼 힘이 되는 일은 없을거예요. 선생님! 앞으로도 항상 이렇게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선생님이 되셨으면 좋겠어요. 사랑해요"라는 내용이였다. 가슴이 뭉클했다. 내가 과연 이런 말을 들을 만한 자격이 있는가 라는 생각과 동시에 어떤 교사가 되어야 아이들의 이야기를 더 잘 들어줄 수 있고 모두가 상처받지 않고 상처받은 아이들을 다독여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하게 되었다.
5년 뒤에 나는 이제 막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신임 교사로 정신없는 학교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으로 한 학급의 담임이 되어 나의 첫 제자들을 만나 하루하루 설레는 마음으로 학급을 어떻게 경영해야 할까 여기저기 알아보고 공부하고 있을 것이다. 처음 학급을 경영하면서 여러 가지 실수도 하며 그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며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갈 것 같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들을 전달 해 주기 위해 나 자신의 견문을 넓히고자 시간이 나는 방학 틈틈이 여행을 다닐 것이다.
10년 뒤에 나는 아마도 나름 노련한 교사가 되어가고 있는 과정 중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때가 되면 초심을 잃고 많이 나태해져 가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대학원을 다니거나, 해외연수 등 방학 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프로그램 등을 참여하여 잃어버리고 있는 초심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초,중,고 시절 어리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우리들에게 다가왔고, 지도했던 사랑과 진심이 느껴졌던 선생님들이 계셨던 반면 철저하게 우리들을 수업시간에 지도해야할 학생들로만 대했던 선생님들이 계셨다. 이건 그냥 마음으로 그대로 와 닿았던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선생님에게 다가가려고 해도 이미 선생님의 마음이 닫혀있어서 상처를 받았던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어떠한 상처도 주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의 마음을 바로 잡도록 노력할 것이다.
20년 뒤에 나는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노력과 실력으로 승진하여 교감이나 교장이 되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작은 한 학급을 경영해 왔다면 이제 한 학교를 경영하고 싶다. 지금까지 수 십년 동안 꿈꿔 왔고 생각해 왔던 나의 교육에 관한 그림을 그리고 싶다. 지금도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상이지만 아이들이 중심에 있고 그 아이들이 머나먼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존재라는 사실 그리고 그 아이들은 여리고 약한 존재이며 진심과 정성과 사랑을 받으면 올바르게 더 넓게 뻗어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자신의 꿈을, 자신의 생각을 망설임 없이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30년 뒤에 나는 교외로 돌아가 조용하게 살고 싶다. 그 곳에서 아이들이건, 어르신들이건, 또래친구들이건 상관없이 모두가 함께 배우며 생활하며 노후를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