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목표나 꿈을 가지고 공부를 해왔기보다는 막연하게 '언젠간 생길 나의 꿈'을 위해 공부를 해왔습니다. 교직에 대해서도 싫다, 좋다가 아니라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정도로. 대학교에 들어오기까지 자기소개의 장래희망란에 수차례 적어냈던 것이 제가 실로 원했던 것이었는지도 불분명합니다. 사실 공부에 별 관심 안보였던 내가 공부를 하려고 작정한 이유도 어떤 목표가 생기고 하고 싶은 게 생겨서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중학교에 입학할 때 보는 시험점수로 등수를 매기고 그 등수에 따라 반을 편성하고, 선생님들에게 '몇 등 짜리'로 낙인찍히는 게 싫어서 공부했을 뿐이었습니다. 그 후로 고등학생이 되어 수능을 치고 대학을 결정할 때까지도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고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유도 없이 당연했던 공부가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도대체 무슨 의미였을지 궁금해지는 게 웃기기만 합니다.
사고만 치고 다니던 동생이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갑자기 꿈을 정하고 어디 대학에 꼭 진학하겠다는 결심을 하더니 묵묵히 공부를 하고 있는 동생의 모습이 그저 신기했습니다. 처음엔 어림도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는데, 지금 와서는 이런 동생이 부럽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대학교에 들어와 작년 2학년 때까지도 나는 중∙고등학교 때와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그저 주위 따라가기만. 그래서 어느 것 하나 몰입하고 열중했던 게 없었습니다. 동아리활동도 가벼웠고, 학교 외부의 일들도 다들 그랬습니다. 그러려니, 그냥 주어진 매뉴얼대로 따라 하기.
6년을 그렇게 허무하게 보냈던 걸 반성해놓고도 아직도 모자라 2년을 그렇게 보냈던 내 대학생활에 다시 한 번 반성. 많은 생각과 고민 끝에 교사라는 직업에 몰입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는 분위기에 휩쓸리는 게 아니라 제가 직접 노를 저어보려는 심산입니다.
5년 후쯤 되면 말이 5년이지, 현직에 나가있는 선배 언니오빠들과 마찬가지로 어리고, 서투르고, 아직 초보자 모습을 감추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교사'를 목표하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머릿속의 목표란을 진공상태로 두지 않을 것이므로 교사가 되어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의 마음 알아보기. 대학원을 이용해서라도 아동 심리와 상담에 대해서 배워볼 생각입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방법을 알고 그것을 들어주고 함께 새로운 그림을 그릴만한 능력을 가진 교사가 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정말이지 교생실습을 나가면서도 느꼈지만 어린 아이들이라고 생각이 짧다거나 없다거나 고민 없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란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나름 자기들이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요즘 드는 생각이나 고민들의 문제를 한 없이 껴안고 살아갑니다. 저는 아이들의 그런 마음을 눈치 채고 함께 알아주고 싶습니다. 생각보다 어렵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아이들을 잘 헤아린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부터 아이들과 친해질 계획입니다.
10년 후엔 대학원 공부도 마치고 현직에서 실습도 어느 정도 해봤으니 아이들을 눈치 채는 일이 하루를 맞이하는 것처럼 익숙하고 재미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아이들과 친해지면서 이젠 아이들이 스스로 먼저 다가오는 그런 선생님이 되어있을 것입니다. 집에서 보는 엄마 같은 이미지 말고, 형제나 자매처럼 또는 또래친구같은 이미지로 아이들이 쉽게 다가와 이야기할 수 있는 그런 교사 말입니다. 그 나이 아이들이 부끄러워서 입 밖으로 함부로 꺼내지 못하는 고민들을 들을 수 있는 능력. 권위적이지 않고 그런 편안함을 추구할 수 있는 교사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어리다는 이유 때문에라도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을 많이 맡을 것이기 때문에 예민한 시기에 적절한 이야기와 행동을 통해 터닝 포인트가 되어 아이들 인생의 새로운 문이 되어주고 싶습니다.
20년 후쯤엔 익숙해진 교사생활. 학교의 업무나 수업방식에도 도가 텄을 것입니다. 그럼 이제 내가 내 인생의 일부를 대가로 얻은 목표의 중요성을 아이들에게 알려줄 방법을 고안해야겠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이 세상의 규모에 대해 알려주고 싶습니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들이 매우 다양하고 많다는 걸. 되도록 아이들이 체험을 하면서 느끼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그래서 친구들, 할 수 있으면 학부모들까지 도움을 청해서 아이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여러 가지 것들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또 이러한 활동 뒤에는 포트폴리오 활동이 꼭 함께 따라오겠죠. 그리고 이때쯤이면 포트폴리오 1기 때의 아이들이 선생님 보고싶어요 하면서 몇 명 쯤은 찾아오지 않을까요? 그것이 동기부여가 되어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을 아이들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30년 후정도가 되면 초등학교 교사 생활이 끝나고 나서 필요한 부분을 보충해서 아동심리가가 되고 싶습니다. 많은 책도 읽고, 글도 써보고 때로는 기회가 닿는다면 연설하러 다니기도 하구요. 생각하는 것, 그 이전에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느끼고 알게 하는 것. 어린 아이들이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자기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그 마음을 끝까지 유지하며 그러한 분야에서 일가견 있다는 교사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의 내 모습이 되어있었으면 합니다. 어떤 책에서 읽은 것처럼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주고 싶다. 이런 부분들은 된다고 되는 건 아니겠지만 이런 방면으로 많은 연구를 하는 그런 심리가가 되어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