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과학교육과 이현주

미래 교육 2011. 6. 2. 21:42

 01학번으로 이미 대학을 한번 졸업한 저는 멀쩡하게 잘 다니던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던져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해준 뒤 수능을 다시 보고 09학번으로 전주교대에 입학했습니다. 모두가 “왜 그러는 건데?” 라는 질문과 함께 걱정 반, 의심 반의 눈길을 보냈지만 저는 개의치 않고 제가 계획한 길을 가기위해 노력했고 지금 교대 3학년이 되었습니다. 30평생 살면서 가장 큰 모험이었던 그 당시를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내어 일을 저질렀는지 지금 제 스스로 생각해봐도 놀랄 뿐입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 까지 저의 꿈은 늘 교사였고 생활기록부에도 항상 교사를 꿈으로 적어낼 정도로 교사가 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이 허락지 않아 그 꿈을 이루지 못했었고 늘 마음 한 구석에 버리지 못하고 남겨두었던 나의 오래된 꿈을 이루고자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제 자신의 모습을 볼 때면 스스로 대견할 뿐이었습니다.

 쉽지 않은 길을 거쳐서 교대에 입학하였고 3년 동안 교대생활을 하면서 실습, 교육봉사 등을 통해 아이들을 만날 때 면, 정말 잘 한 결정이라는 생각과 함께 미래에 교단에 서 있을 모습을 상상을 하면 벅차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이와 함께 ‘어떤 선생님이 될까?’, ‘어떤 선생님이 정말 좋은 선생님일까?’에 대해 수없이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며 학교생활을 해왔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어렸을 적에 좋았던 것, 싫었던 것을 다 잊고 자신이 어른이 된 뒤 아이들에게 자신이 싫어했던 것을 강요하곤 하는데 나만은 절대 그러지 말자고 어렸을 때부터 다짐해왔었습니다. 그래서 이 물음에 답을 구하기 위해 ‘내가 어렸을 때 원했던 선생님은 어떤 모습이었지?’, ‘어떤 선생님이 가장 기억이 남지?’ 등 저의 어릴 적 생각을 끄집어내어보았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항상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교사’입니다.

 

‘항상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교사’

 

 학창시절, 교사가 간절히 되고 싶어 하는 저에게 많은 선생님들은 왜 교사가 되고 싶어 하는지,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묻기 보다는 ‘교사는 무슨 교사냐, 차라리 서울대 농대가 낫다.’, ‘무조건 서울에 있는 대학을 써라.’ 라는 식의 조언만 하셨습니다. 이때 저는 저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선생님들이 원망스러웠습니다. 또, 교대 입학 후 1학년 때 다녀온 참관실습에서 말다툼하고 있는 여학생들을 수업 후 남겨놓고 왜 싸웠는지 묻거나 화해할 것을 말하기보다는 “싸우지 마! 앞으로 또 싸우면 크게 혼날 줄 알아!”라고 다그치며 교실을 혼란스럽게 한 것에 대해 혼만 내시는 담임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상처받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이 보여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모두 교사가 학생의 마음을 읽으려고 하기보다는 나타난 현상만 가지고 판단하고 생각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이면에 어떤 생각과 마음이 담겨있는지 깊게 생각하고 고민해서 대해야 할 텐데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대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현상의 안타까움을 알게 된 저는 예비교사인 지금부터 아이들의 말에 진심을 담아 귀 기울이는 자세를 갖자고 마음깊이 다짐하면서 앞으로 교직생활을 하면서 절대 잊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하고자 합니다.

 

- 5년 후

 저는 교대를 졸업하고 현장 경험을 1~2년 정도 쌓은 뒤 미국의 교육현장에 대해 실제로 느껴보자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남편이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 역시 미국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비교적 쉽게 잡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생활과 공부를 병행하며 그 나라의 교육환경과 제도 등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또, 나중에 2세가 태어나면 직접 교육기관을 경험하기도 하면서 어떤 점이 오늘날의 세계 강국을 만들 수 있게 하였는지,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점은 없는지 등에 대해 밀도 있게 공부하고 싶습니다.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아동심리 관련 학문에 대해서 더 공부하고 싶습니다. 교대에서 여러 수업을 들으면서 아이들의 심리란 이미 어른이 되어버린 나의 시각과 많이 다르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고 놀란 적이 많았습니다. 아이들의 심리상태, 사고구조 등을 먼저 파악해야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민하여 좀 더 효과적인 교육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쪽 방면으로의 공부를 더 하는 것은 ‘항상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교사’가 되기 위한 저의 꿈을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정인 것입니다.

 아직까지도 확고한 기반을 다지지 못한 채 수시로 변경되는 우리나라의 교육정책과 급변하는 사회 분위기속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해야 하는지 갈피잡기 어려운 교사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오랜 세월동안 세계 강국으로 군림하고 세계 최고의 대학이 다수 위치해 있는 미국의 교육환경에 대해서 공부한다는 것은 나중에 한국으로 다시 돌아와서 아이들을 지도할 때 그 무엇보다도 값진 보물이 될 것입니다.

 

- 10년 후

 미국에서 남편, 자녀들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와 자리를 잡고 있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자녀양육과 공부 두 가지를 어렵고 힘들게 마치고 온 저는 바로 현직에 복귀를 하고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 매우 정신이 없고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입니다. 이때,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가 된 자녀를 둔 저는 교사이면서 동시에 학부이기도 합니다. 결혼하기 전부터 미래 자녀의 교육에 깊은 관심을 가졌던 저희 부부는 매일매일 대화를 통해 자녀교육에 대한 의견교환을 할 것이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얻게 된 내용들은 비단 자녀 교육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나의 자녀인 학생들 지도에도 유용한 재산이 될 것입니다.

 연차가 쌓일수록 현실의 벽에 부딪혀서 학생시절과 교사 초년시절의 다짐이 희미해질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전에 기록해놓았던 일기, 다짐, 계획 등을 수시로 꺼내보면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20년 후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뒤이고 어느 정도 교직생활에 노하우가 생겨서 안정적인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시기입니다. 기계적으로 출근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퇴근하고 집에서 쉬다가 다시 출근하는 일상이 반복되기 쉬운 때입니다. 자칫하면 나태해지고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때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초임 발령받고 그 뒤로 쭉 해왔던 수업, 교재,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를 더 심도 있게 해볼 생각입니다. 처음엔 몰라서 헤맸던 것, 아이들을 키우면서 정신이 없어서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을 경력이 쌓이고 여유가 생긴 이때 더욱 집중적으로 하고 이를 다른 교사들과 공유하고 서로 의견교환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더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틀이 잡혀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항상 학생들의 생각과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교사’가 되기 위하여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대화를 하는 시간으로 채울 수 있게 노력할 것입니다. 엄격하고 권위적인 선생님이 아니라 가슴속에 비밀스럽게 간직하고 있는 소소한 이야기까지 편하게 꺼내놓을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고, 이를 위해서 아이들에게 친근한 선생님, 늘 내 편이 되어주는 든든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 많은 대화를 함께 나누면서 아이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는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 30년 후

 늦게 교대에 입학했기 때문에 30년 뒤에 저는 60대가 됩니다. 따라서 이때까지 교직에 몸을 담고 있다면 정년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일 것입니다. 퇴직을 하면서 30년의 교직생활, 그 속에서 내가 느꼈던 어려움, 보람, 혼란, 환희 등 모든 것을 담은 책을 출간하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이것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내가 거쳐 왔던 시행착오, 누군가가 알려줬으면 쉽게 풀 수 있었지만 결국 어렵게 풀었던 문제들, 여러 혼란 속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순간 필요한 조언들 등 연륜과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서 젊은 시절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30년 후에, 결코 부끄럽지 않는 교사생활을 해왔다고, 참으로 열심히 살아왔고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아왔노라고 말하며 교직을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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