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과학교육과 박시현

미래 교육 2011. 6. 3. 01:43

초등학교를 졸업한지 어느덧 8년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가장 친한 친구들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이고 사는 동네도 내가 초등학교 때 다니던 그 구역이다. 어릴 때 난 학교 가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친구들도 너무 좋았지만 특히 선생님이 너무 좋았다. 4학년 담임선생님들이 6학년까지 같이 올라가는 시스템이어서 6개 반 선생님 모두와 친하게 지냈던 기억이 난다.

난 초등학교 때 말썽을 많이 피웠다.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고 유리창도 수십 번 깨먹고 수업 땡땡이치고 문구점에서 오락도하고 선생님 몰래 집에 가서 점심도 먹어가며 선생님들의 속을 많이 썩혔다. 때문에 선생님들께 매도 맞고 벌도 서고 반성문도 쓰고 부모님도 모셔왔지만 이상하게 난 선생님들이 좋았다. 나와 친구들을 혼내고 난 후면 직접 선생님 댁에 데리고 가서 사모님이 해주시는 밥도 먹고 치킨도 불러주시고 하면서 풀어주셔서인지 혼나는게 그렇게 두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체육시간과 체육대회 혹은 수련회 같은 곳에서 선생님과 게임도 하면서 놀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는 시간 또한 너무 즐거웠다. 이런 이유에서 인지 초등학교 선생님이란 것에 대한 내 기억은 굉장히 좋다.

그러나 이제 난 학생이 아니라 선생님이 된다. 1,2학년때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3학년이 되고 난 후 중등 교사인 아버지와 가끔 교사란 직업에 대해 가끔 대화를 한다. 이야기 결과 결국 보람을 느끼는 것은 가르쳤던 제자인 것 같다. 예전에는 별 신경 안썼지만 요즘에는 집으로 찾아오는 아빠 제자를 보며 부럽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 그러기 위해선 그만큼 학생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먼저 아이들과의 거리를 좁히고 싶다. 눈높이를 낮춰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무엇을 싫어하고 원하지 않는지를 파악할 것이다. 두 번째로 아이들 모두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 빈부, 성적, 외모, 성격 등에 대한 차별과 편견 없이 대하고 싶다. 물론 교사도 사람이기에 쉽지만은 않겠지만 꼭 그렇게 하고 싶다. 교사가 먼저 그렇게 해야 우리 반 학생 모두가 섞일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 아이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며 경험을 쌓게 하고 싶다. 많은 것을 보게하고 생각하게 하고 느끼게 하면서 머릿속보다는 가슴속을 채워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초등교육과정 역시 굉장히 중요하지만 책상앞에서의 시간 못지 않게 야외활동의 시간도 되도록 많이 가질 것이다. 결국 간략하게 말하면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 선생님과 같은 선생님으로, 내가 가르칠 학생들에게 기억되고 싶다. 시간이 지나도 찾아와주는 제자가 있었으면 좋겠고 스승의 날 별 다른 것은 없어도 전화나 문자한통 받는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

 

 5년 후

임용이 한방에 된다면 5년 후에는 군 제대 후 다시 선생님의 일을 시작한다. 병장 제대로 인하여 아이들에게 무언가를 시키거나 권위적으로 변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좀 어렵다. 매일 아침 출근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아이들과 나날이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생활하고 있다. 모든 일에 엄청나게 열심히 하고 수업 지도안도 짜고 교과서와 지도서, 해설서를 매일매일 보며 초등학생에게 열강을 한다. 학부모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는 것이 조금은 어렵게 느껴진다. 자기 아들이 최고인줄 아는 개념 없는 엄마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 아직 난 학부모가 안되어 봐서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일까? 지나치다. 하지만 모든 아이를 똑같이 대하려고 노력한다.

 

10년 후

이제 조금 여유가 생긴다. 초등 교사로서 겪어야 할 대부분의 일은 겪어본 것 같다. 여유가 생기니 열강도 좀 덜 하게 된다. 애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직도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능숙하게 아이들을 지휘한다. 교육과정이 여전히 자주 바뀐다. 그 스피드에 뒤처질 정도는 아직 아니다. 변화에 잘 대처하면서 아이들을 사랑한다. 내가 가르쳤던 아이들이 교복입고 나타나 과거를 회상한다. 나도 기억이 난다. 좀 더 혼낼걸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반갑고 고맙다. 더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20년 후

40 줄에 접어든다. 이제는 선생님의 입장과 학부모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된다. 여전히 아이들은 귀엽지만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교장이나 교감에는 욕심이 전혀 없다. 교육감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하다가 접었다. 김용택 시인이 부럽다. 유유자적하고 안빈낙도한 삶을 살고 싶다. 이제 마흔인데 벌써 이러면 안되는데 뭔가 지쳐가는 느낌이다.

낙동강 시인을 해볼까? ... 하다 경상도라 너무 멀어서 또 접는다. 에잇! 그래도 난 우리나라의 대들보들을 키우는 것에 일단 만족한다

 

 30년 후

50살이다. 얼굴에는 인자함의 상징인 주름이 많이 생겼다. 잠이 없어져 학교에 일찍 등교한다. 신참 교사들을 보며 옛 생각과 더불어 30년 전 박상준 교수님이 생각해보라고 했던 비전 과 지금 비교하며 얼마나 비슷한지 생각해본다. 학교 돌아다니며 쓰레기도 줍고 아이들과 이야기도 나눈다. 머리는 염색하지 않아 백발이다.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것이 조금 더뎌지지만 학교라는 곳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손바닥 위에 있다. 여전히 교장 교감에는 욕심이 없다. 정년 퇴임이 곧 돌아온다. 그동안 한평생을 교사로서 살아온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다시 태어나도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맘먹으며 잠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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