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국어교육과 전민경

미래 교육 2011. 6. 3. 10:01

 

 지난 겨울 방학,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공항버스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긴 여행을 마치고 피곤해 쓰러지기 직전 버스에 올라 탔던 나는 바로 앞좌석에 할머니와 초등학교 4학년 정도로 보이는 여자 아이에게 눈길이 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여자 아이는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울고 있었다. 상황을 보아 하니 그 아이는 공항 버스 티켓을 끊지 않고 타려는 할머니에게 티켓을 끊어야 한다고 말씀 드렸는데 그 말을 했다고 할머니에게 혼난 것이다. 버스가 이동하는 내내 잘못한 것도 없는 아이는 계속 할머니에게 맞아야 했고 때리지 말라고 하는 아이를 향해 할머니는 언제 때렸냐며 호통을 쳤다. 가는 내내 분함을 참지 못한 아이는 울기만 했다. 그 모습을 보고 가슴 한편에 안타까움과 먹먹함이 찾아왔다. 문득 내가 만약 저 아이의 담임선생님이라면 아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분노로 가득 찬 마음과 상처받은 마음들을 어떻게 사랑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를 보고 있노라니 안 좋은 마음들이 가득 차 피곤한 상태에서도 눈을 붙일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어린 아이들을 너무 좋아하여 항상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직업을 원하였고 조금은 긴 길을 돌아서 교대에 입학하였다. 내가 꿈꿔왔던 교사는 영화 '내 마음의 풍금'에서 처럼 평화롭고 조용한 작은 시골 마을의 교실 안에서 선생님의 풍금소리에 맞춰 순수하고 맑은 얼굴로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교사이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미화된 모습일 수도 있지만 나는 언제나 그렇게 아이들과 함께 하며 사랑으로 감싸 안고 싶다.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일수록 더욱 크나큰 사랑을 주고 아이의 상처를 보듬어 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다.

 학습 부진아 멘토링을 할 때 만난 5학년 동건이 역시 처음 만났을 때는 약간은 폭력적이고 거친 말도 서슴지 않는 아이였지만 일주일 정도가 지나자 선생님에게 준다고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옥수수를 삶아와 수줍게 건네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하였고 다시 한번 내가 그런 아이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주어야 겠다고 다짐했다.

 

 5년 후, 나는 신입 교사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열정만큼은 최고조인 시기가 아닐까 싶다. 열심히 잘 가르치는 것 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성격 하나하나를 파악하고 무엇이 아이를 힘들게 하는지, 행복해 하는지 알고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항상 잃지 않는 교사이고 싶다. 그리고 방학 때마다 여행을 다니며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 여행지에서 보고 느낀 것을 아이들에게 생생히 전달해 준다면 그만큼의 좋은 공부도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10년 후, 나는 좀 더 능숙한 교사로 아이들을 잘 다루게 될 것이다. 그 때는 무엇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기 때문에 교사의 마음으로, 또 부모의 마음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잘 이해하게 될 것이고 동료교사들과 협력하여 더 나은 수업을 위해 연구하는 교사가 될 것이다. 그 때에는 좀 더 전문적이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을 해보고 싶다. 교육에 관련된 심리학 쪽이나 아동복지 쪽으로 견문을 넓히고 싶은 생각이다.

  

  20년 후, 익숙해지고 오래된 교사생활로 타성에 젖을 수도 있겠지만 20년동안 터득한 노하우를 통하여 아이들의 생각을 좀 더 잘 이해하고 아이의 마음을 잘 헤아릴 수 있는 교사가 될 것이다. 그 때되면 아이들의 생각과는 조금 더 거리가 있을 것이므로 아이들과의 소통에 중점을 두고 싶다. 지금 생각으로는 승진을 해서 교감이나 교장 선생님이 되는 것에 큰 뜻을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평교사로 아이들과 지내면서 수업연구에 더욱 몰두하여 더욱 전문성을 띈 교사가 될 것이다.

 

 30년 후 나는 교직을 떠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직을 떠나 해보고 싶은 한 가지는 해외 교육 봉사이다. 우리나라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며 가르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여러 아이들을 만나보고 그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교육봉사를 통해 좀 더 넓은 경험을 해 보고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나보고 싶다.

  사실 교육자로서 참교사가 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만큼의 노력과 경험이 필요할 것이다. 교육자로서 나의 모토는 '아이들의 울타리 같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교생 실습을 나가서 보았던 아이들의 초롱초롱하고 맑은 눈빛을 보면서 내가 가르치게 될 아이들의 그 맑은 눈빛을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지금 이 마음을 잃지 않고 정진해야 할 것이다. 단순한 지식 전달 뿐만 아니라 사랑을 전달하는 참교사가 되기 위해서 앞으로 남은 기간 노력할 것이고 아이들이 내 안에서 사랑을 느끼고 희망을 갖도록 하는 교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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