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과학교육과 임채민

미래 교육 2011. 6. 3. 04:45

 처음으로 학교라는 곳에 들어가 매년 바뀌는 선생님의 품 속에서 6년을 보내고 다시 6년이 지나 그 어린 학생을 품어주던 선생님을 길러내는 교육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처음 내 장래희망은 선생님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서 어떠한 고민도 해보지 않았었고 이과 과목을 배우고 그저 수능이 끝나면 대학에 들어가 졸업한 뒤 학자나 연구원이 되어 내가 하고싶었던 연구를 하면서 사는 안일한 생각만 했었다.

 

 사실 교육대학교도 성적에 맞춰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다는 보장이 있다는 부모님의 말씀을 듣고 들어오게되었다. 입학은 했지만 아직 20살이고 졸업은 4년뒤니까 놀면서 지내자라는 생각으로 대학 생활 한달을 바쁘게 보냈다. 이윽고 4월이 되자 교생실습이라는 것을 나가게 되었다. 비록 1주일간의 짧은 시간이었고 참관에 불과했었지만 나에겐 앞으로의 생각을 바꾸게 해준 일이었다. 처음에 나는 애들은 그냥 떽떽거리고 날 귀찮게만 하는 존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첫 실습때 2학년 아이들 교실에 참관하여 아이들과 얘기도 많이 나누고 놀기도 같이 놀고 하면서 아이들은 내가 그전에 품은 생각과 다르게 순수하고 맑고 재미있는 존재로 인식이 바뀌었다.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이 나의 마음을 바꿔놓는 존재가 되었다는 점이 나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면서 교직은 전혀 답답한 직업이 아니고 오히려 함께하며 보람이 있고 행복한 직업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러면서 어렸을 적 나는 어떤 담임선생님이 기억에 남는지 생각해보는 계기도 갖게 되었다. 그리고 기억을 더듬어 본 결과 나에게 그냥 학습만 시켜주었던 선생님보단 실수로 엄마라고 부를 정도로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주신 선생님이 기억에 남았다. 이 때 나는 이런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남자 선생님이기 때문에 엄마와 같은 자상함은 덜 갖추더라도 아이들에게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거리를 좁혀 아이들과 함께 웃고 부대끼는 선생님이 되고싶다. 비교적 최근에 다문화 멘토링을 하면서 찾은 초등학교에서 예전 초등학교 은사님을 뵈었던 적이 있다.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는데 내가 앞으로 교사가 된다고 하니 선생님께서 손을 꼭 잡아주시며 제자가 훌륭한 모습으로 성장한 모습을 보니 보람이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되고 싶은 교사상을 쓰자면 아이들과 함께 하며 아이들이 친아빠와 같은 친근함을 가질 수 있고 학업에 매진 시키기보다는 인성교육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교사가 되고싶다. 이런 교사가 되기 위해서 평상시에는 술을 많이 먹지 않고 혼자만 수업하고 그냥 집에 퇴근하는 개인주의에 빠지지 않아야 할 것이며 수업이며 인성교육이며 학생에 대한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매일같이 짜여있는 지도안만 써가며 같은 수업만 되풀이 하기보단 새로운 것도 생각해보는 도전정신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항상 여유를 가지고 편한 마음을 다스려 내가 걱정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럼 나는 향후 어떤 교사가 되어있을까?

5년 뒤 임용고시에 바로 합격하는 전제하에 1년 교직에 있다가 2년간 군대에 있다가 제대 후 다시 교직에 올라와 있을 것이다. 2년간 군대에 있어서 심신이 조금 지쳐 있는 상태겠지만 다시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기쁨과 복직의 새 느낌이 함께 할 것이다. 1년하고 군대를 갔으므로 실질적으로 2년차 교사이므로 다시 적응을 시작할 것이다.

 

10년 뒤 이제는 10년차 교사라는 타이틀과 함께 베테랑의 모습으로 초등학교의 일도 이젠 1학년부터 6학년 까지 모든 학년도 맡아 봤을 것이고 이젠 비전에 대해서 차례차례 잘 해나가고 있나 점검의 시기가 도래했을 것이다. 나이는 30살 초반이 되어 결혼도 했을 것이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에 있어 더욱 열정을 쏟을 나이가 되었을 것이다. 10년이 지나면 내가 처음으로 가르친 제자들이 하나둘 성인이 되어서 나를 찾아 올 일도 생각해 봄 직하다.

 

20년 뒤 어느 새 후임 교사도 많이 생겼을 것이고 나도 아이가 생겨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임과 동시에 학부모가 되어 모두의 입장이 될 수 있다. 아이들 가르치는 것에 있어선 이제 지도안의 도움 없이도 머리 속에 모든 교육과정과 가르치는 방식이 녹아 있을 것 같다. 40대가 되면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 축구를 할 정도의 체력은 없을 것 같지만 손잡고 같이 나가 열심히 놀 수는 있을 것 같다. 이젠 교무부장의 직위를 맡아도 이상할 나이가 아니며 나아가 교육공무원의 길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30년 뒤 이제는 정년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이다. 제자들도 아이가 생기고 하나 둘 나도 손자를 볼 나이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30년 동안 몸담았던 교직생활에 대해 스스로를 평가해 볼 수 있는 나이이다. 지금 이글을 30년뒤에 다시 볼 수 있다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아 내가 30년 전엔 이런 글을 남기면서 교사생활을 준비했었구나!' 라고 느낄 것이다. 이젠 동료 교사들도 나를 최우선으로 챙길 것이다. 슬프다. 나이먹고 싶지 않다. 

 그동안 한국의 인재가 될 씨앗들을 길러왔다는 것과 교사라는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며 정년 퇴직을 하면서 마지막으로 학교 교문을 나설 때 한번 뒤 돌아 볼 때 그간의 학교 생활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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