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전
나는 늘 새로움을 꿈꾼다. 새로운 것을 상상하기 좋아한다. 틀에 박힌 일, 매번 반복되는 똑같은 일은 딱 질색이다. 그래서 다방면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늘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한다. 어디 재미있는 축제 안 하나, 재미있는 강연 안 하나, 재미있는 공연 안 하나, 재미있는 TV프로 안 하나, 재미있는 책 없나, 재미있는 신문 기사 없나 늘 안테나를 세우고 끊임없이 새롭고 재미있는 무언가를 찾는다. 그런데 어쩌면 사실 내가 재미있어 하는 건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분해하고 지루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나는 만화책 보다는 인문학 책이 좋고, 스포츠프로보다 다큐멘터리가 좋고, 가수 공연보다 클래식 공연이 좋고, 개그콘서트보다는 TV특강이 좋고, 컴퓨터 게임보다 블로그에 글 쓰는 걸 더 좋아한다. 몰랐던 걸 알아가는 재미, 익숙함 속에서 기묘한 진리를 발견하는 재미, 여러 요소를 하나로 엮어 새로운 걸 창조하는 재미, 나만 알고 있던 보물같은 사실들을 남들에게 확 펼쳐보였을 때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 맞아’ 할 때의 그 재미를 나는 즐긴다.
교사라는 직업, 특히 초등교사라는 직업이 그래서 좋다. 직장 상사 눈치 거의 안 보고 스스로 뭔가를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주어진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고, 의미 있고, 신나는 일들을 계획하고 실천해 볼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학교라는 공간이다. 학교는 반드시 그런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세상을 경험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무언가를 직접 계획하고, 실행하고, 감독해 보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게 하고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얻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모의 시장 경제 체험, 모의 법정, 모의 유엔 총회, 신문 제작, 방송 제작, 유적지 답사, 연극, 자선 음악회, 농사짓기 등등 해 볼 것들이 무궁무진하다.
학교의 공간적인 구성도 창의적이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전국 어디를 가나 학교라는 건물 형태는 거의 다 똑같다. 가로로 긴 형태의 3~4층 건물, 칙칙한 교실 디자인. 이런 공간에서는 아이들의 감수성과 창의력이 살아날 수가 없다. 파스텔 톤의 실내색채, 넓은 창문, 편안하게 책 읽을 수 있는 푹신한 소파, 공동 작업을 할 수 있는 원형 탁자, 따뜻한 마룻바닥, 남들 앞에서 뭔가를 발표할 수 있는 작은 무대, 미술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소형 갤러리, 감자 고구마 오이 상추 같은 작물들을 심을 수 있는 작은 텃밭. 이런 것들이 학교에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매일의 일과나 커리큘럼에도 변화를 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고학년이 저학년을 가르쳐보는 수업, 같은 과목이라도 세부적으로 나눠서 수강신청해서 듣는 수업, 교사와 학생이 역할을 바꿔서 아이들이 교사가 되고 교사가 학생이 되 보는 수업, 부모님과 함께하는 수업 등도 해 보고 싶다.
최첨단의 디지털기기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고, 지식도 점차 보편화 되는 세상에서 교사들도 이전보다 더 많이 노력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끊임없이 연구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를 꾀하지 않으면 결국에는 아이들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에 진출할 때에는 이전보다 더 개인의 평생학습에 대한 필요성이 증대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학교는 지식을 습득하는 공간에서 지식에 대한 흥미를 느끼게 해 주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운 집단이 교육계라고 한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교육계 안팎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머지않은 시일 내에 국가 주도의 교육과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하는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교사나 단위학교 주도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가 더욱 더 부강해져서 교육현장에 더 많은 예산 투자가 이루어지는 시대도 올 것이다. 그러한 변화의 시기에 가장 보수적인 집단에서 가장 창의적인 집단으로 원활한 변화를 이끌어내도록 하는 일, 그 일을 도와주고 정착시키는 일 그게 바로 나의 미래비전이다.
5년 후에 나는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낼 것이다. 교육의 최전방인 학교 현장에서의 경험은 평생 보물로 간직할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 시기에는 현행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체계와 아이들의 행동과 심리, 학습방법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이루어질 것이다. 아울러 학교 변화, 혁신, 창의성 계발 등에 대한 국내외 이론과 사례들에 대해서도 열심히 연구할 것이다.
10년 후에 나는..
아마 학교현장을 떠나 일선 교사나 학교 행정가를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 주는 교육 컨설턴트가 될 것이다. 학교의 규모나 위치, 학부모와 학생의 욕구, 지역사회 자원 조사를 통해 추출한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그 반과, 더 나아가서는 그 학교만의 창의적이고 독특한 커리큘럼과 공간 재배치 등의 학교 운영 방식에 대한 컨설팅이 주된 내용이 될 것이다.
20년 후에 나는..
대한민국이 대표하는 새로운 학교, 모델이 되는 학교를 직접 만들고 운영할 것이다. 국가주도가 아닌 민간주도로 새로운 학교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학교의 설계단계부터 학교 운영방식을 결정하는 단계까지 각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전혀 새로운 학교를 탄생시킬 것이다.
30년 후에 나는..
현직에서 은퇴하고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에 대한 책을 집필하고 전 세계를 다니며 교육분야 전문 강연가로 활동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 것이다. 아울러 저소득국가 아이들을 위한 100번째 도서관이 완공되어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출국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