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고루해지지 않는 교사'
얼마전 교육위원회가 준비한 초청강연에서 김용택 시인의 말을 따온것이다. 처음 교사가 되기로 결심을하고, 교육대학교로 진학을 결심했을 때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존경심이 있었다. 매일 아이들을 마주하고, 내가 알고있는 것들을 그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는 생활들을 꿈꾸며 나를 가르쳤던 선생님들을 주의깊게 관찰했던 것 같다. 처음 교대에 들어왔을 때, 아니 작년까지만 해도 선생님이 되면 나의 이상을 펼치며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것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교사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3학년이 되어 직접 지도안을 짜고, 수업시연을 하고, 임용고시에 관한 압박이 커지고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선생님이 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에 깨닫게 되었다. 올해 발령이 나서 교사생활이 1년도 안되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교장선생님에 대한 불만, 아이들의 교수방법에서 오는 고민, 수업에 소홀히 하게 될 정도로 많은 공문서 처리로 인한 피곤함들이 가장 큰 스트레스라고 말한다. 이러한 일들에 쫓기다 보면 자신이 선생님이 아니라 그냥 공문서 처리하고 수업하는 기계같다는 말을 하기도한다.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기에는 너무 열악한 현실이라면서 답답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말을 하는 선배들도 교대를 다닐 때 나처럼 선생님이라는 직업에서 장밋빛 생활을 꿈꿔왔다고 한다.
이런말을 들으니, 나 역시 자연스럽게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과연 내가 이길을 잘 선택한 것인지, 이렇게 생활해도 좋을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생긴것이다.
이런 회의감에 빠져있을 때, 김용택 시인의 강연을 들었다. 그 강의에서 교사는 늘 새로운 사람이 되어야한다, 생각이 고루해지면 안된다 라는 말을 듣고, 내가 교사생활을 하면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생기더라도 회의감에 빠지지않으려면 '새로운 생각'을 하는 교사가 되어야 겠다고 마음먹게 되었다. 대부분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꼬박꼬박 방학이라는 휴가가 있고, 초등학생 수준의 지식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아주 쉬운, 속되말로 '날로먹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러한 인식에는 교사의 잘못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비록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할지라도, 늘 자신을 '업데이트'시키고, 생각을 통해 자신을 계발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일하게 생각하고, 그 생활에 고여있었기 때문이다. 교사는 늘 새롭게 생각하고, 더 깊게 공부해야한다. 교사의 생각이 같은곳에 고여있으면 그 생각이 썩게되고, 그 썩은 생각이 아이들의 머리까지 오염시킨다. 학교를 돈버는 곳이라는 직장으로 생각하지말고, 내 삶을 아름답게 가꾸는 곳으로 생각하라는 김용택 시인의 말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담고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5년후 나는 초등교사로 시골에서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주입식 교육이 아닌, 원리를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 되어있을 것이다. 수업시간에 무조건 공부만 하는것이 아니라, 근처 계곡에 과학탐구를 하러가기도하고, 신기한 실험, 직접 식물을 키워보는 살아있는 교실을 만들고있을 것이다.
10년후 어느정도 학교에 익숙해진 나는 좀더 전문적인 교사가 되기 위해서 대학원에서 아동 심리학에 대한 학위를 땄을 것이다. 또한 육아로 학교를 잠시 쉴 것이고 휴직이 끝나면 아이들의 심리를 더 잘 아는 엄마같은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20년후 엄마같은 교사, 때로는 엄한 교사지만 아이들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이해를 하고있는 지 못하고 있는지 척보면 알수있는 베테랑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나태해지지 않기위해 새로운 것 (예를 들면 새로운 운동이라던지, 최신의 영화와 책을 본다던지 거창하지 않은 소소한 것들조차도) 에 도전하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30년후 정년퇴직이 별로 남지 않은 나이이다. 그동안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면서 내가 대한민국의 초등교사로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회고하는 시간들이 많아질 것이다. 절대 후회없는 교사생활을 했다고 자부하면서 앞으로 남은 인생을 설계할 것이다. 처음 내가 발령받았을 당시의 학교를 찾아가 기억을 되새길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써온 일기들을 보면서 나의 교사생활 자서전을 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