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에 입학 하기 전, 사회 생활을 하다가 다시 대학을 입학하기로 마음 먹은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과의 마찰도 많았고, 주변의 시선도 염려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도 내가 과연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혼란에 심적 고통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하고 싶은 일을 가슴에 묻어두고 현실적인 상황에 끌려 10년, 20년을 생활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다시 수능 공부를 하면서 남들보다 자신이 원하는 꿈을 조금 늦게 찾은 것 뿐이라고 스스로를 많이 위로했었습니다. 4년제 대학을 이미 졸업한 후에 다시 교대를 입학한다는 것은 부모님께 너무 많이 죄송스러웠고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가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해서, 남보다 조금 늦은 출발인 것 뿐이라고, 그렇게라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여야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겠다는 마음은 한 번 결심한 이후로 단단히 가슴속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어릴때부터 선생님이 되어야겠다는 꿈같은것도 없었고, 고등학교때는 오히려 교대만을 원하시는 어머니에대한 반발로 절대로 교대는 가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지금 이렇게 예비교사가 되어있는 저의 모습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곤 합니다. 왜 나는 초등교사가 되어야 하는가? 무엇이 나를 이 길로 달려가게 만들었나?
저는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어른을 바라보며 좌절과 절망과 현실적인 타협을 배우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꿈을 간직할 수 있도록 지켜주고 싶었습니다. 저의 꿈이 지켜졌던 기억이 없기 때문에 어른이 된 후 더욱 간절하게 생각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살려고 내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것이었나하는 생각 이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은 내 어릴적 꿈에 대한 기억이었습니다. 나의 꿈은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로 제대로 품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대로 살아서, 제대로 보여주고,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해 주면서 아이들에게 어떤 희망이 되고 싶다는 새로운 꿈을 가졌습니다. '할 수 있다. 하고 싶다. 할 수 있을것 같다. 혹은 선생님을 닮고 싶다. 나도 저렇게......' 이런 마음가짐, 이런 생각들을 품게 해 주고 싶습니다. 그것이 내가 초등교사가 되어야 겠다고 마음먹은 최초의 이유입니다.
5년 후 나는... 이제 겨우 여유가 생긴 일처리에 한숨 돌리면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이 되고나서 3년에서 4년 정도는 시골학교에서 생활하고 싶은데, 선생님 수가 적은 시골학교에서는 도시에서보다 맡아야 하는 일이 훨씬 많고, 학생 수도 적기때문에 가정방문까지 일일이 신경을 써 가면서 정신없이 몇년을 보낼 것 같습니다. 학교일이 조금 손에 익으면 악기나 운동 중 하나를 택해 배울 것입니다. 될 수 있으면 한국적인 것으로 선택해서 배워나가면서 특기를 늘려나가고, 그보다 몇년 후를 준비해 나갈 것입니다.
10년 후 나는... 해외로 나가기 위해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선생님으로서 영어공부를 하는 것이 아닌, 해외에서 살기 위해 공부를 할 것입니다. 한국에서 10년에서 15년정도 교사 생활을 한 후, 저는 교육후진국으로 가 좀 더 교육이 절실한 아이들과 마주하고 싶습니다. 그것을 위해 특기를 쌓고 공부를 하였으니 이제 해외로 나갈 준비를 해서 그곳 아이들이 좀 더 큰 세상, 다양한 것들을 마주하며 더 큰 꿈을 키우고 더 큰 희망을 가질 수 있게 할 것입니다.
20년 후 나는...어쩌면 너무 힘들어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주저앉아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힘든 상황을 극복해나가면서 여전히 타국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며 웃고있는 중년이 되어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해외로 나갔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아이들이 내 곁에 있기를 꿈꿉니다.
30년 후 나는... 해외파견 교사쪽으로 성공한 사례가 되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후진 양성을 위해 힘쓸 것입니다. '행복한 선생님'이라는 주제로 자서전도 한권 써 이제 거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있는 나의 교사 생활을 돌아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