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비전을 세우기 전에 나는 내가 진실로 교사가 되기 원하는지부터 묻고 싶다. '나는 진짜 교사가 되고 싶은가?' 사실 내 솔직한 심정은 할 수만 있으면 최대한 교사는 피하고 싶다. 그런데 하나님은 내가 교사가 되는 것을 원하시는데 내가 지금 불순종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교대 3년째인 지금, 나는 다른 나의 인생 문제들과 함께 이 갈등상황에서 갈피를 못잡고 그저 정신없이 살아가고 있다.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 뭐하나 제대로 해놓은 것 없이 허송세월만 보낸 것 같다. 처음 1년은 위의 질문에 애써 외면하며 그냥 대학생활을 보냈고, 2년째에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혼자 수능공부하겠다며 다니다가 수능도 학교성적도 둘 다 제대로 하지 못했다. 사실 그 시간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결과가 어찌 되었든 온전히 나만을 위해 노력한 시간이었기에...그리고 이제 3년째. 사실 지금도 나는 위의 근본적인 질문을 외면한 채 지내고 있다가 이젠 더이상 빼도박도 못할 상황에 처해있다. 그래서 그 어떤 다른 과제보다도 이 과제는 나에게 어려운 과제다.
사실 내가 아이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교사가 되기 싫은 것은 순전히 나때문이다. 나는 깊이 있는 학문을 다루는 사람이고 싶다. 물론 교육학도 그러한 학문이지만 사실 학교 현장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은 나를 너무 답답하게 만든다. 아 내가 정말 초등학교에서 나눗셈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고등학교 3년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인가...나는 철저히 문과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중고등학교가 아닌 초등학교에서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과목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하니 얼마나 괴로울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만 하는 것이 아니질 않는가... 교생실습을 가도 사실 선생님들이 너무 고생하시는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이런 내가 과연 교사의 자격이 있을까?
하지만 지금으로선 하나님께서 정녕 내가 교사가 되기를 원하신다면 분명 나에게 교사로서의 자질을 주셨을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그 자질이 완성된 상태로 주어지진 않았으며 씨앗의 형태로 나에게 잠재되어 있다가 그 씨앗을 잘 가꾸는 일이 나의 일이 될 것이다. 아직 미래의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가 완전 나의 천직일 수도 있지 않은가? 감히 내가 교사가 된다면 나는 '행복한 교사'이고 싶다. 교사의 행복이 차고 넘쳐서 아이들에게도 미치는 그런 행복한 교사. 사실 현장에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적어도 나는 그렇게 되길 원한다. 또한 나는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는 선생님이고 싶다. 집에서 부부싸움하고 얘들에게 화풀이하는 그런 공사구분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않을테다.
사실 5년뒤, 10년 뒤의 일을 계획하기엔 지금의 난 현재 내 앞에 놓여있는 문제에 쩔쩔매는, 한치 앞도 가늠할 줄 모르는 겁쟁이다. 그렇지만 미래의 일에 조심스럽게 희망을 품어보며 기도하며 나아갈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