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나의 꿈이 교사는 아니었다. 이것저것 하고 싶고 꿈도 많던 시절엔 하루가 다르게 장래희망이 바뀌었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했던 이후로는 쭉 역사학자가 꿈이었다. 원래 역사 과목을 좋아했지만 고등학교에 와서 역사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역사 자체만을 공부하는 학자가 되고 싶었다. 부모님은 교사가 되길 바랐지만 내 입장에서는 만약 교육자의 길을 걷는 다면 역사교육과에 진학하여 역사 선생님이 되고 싶은 정도였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진로에 대해 심각한 고민을 해보기 시작했고 초등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것이 이때가 처음이었다. 교육자의 길에 아예 뜻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중고등이 아닌 초등교사가 된다는 것은 별로 생각해보지 않은 문제였기 때문에 담임선생님의 진로상담에 별로 뜻을 두지 않고 넘겨버렸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다양한 과목을 가르치며 우리 반 아이들하고만 수업할 수 있는 초등교사도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로 고민보다는 눈앞의 공부가 우선이었던 고3시절은 그렇게 가고 결국 담임선생님과 부모님의 의견에 따라 교대에 진학하였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교대진학이 초점이 아닌 단순한 대학교입학이라는 것이 주된 생각이었고 자연스럽게 학년을 올라가듯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입학 후에는 노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하루가 멀다 하고 동기들과 어울려 다니며 놀기 일쑤였다. 4월에 있던 교생실습이 정말 기다려졌는데 그 이유는 교생실습을 가면 내가 어느 정도 적성에 맞는지 알 수 있다는 선배들의 충고였다. 그런데 막상 실습을 나가니까 아이들과 상대할 시간은 적고 나의 적성을 알기에 1주일은 너무 짧다는 생각과 함께 실습은 종료되었다. 교대라는 학교 자체의 즐거움보다 대학생이 되어 자유를 만끽한다는 즐거움으로 1년을 보내고 2학년이 됐을 때 가장 고민이 많았던 시기 같다. 이제 교과교육론이나 교직실무 같은 좀 더 도움이 되는 것들을 배우게 되면서 나의 진로에 대한 틀이 잡히고 교육 철학도 생긴 느낌이었다. 3학년이 되면서 수업 시연 할 기회도 생기고 뭔가 방법적인 측면에 대해 많이 듣고 배웠다. 사실 초등학교 내용을 몰라서 못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한데 이런 점들을 하나둘 배워가는 과정이 지금인 것 같다. 2학기가 되면 한 달 동안 실습을 나가는데 이때가 나의 진로에 대한 적성을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실제 교육 현장에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학교에서 공부도 중요하지만 이때의 기회를 잘 살려 많이 보고 배우는 것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열심히 교육학, 교육과정을 공부하는 4학년을 거치고 난 교사가 될 것이다. 초임교사. 새내기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그 긴장감이 다시 생각나는 시기일 것이다. 책에서 글로만 배우던 것을 직접 가르치고 학급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부담감에 많이 불안하고 힘든 시기를 보낼 것이다. 그렇지만 초임교사의 열정으로 누구보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학급을 경영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교직실무를 배우면서 초임교사의 힘든 점을 알아보는 과제가 있었는데 현장에 있는 선배는 수업이나 학급경영보다 동료 간의 관계 같은 사회관계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생에서 사회인이 된 초임교사에게 의외의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어차피 사람들이 사는 일, 긍정의 힘으로 이겨내며 초임교사의 값진 경험을 얻고 싶다.
교사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나면 매너리즘에 빠진다고들 한다. 이런 시기에는 잠시 휴직하고 여행을 다니면서 좀 더 나 자신을 수양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아마 이 때에는 내가 가정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교사라는 이름보다 다른 지위가 큰 영향력이 생길 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잠시 물러나서 나를 점검하고 바로잡는 하프타임이 필요할 것 같다. 또한 초심을 잃지는 않았는지, 아이들에게 내 초기의 비전대로 실천하고 있는지 알아보면서 스스로에게 휴식기를 주고 싶다.
좀 더 시간이 흘러 아이를 갖게 되면 학생과 소통하기 더 편할 거라 생각이 든다. 그때는 경력도 많이 쌓여서 능숙한 교사가 되기도 하겠지만 아이들의 마을을 읽을 수 있는 눈이 더 밝아지지 않을까 싶다. 교실에는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같은 방법으로 모두를 포용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학생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어 모두를 끌어안고 나갈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있을 것이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는 퇴임할 나이가 찾아올 것이다. 퇴임한 직후에는 스스로에게 상을 주듯 여행을 하며 휴식을 취하고 다시 교육적인 일을 하고 싶다. 초등학교처럼 정식적인 기관이 아닐지라도 교육에 관련된 일을 한다면 즐거울 것 같다. 고등학교 때 자서전 과제를 해본 적이 있는데 지금 다시 보면 재밌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다양한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내가 교사가 되어서 이 글을 본다면 또 그런 느낌이 들것 같은데 초심을 잃지 않고 진정성을 가진 교사가 되어 스스로에게 떳떳한 교사가 되는 내가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