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국어교육과 강도균

미래 교육 2011. 6. 3. 17:29

고3 여름방학 즈음이었다. 기숙사에서 집에 가는 차에서 어머니가 교대라도 가는 게 어떠니 라는 말을 하였었다. 나는 그때 남자애 꿈을 크게 키워야지 초등학교 선생이 뭐냐고 어머니에게 대들었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 교대에 있다. 원서를 쓸 때까지의 마음도 에잇 뭐 떨어지면 재수하면 되지 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렇게 들어오게 된 교대에서 정말 교육에 대한 큰 고민 없이 대학생은 놀아야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편하게 놀고 먹어왔다. 이런 내 모습을 본다면 누군가 한마디 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대학 졸업해서 선생하면 뭐 가르칠 것이냐고 사실 나도 이런 걱정은 가끔씩 들었다. 그래도 내가 아직 남아서 ‘선생님이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있다. 그건 바로 자신감이다. 영어 발음이 유창하지도 그렇다고 많은 지식이 유별나게 풍부하지도 또는 특별히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잘하지도 못하는 내가 가지는 자신감은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기다. 한마디로 말하면 아이들의 수준과 비슷하게 놀 수 있다는 얘기다. 실습에 나갔을 때도 아이들에게 어떻게 지식을 전달할까 저 문제점을 어떻게 고쳐줄까 라는 생각보다는 와 아이들이랑 노니까 정말 재밌구나 라는 생각과 이렇게 아이들을 가르치면 아이들이 까불고 말도 안 들어서 물론 몸은 피곤하겠지만 하루하루가 생동감 넘치고 재밌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초등 교사로서의 내 비전을 아이들과 같이 즐겁게 놀아주는 선생님으로 설정했다. 그러나 나는 이런 초등 교사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철학이라는 학문을 하고 싶다. 고등학교 때부터 관심을 가진 인문학은 생각보다 더 재밌었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비록 공부가 싫고 새로운 환경을 가지는 게 힘들어 다시 대학에 가는 일은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대학원이나 다른 경로를 통해서라도 한번쯤은 꼭 제대로 하고 싶은 공부이다.

5년이 지나면 아마 나는 시골에서 아이들과 물놀이가고 축구하는 선생님을 하고 있을 것이다.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 ‘나’이기 때문에 그 어린 아이들에게 공부를 많이 강요할 수 없을 것이고 당연히 같이 놀고 있을 것이다.

 

10년 후 쯤 되면 아마 나에겐 자식도 있어서 까부는 아이들의 모습이 더욱 정답게 느껴지고 여전히 같이 활기차게 놀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년 후쯤 되면 40을 넘은 나이에 아직도 어린애처럼 노는 게 좀 이상해 보이거나 어색해 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그 이전부터 준비하던 철학에 본격적인 관심을 보일 것이다. 사실 인문학이란 그때쯤에나 이해가 갈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린애처럼 보이긴 싫어도 늙어 보이긴 또한 싫다. 그래서 나는 이때쯤부터 언제나 청춘들을 만나서 젊게 생활 할 수 있는 교수라는 직업을 생각해 본다. 뭐 늦게 시작한 공부이기 때문에 교수란 사실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대안을 생각했다. 더 이상 아이처럼 같이 놀아주기 힘든 나라면 이전까지의 습관과도 같은 생활 때문에 선생님을 지속하기 보다는 내 꿈을 한번 찾아보기로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겐 항상 꿈을 가져라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라 라는 말을 해왔을 텐데 진정 나는 꿈을 좇아 본적이 없으면 부끄러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이때쯤 떡볶이 장사를 해보고 싶다. 주위에선 이상하다고 말릴지 모르지만 사실 평생 내 맘대로 뭐 하나 못 해 보는 건 억울하기 때문에 꼭 떡볶이 장사가 아니라도 그때 가서 내가 원하는 어떤 일을 다시 찾아보고 싶다.

 

그렇게 30년 뒤가 된 나는 이제 어느 정도 나의 철학과 소신을 가진 사람이고 싶다. 이렇게 저렇게 떠드는 소리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하게 웃고 있는 모습을 그린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래왔듯 꿈이란 놈은 사실 변덕도 심하고 마음대로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미래의 내 모습에 대한 자신감은 없다. 그래도 이렇게 한번쯤 생각해보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멋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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