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국어교육과 박은지

미래 교육 2011. 6. 3. 18:52

글쎄,, 교사가 된 후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기 전에 내 초등학교 시절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고 싶다.

초등학교시절, 반 아이들 중 반절 이상의 꿈은 선생님이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교사가 꿈인 아이들을 볼 때면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도대체 선생님이 왜 되려는 거야? 커리어 우먼같이 멋진 꿈을 가진 나를 보라고! 선생님은 고리타분하잖아~ 잔소리꾼에다가..’ 어린 시절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담임선생님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생 시절 나의 담임선생님은 정년퇴임을 앞둔 할아버지 선생님이거나, 결혼 적령기를 놓쳐 가시 돋친 꽃마냥 항상 날카로운 노처녀 선생님이었다. 아, 학생보다 학부모와의 관계가 더욱 돈독한 중년의 여선생님도 있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일학년 때 만난 할아버지 선생님과는 단 한 번도 대화해 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너무 오래된 기억 때문에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일학년때 할아버지 선생님 얼굴은 아직도 기억에 남고, 특히 선생님의 무관심하게 나를 쳐다보는 그 눈빛 또한 마음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무튼, 초등학교 시절 나는 분명 선생님에게 관심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임에는 틀림없다. 이것이 현재의 나에게 큰 영향을 끼친 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 시절 선생님과 교감하지 못한 것은 내가 나 자신을 무의식중에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차저차해서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여러 가지 복잡한 사정으로 교대에 진학하게 되었다. 지원서를 쓰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가기 전까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니, 일학년 일 학기 교생실습을 나가고 나서도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진지한 고찰도 없었다. 학교 행사가 많이 없는 이학기가 되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아.. 내가 진짜 교사가 될 수 있을까? 교사라는 직업이 나와 맞긴 하는 건가?’ 다른 학교를 진학하려는 생각도 잠깐 했었지만 나에겐 그만큼의 용기는 없었다. 그런저런 진지한 고민들을 하다가 어느새 2학년 2학기 교생실습을 나가게 되었다. 아이들이 눈에 보였다. 수업시간에 장난치는 아이, 발표를 열심히 하는 아이, 꽃에 물을 주는 아이……. 선생님의 관심을 받으려고 애쓰는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다. 그런 아이들을 보자 마음 한구석이 쿵했다. 그 순간 나에게 내가 교사가 돼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꼭 교사가 되어서 아이들에게 내가 받은 사랑, 그리고 내가 미처 받지 못했던 사랑을 베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5년 후의 나의 모습은 이제 막 부임한 새내기 교사로 조용한 시골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을 것 같다. 아침에 등교하여 교실 문을 열면, 머리가 까슬까슬한 키가 작은 5학년 남자아이가 나보다 먼저 와서 내 책상을 닦고 있을 것 같다. 방과 후에는 몇 안 되는 반 아이들과 손을 잡고 집으로 하교하는 상상도 해본다.

 

10년 후의 나는 아마 도시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20대에는 남은 청춘을 시골에서 ‘진정한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했다면, 30대에 접어든 나는 진정한 현실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현실과 이상과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며, 20대에 가지고 있던 꿈과 열정은 조금씩 딱딱하게 굳어질 것 같다. 동료 교사사이에서의 문제, 교장과의 문제, 학부모와의 문제, 학생과의 문제 등 여러 가지 일로 머리가 복잡해지는, 내 인생 중에서 가장 힘든 시간이 될 것 같다.

 

20년 후의 나의 모습은 아마 눈가에 주름이 그득한 중년 아줌마 선생님일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위에서 말한 학부모와 더 친한 그런 중년 여성의 모습은 아니다.) 학교를 벗어나 대외적인 활동을 많이 하지는 않을 것이고, 내 반 아이들 우리 학교 아이들에 집중하여 교육할 것 같다. 나만의 노하우가 쌓여 수월하게 수업을 하고 이제 막 발령받은 초임 교사에게 선뜻 다가설 수 있는 아줌마 특유의 포스를 내뿜는 선생님이 될 것 같다.

 

30년 후의 내 모습은 아마 교사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교직 생활을 정리하고 손자들과 지내는 나날들이 즐거운 평범한 할머니의 모습일 것 같다. 이때의 나의 모습에 꼭 바라는 장면이 있다면, 다 자란 제자들이 찾아와 차 한 잔하며 지난 추억을 나누는 모습이다. 그들이 나를 기억해주고, 다시 찾아와 안부를 묻는 그 모습이 진정으로 실현된다면 난 그때 눈물을 훔치며 ‘너희들을 가르친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값진 시간이었고, 시간이 흘러 나를 찾아온 너희들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구나!’ 라고 말해 줄 것이다.

 

어느 범죄자가 그랬던가.…….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나에게 한번이라도 칭찬의 말을 해주었다면 내가 이런 모습으로 살고 있진 않을 것이라고……. 물론 그 사람의 잘못된 인생 전체를 선생님의 책임으로 돌릴 순 없지만, 어린 시절 선생님의 역할은 부모님 이상으로 아이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다. 후에 내가 교사가 된다면, 아픈 손가락 없이 고루고루 관심을 갖고 사랑을 나누어 주어야겠다. 정말로 친구, 언니, 엄마 같은 선생님이 되고 싶다.

'비전 선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실과교육과 이유미  (0) 2011.06.03
미술교육과 장우정  (0) 2011.06.03
국어교육과 권은미  (0) 2011.06.03
미술교육과 배현성  (0) 2011.06.03
국어교육과 이진하   (0) 2011.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