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난 준비가 안 됐는데 참 많이 부족한데 어느새 나는 3학년이라는 위치에 와 있고, 교단에 올라설 준비를 해야 한다. 누구보다도 내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알기에 교사가 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이 있고 자신이 없는게 지금 나의 현실이다. ‘좋은 교사가 되야지.’라는 추상적인 그림만 그렸을 뿐 어떤 것이 좋은 교사인가, 난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가 와 같은 구체적 밑그림은 그려본 적이 없다. 교사가 될 준비를 했던 것이 아니라 세월에만 떠밀려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것만 같아 후회되기도 한다. 지금처럼 항상 세월에 쫓기고 교사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생각도 깊이 해보지 않은 상태로 교사가 되고 교단에 서면 우리반 아이들 앞에서 굉장히 창피할 것만 같다. 그래서 지금에서라도 내 교사인생의 설계도를 그려볼까 한다.
나는 교사로서의 비전이 내가 교사로서 하고 싶은 일뿐만 아니라 내가 교사로서 하지 말아야 할 일들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비전을 세울 때 우선 교사가 되면 ‘이러한 것은 하지 말아야지’ 라는 나름의 지침을 생각해 보았다. 나는 첫 번째로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사적감정을 풀어내지 말아야겠다. 나는 기분에 잘 휩쓸리는 편인데 혹시나 나중에 선생님이 되어서도 나의 안 좋은 기분을 아이들에게 드러내고 화를 풀까봐 지금도 많이 염려하는 부분 중에 하나이다. 물론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감정이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여야하는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아이가 알게 모르게 받을 상처는 얼마나 크겠는가. 하지만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는 그 감정을 드러내 아이들과 기쁨을 함께 나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도 기분에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그리고 나의 기준으로만 아이들을 바라보고 평가하지 않아야겠다. 비교나 차별이라는 것도 교사 본인이 세워놓은 잣대에 적합하는가 적합하지 않는가를 따지기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한다. 에디슨도 단지 선생님의 잣대에 맞지 않았을 뿐이었지 천재성을 가진 인재라는 것을 누가 알았던가. 그래서 남들이 다들 이상하다고 해도 그 점까지 장점으로 만들어내는 재주를 가진 교사이고 싶다. 내가 세워놓은 기준에 내가 만들어 놓은 그 길에 잘 따라오냐 잘 따라오지 않느냐는 학생의 선택이며 내가 만들어 놓은 그 길이 백퍼센트 옳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따라서 최소한 아이들 개개인을 다양한 관점으로 이해하려 노력할 것이다.
나는 처음에 선생님이 되면 꼭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것이 가정방문이다. 예전에는 가정방문이 많이들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거의 하고 있지 않다. 선생님의 가정방문이 부모님과 학생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이유로 꺼리는 사람들도 적지 않지만 그러한 부담을 감수하고서라도 가정방문을 해 볼 것이다. 우리반 학생이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는지 그리고 학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가지고 대화를 나눠봄으로서 평소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에서 얻을 수 없는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모습은 학교에서의 모습이 다는 아니다. 선생님은 학교에서 아이의 모습만 보고 판단하는데 가정방문을 통해 확실히 아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학부모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아이를 지도할 수 있지 않을까. 초등학교 교사는 단순한 지식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다들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우리반 아이들의 고민을 알고 나눌 수 있게 노력하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소통”이 무엇을 하든 제일 중요하다고 본다. 가정방문을 통해 학부모와 소통하고 상담쪽으로 좀 더 공부해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또한 동료교사들, 선후배 교사들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도록 친목도모에도 힘쓸 것이다. 그리고 여유가 된다면 하루하루 교사로서 나의 생각과 일과를 정리해보는 교사일기를 작성해 훗날 그 일기를 보며 반성해보고 미소 지을 수 있기를 바란다.
교사가 되고 내가 가장 두려운 것은 내 자신이 현실에 안주해 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교생실습을 가서 종종 현실에 안주해 버린 듯 무기력해 보이는 선생님들을 보곤한다. 나도 언젠가는 삶에 지쳐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이따금씩 자극을 주어 무기력함에서 탈피해보고자 하는 노력은 꼭 할 것이다. 그 중 다양한 연수에 참가해 교사로서 능력개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먼저 내 자신에 대한 자기개발을 하고 싶다. 교대생으로서 4년이란 자기개발의 여유와 시간이 부족하다. 무엇인가 해보려해도 다들 “그건 선생님되고나서 해도 늦지 않잖아.”라고 날 설득하곤 했다. 결국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선생님되서 이것저것 해봐야지 마음먹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가 되고 내 자신의 자기개발부터 힘쓰고 싶다. 교사 본인부터 생활이 안정되어야 학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5년 후, 10년 후, 20년 후... 교사로서 나의 모습은 언제나 한결같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