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흘러 나도 이제 어느덧 교대생활 3년차다. 입학할 때는 ‘언제 1학년 지나고 졸업하나..’ 이런 생각만 자꾸 들었다. 그만큼 나의 학교 생활은 재미도 없고 즐겁지도 않았다. 고등학교 때 이과를 선택해 공학도의 꿈을 꾸던 나에게 교대라는 특수목적 대학교는 원하지도, 꿈꾸지도 않은 곳이었다. 내가 이 곳을 조금이라도 꿈꾸었다면 나는 문과를 선택했을 것이고 입학 후 더 열심히 학교생활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생각지도 못했던 입학이라 어리둥절하기도 했고 전주를 벗어나 다른 곳에서 생활을 해 보고 싶었던 나로선, 대학 생활마저도 전주에서 해야한다는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솔직히 교사라는 직업이 싫었던 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누군가에게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걸 좋아해서 한 때는 이런 장점을 살려 ‘교사’를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다. 다만 중, 고등학교 교사처럼 한 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초등 교사도 초등 교육 분야에서는 전문가이지만, 내가 원하는 전문가는 지식적인 분야에서 정말 깊은 지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개념이었다. 이과 과목들을 좋아했기 때문에 수학교사 아니면 과학교사가 되고 싶었다. 초등교사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고 또 하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 현실과 타협하는 과정에서 교대로 진학을 결정했지만 교대 학과목 특성상 고등학교 때 배웠던 수학, 과학에서 배운 지식들이 하나도 쓸모가 없어서 나는 대학 생활에 점점 더 회의감을 느꼈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우울했던 적이 꽤 많았던 것 같다. 그나마 학교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었던 유일한 낙은 고등학교 때 시간이 없어 못했던 바이올린을 다시 손에 잡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대학교 입학부터 지금까지 드는 생각이 다른 지역으로 대학교를 갔다면 바이올린 레슨을 받을 수도 없었을 것이고 지금처럼 연습할 시간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 생각만 하면 끔찍하고 지금의 생활이 정말 감개무량하다. 사회생활 경험한다고 1,2학년 때는 아르바이트도 몇 개 해 봤는데, 그것 또한 삶의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학교생활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시간적으로 빠듯하고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동안 참 여러 사람을 경험해 보고 인간관계도 만들어 가면서 엄청난 건 아니지만 참 많은 걸 얻은 것 같다. 성격적인 면에서도 조금 더 활발해지고 긍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 요즘 문득 그나마 한가한 1,2학년 때 이렇게 소중한 경험을 했다는 게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간단하게 정리하면 1,2학년 때는 사실 방황도 많이 하고 회의감도 들고 내가 잘 가고 있는 건지 아닌지 고민도 많이 했다. 그런데 3학년이 되면서 적응단계에 들어선 것인지, 학교생활도 즐겁고 수업도 재밌고 생활이 편안해졌다. 우울한 날보다 즐겁고 행복한 날이 훨씬 많이 늘어난 것 같았다. 뭐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학교생활에 조금 더 적극적이게 되었다. 3학년 정도 되어서 이제는 내가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교사가 되면 무엇을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고민도 해봐야 하는 단계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2년도 체 남지 않은 교대 생활.. 내가 꿈꾸는 구체적인 교사는 어떤 모습일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좋아했다. 중학교 때부터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유창하지도, 문법적으로 문장도 제대로 잘 만들지도 못하지만 중국어를 매우 좋아한다. 영어나 중국어에 한정을 짓는 건 아니고, 외국어 배우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이러한 나의 흥미를 살려 앞으로 외국어 공부에 열정을 쏟고 싶다. 특히 중국어를 영어 하는 만큼까지만 이라도 실력을 쌓고 싶다. 중국어가 어느 정도 갖춰지면 다른 언어에도 도전을 해 보고 싶다. 열심히 익힌 외국어 실력으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견문을 넓히고 싶다. 여행을 통해 세상에 대해 경험한 것들을 교사로 발령이 난 후 나와 만나게 될 아이들에게 많이 알려주고 싶다. 아이들이 직접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 교사인 내가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꿈을 더 키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알 수 있게 지도하고 싶다. 교과 내용을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재밌게 수업하는 교사도 정말 능력 있고 훌륭한 교사이다. 하지만 방금 말한 것은 교사로서 당연히 갖추어야 할 부분이고, 정말 좋은 교사는 아이들이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에게 사랑을 많이 주도록 노력할 것이고, 평소에 아이들의 모습을 잘 관찰해서 그 아이의 성격이나 재능을 찾아주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제자들이 가진 각자의 개성, 흥미, 재능을 살려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요즘은 누구나 다 공부를 잘 해야 하는 것처럼 교육을 학력 위주로 몰아가고 있다. 사람마다 가진 능력이 조금씩 다 다른데 그것을 너무 한 분야, 공부로만 맞춰가려고 한다. 그런 현실이 그냥 참 안타깝다. 그래서 각자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총 6년제이므로 유치원보다 생활하는 기간이 더 긴데, 유치원에 비하면 남는 사진이 너무 없다. 그래서 나는 교사가 되면 유치원처럼, 아이들의 사진을 많이 찍어주고 싶다. 커 갈수록 어릴 때의 기억은 점점 사라지게 되는데, 초등학교 때의 추억을 잊지 않게 하고 싶다. 특히 나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먼 훗날, 나의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초등시절 내가 찍어준 사진들을 보면서 ‘그 땐 그랬지.’ 하며 날 떠올리는 모습을 상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그리고 요즘 아이들은 수학이나 과학 같은 이공계 관련 과목을 싫어하는데 이과를 나온 사람으로서 수학과 과학의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 초등학교 때는 안타깝게도 나도 수학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고등학교에 와서 수학하는 게 재밌다는 걸 많이 느꼈고 과학은 중학교 때 부터 좋아하게 되었다. 이공계 진학을 꺼리는 요즘 수학, 과학에 흥미를 붙일 수 있는 활동들을 준비해서 아이들과 함께하고싶다. 그래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이공계 계열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싶다.
나는 아이들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초등학교 시절에 한 학년 빼고 거의 모든 학년 선생님이 참 좋으신 분들이었는데, 특히 6학년 때 선생님은 수업도 재밌게 하시고 학생들과도 친하게 지내셨었다. 교사와 학생 사이가 불편할 수도 있는데, 생각해 보면 그 선생님과는 매일매일이 즐거웠던 것 같다. 또, 성적에 너무 연연해하지 않는 교사가 되고 싶고 공부 잘 하는 우등생만 치우치게 좋아하는 교사가 되고 싶지 않다. 아이들 각자의 개성을 바라보고 사랑해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교사가 되고싶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배려심을 길러주고싶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그런 바른 어린이를 양성해 내고 싶다.
5년 후, 나는 교사를 위해 마련된 어학연수에 참여하고 있거나 첫 발령이 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을 것이다. 만일 어학연수 중이라면 그 곳에서 교사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기 위해 매우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첫 발령 후 1년 정도 지나면 이제 나는 교직 문화에 적응을 잘 해 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으려고 준비할 것이다. 아직 결혼에 대한 생각은 없을 것이다.
나는 한문교육을 굉장히 중요시 하기 때문에 아침자습 시간에 아이들에게 한문을 지도할 것이다. 한 학기에 한 번, 반 전체 아이들을 데리고 한자능력시험을 볼 것이다. 아이들이 기본적인 생활한자를 익힐 수 있게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악기에 관심 있고 열정이 있는 아이들을 데리고 방과 후에 바이올린 지도를 하고싶다. 악기까지 사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레슨비 없이 내가 가진 능력을 아이들에게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다. 감성이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 내가 만날 아이들만큼은 감성이 풍부한 그런 사람이 되도록 힘쓰고싶다. 젊은 나이인 만큼 대학원 학업에 열중하고 독서도 많이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신출내기 교사 티를 약간 벗은 여교사로서 교육에 대한 열정이 흘러 넘치는 상태일 것이다. 이제 아이들을 휘어잡는 법도 확실히 알고 있을테고, 방대한 학교 업무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제법 능숙한 교사로 거듭나고 있을 것이다. 나의 취미 생활인 바이올린도 계속 하고 있을 것이며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10년 후, 외국에 있는 한국인 학교에 근무하고 있을 것이다. 현지에 살면서 나의 외국어 능력도 향상시키고 나만의 뚜렷한 교육 철학을 가지고 타지에서 한국적인 정서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숙련된 교사 경력을 가진 시기이므로 외국에서의 교직 생활은 교직생활에 무료함을 느낄 새 없이 매일 새로운 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20년 후, 40대 초반 교사로서 이제 제법 교육 경력이 쌓였을 때이다. 여전히 한문 교육을 강조하여 자습시간마다 한문 지도를 하고 있다. 노련미 넘치는 교사가 되었을 것이고, 내 밑으로 후배교사도 많이 있다. 선배이자 동료로서 후배 교사나 다른 동료 교사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며 좋은 동료로서 교직 사회에 잘 적응하며 생활하고 있다. 학부모와 아이들, 다른 교사들에게도 인정을 받으면서 하루하루 더 좋은 교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전히 바이올린 사랑은 식을 줄 모르며 가끔 수업 시간에 아이들을 위해 연주도 해 주는 기회도 마련한다.
30년 후, 여전히 교직 생활에 여념이 없다. 평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열심인 모습이다. 교감이나 교장 승진 및 장학사에는 별 관심이 없을 것이다. 학부모나 학생들, 다른 동료 교사들에게도 좋은 교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방학 때 마다 연수를 받고 가족과 여행도 다니면서 견문을 넓힐 것이다. 아이들이 간접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행을 하면서 사진이나 여러 가지를 기록해서 수업시간에 적극 활용할 것이다. 나 자신의 건강을 위해 매일 운동도 하고 문화생활도 많이 하는 멋진 여교사일 것이다.
이렇게 교사 비전을 세워봄으로써 어떤 교사가 좋은 교사일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또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남은 교대 생활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되었다. 그리고 교사가 되어서도 이 때 세운 비전을 생각하면서 매일 부지런히 좋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주기적으로 이렇게 비전을 세우면 나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