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교대에 입학하고 나서 첫 교육학강의가 있던 날 교수님께서는 교육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에게 물어보셨다. 한 명, 한 명 돌아가면서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것을 보고 나는 놀랐다. 또, 어떤 교사가 좋은 교사인가에 대해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하는 다른 동기들의 모습을 보고 한 번 더 놀랐다. 교육이 무엇인지, 교사가 무엇인지에 대해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고3시절 희망진로에 적힌 직업이었지 내가 진정으로 원하고 고민했던 꿈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가 꿈꾸던 다른 길을 접어두고 초등학교교사가 되는 교대입학의 길로 들어서게 된 후에는 빨리 4년이 지나서 돈을 버는 '직장인'이 되고 싶었다. 이제 막 새내기가 된 1학년이 가지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랐기 때문에 다른 동기들의 열정적인 포부에 주눅이 들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나에게 1학년 여름방학은 선생님이 된다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좋은 경험이었다. 2박 3일간 진행된 자연과학캠프에서 나는 내가 맡은 7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자연에 파묻혀 캠프활동을 했다. 이 캠프를 맡고 계신 대표선생님은 나의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고 담임선생님을 다시 만나니 내가 가장 행복했던 학창시절을 보낸 초등학교 5학년 때를 떠올리게 되었다. 선생님은 우리들이 하루 종일 공부만 하는 옆 반과는 달리 운동장에서나 교실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들을 가르쳐주셨고 또 함께하셨다. 동요를 아이답게 크고 즐겁게 부르는 것이나 생생한 경험들을 하면서 직접 체험하게 해주셨다. 도시에 있는 학교를 다녔지만 시골에서 다니는 것처럼 하루하루가 신나고 즐거운 때였다. ‘아이는 놀아야 한다.’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신 말인데, 2박3일의 이 캠프와 5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모습을 통해 아이가 아이답게 놀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 초등학교선생님이 해야 할 가장 1순위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교육이라는 것, 교사가 된다는 것은 거창하고 멋있는 말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맨발과 맨손으로 아이에게 직접 다가가고 선생님이라는 권위의식보다는 친근하게 함께하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 내가 나에게 바라는 교사의 모습이다.
나는 맨 처음 초임교사로서 열정은 넘치지만 아직은 서툴고 어설플 것이다. 하지만 교대를 다니는 동안 해보지 못한 다양한 공부와 경험들을 해보고 싶다.
먼저 내가 결심한 것처럼 아이들이 학습을 하더라도 재미있고 신나는 공부가 되도록 경험을 많이 쌓으려는 노력을 하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보고 듣고 직접 만져보는 수업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다양한 놀이들을 함께하고 교과서 속에서만 봤던 것들을 직접 만들어 보는 활동, 자연 속에서 관찰하는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수업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그런 수업을 하고 싶다.
두 번째로 평소 영어에 관심이 많은 나는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영어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쳐주고 싶다. 다양한 연수를 받고 해외연수와 교육대학원을 통해 영어교육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할 것이다. 영어시간을 통해 놀면서 배우는 교육이라는 것을 직접 보여주고 아이들과 해보고 싶다.
세 번째로 어렸을 때 현악기를 했던 나는 대학 졸업 후에도 꾸준히 악기를 배워서 작은 오케스트라에서 연주를 하는 대외활동을 할 것이다. 클래식에 대한 지식과 연륜이 쌓이고 전주시내에 있는 학교를 벗어나 작은 학교에 근무하게 되면 아이들에게 악기를 하나씩 배우게 하고 싶다. 악기를 하면서 아이들의 감성적인 면을 키워주고 그 아이들이 모여 오케스트라 연주를 하면서 함께하는 즐거움이 무엇인지에 대해 느끼게 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내가 돈을 벌고 결혼하게 되면 유니세프와 같은 국제기구를 통해 타국에 있는 아이들과 직접 교류를 하면서 힘들고 어렵게 사는 아이들을 도울 생각이다. 직접 국제기구에 소속되어 활동을 하지는 못하겠지만 우리 반 아이들도 아프리카와 같은 빈민국의 아이들과 짝을 지어주고 편지를 보내고 작은 선물을 만들어 보내는 등 자신의 삶에 감사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이런 활동을 하고 싶다.
내가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직접 만났을 때, 어느 한 분야에만 집중하여 깊게 공부한 전문가로서의 교사가 되는 것도 좋지만 교사가 다양한 경험을 하고 열린 생각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아이들이 바르고 아이답게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느 시점에 나의 비전들을 꼭 이루어야 한다는 부담보다는 나의 교직생활 전체동안 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며 함께하는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