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나도 교대 3학년이 되었다. 처음 전주교대에 입학 했을 당시에는 4년이란 시간이 언제 다 지나갈까 하면서 걱정했는데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흘러서 나의 대학 생활도 절반이 넘게 흘러왔다. 그 시간동안 나는 얼마나 교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반성이 된다.
나는 고3시절까지만 하더라도 학교에서 크게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성적도 상위권에 속해서 부모님이나 선생님 걱정시키는 일 없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사실 고3 때 진로를 결정할 때까지만 해도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 지 크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그저 적당히 성적도 잘 나오고 이만하면 서울권에 있는 대학에는 진학 할 수 있으니 어떤 대학이던 들어가서 적당히 잘 다니다보면 마땅한 직업도 찾고 괜찮게 살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 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고교 졸업 후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 입학하였다. 그런데 막상 대학을 다니면서 느껴보니 내 주위의 사람들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 보다 훨씬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꿈도 목표도 분명한 것처럼 보였고 별다른 인생의 목표 없이 대학에 들어온 나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면 그들의 바닥이나 채워주는 인생 밖에는 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첫 대학의 한 학기 동안을 캄캄한 내 20대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고민하며 보내게 되었다. 결국 적성에도 맞지 않고 내게 큰 의미도 없는 전공을 계속하며 학교를 다니는 것은 집어치우고 새로운 진로를 결정하기로 결심하였다. 이런 고민 속에서 찾은 답이 바로 초등교사가 되는 것이었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데는 집 안 분위기가 큰 역할을 했다. 교사 부모님 밑에서 자라온 나로서는 교직에 대한 어떤 특별한 느낌이 있었다. 초등 교사이신 어머니는 다른 직업을 가진 비슷한 나이의 어른들보다 더 행복해 보인다는 느낌을 받았었고 부모님도 내가 교사가 되는 길을 선택한 것을 격려해주셨다. 그래서 결국 다시 수능을 준비했고 마침내 내가 내 인생에서 거의 처음으로 내 의지로 선택하고 노력해서 전주교대 입학이라는 결과를 얻어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막상 내가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결과를 지금은 소홀히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주교대에 입학해서 1학년 때는 대학생의 특권을 누리자는 생각으로 이런저런 노는 일에는 거의 빠지지 않았었고, 2학년이 되어서는 1학년 때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직도 공부보다는 학교생활 외적인 부분에 더 치중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번 3학년 1학기를 맞이하고 나서는 점점 내가 이제 곧 임용시험을 치러야한다는 현실적인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지만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보면 무언가 내가 교사가 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공부한 것도 적다는 것을 깨달았다. 벌써 3학년도 반절이 끝났고 앞으로 내가 교사가 되려면 일년 반 정도의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려 보니 정말 막연하고, 나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이라도 내가 교사가 되었을 때를 상상하며 그 때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나는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 지 생각해 보아야겠다.
먼저 나는 편견 없는 교사가 될 것이다. 다시 말해서 학생들을 대할 때 그 학생에 대해 내가 느끼고 보는 사실 그대로만을 믿고 대하는 교사가 될 것이다. 나는 언제나 누군가를 만날 때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 거야 하고 미리 선입견을 갖고 대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교사라면 자신이 맡은 아이들에 대해서 선입견을 가지고 본다면 절대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편견의 시선은 던져버리고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또 아이들과 진심을 나눠 교류하는 교사가 될 것이다. 교육은 만남이라는 말도 있다. 교사와 학생이 인간 대 인간으로 진심을 나누고 서로에게 격려해 줄 수 있는 사이가 된다면 그 자체로 이미 교육은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겪어 온 여러 선생님들이 있지만 그 중에는 권위적이고 학생과의 관계를 일방향적인 관계로 생각하는 선생님들도 더러 있었다. 그런 선생님에게 학생들은 절대로 마음을 털어놓거나 고민 상담을 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교사가 아니라 진심으로 아이들이 속마음도 털어놓을 수 있고 인간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더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능력 있는 교사가 될 것이다. 좋은 교사란 따뜻한 마음만을 가지고 만들어질 수는 없다. 좋은 교사라면 기본적으로 좋은 수업을 해서 지식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한다. 나는 실질적으로 교수학습에 숙련된 수업 잘 하는 교사가 될 것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노력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 또 부모님을 포함해서 주위의 현직 선배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많이 받아서 나를 교사로서 더욱 성숙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의 결심들을 말 뿐이 아니라 직접 실천하는 교사가 될 것이다. 말은 누구나 번지르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저렇게 실천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교수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교사들은 보통 신규로 발령 나서 1~2년은 열정적으로 가르치다가 3~4년 지나면 매너리즘에 빠지고 생활에 지쳐서 그저 그런 평범한 교사가 된다고 한다. 나는 이런 얘기를 들으면서 이 상황이 나에게도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교사는 마음만 먹으면 안정적이고 편안한 생활을 하며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직업 같다. 그렇지만 진짜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이 피곤해 질 것 같다. 하지만 일상에 지친 매너리즘에 빠진 교사가 되기보다는 좀 힘들더라도 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끝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교사가 되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