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선생님들은 자꾸 장래희망을 정해오라고 숙제를 내줬다. 물론 그건 미래에 내가 하고 싶은 직업에 한정된 것이었다. 너무나도 막연한 미래였고, 나는 그냥 무난하게 선생님이라고 적으라는 옆자리 친구의 추천을 받아들였다. 엄마는 내가 의사, 아빠는 7급 공무원이 되길 원하셨고 친구들은 광고홍보학과를 가라고 추천했지만,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문득 교대에 가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결국 진학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초등학교 6년이 아직까지도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쓸모없다고 판단을 내린 일들을 매우 꺼려하고 귀찮아하는 성격이지만, 이렇듯 이루고 싶은 목표와 그 목표를 이뤄야할 이유가 있으면 척척 실행한다.
그리고 그 목표 달성이 임박해온 지금, 여기 또 다른 목표가 있다. 나는 즐거운 학교생활을 만드는 교사가 될 것이다. 중, 고등학교가 다양한 분야와 인격적인 배움의 터전 역할을 잃어버린 지금, 초등학교만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먼저 아이들에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줄 것이다. 아이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나는 어떤 아이에게 단 한 가지에 대한 관심이 잠재되어 있다면 자각시켜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해야만 즐거워질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학업에도 그 외의 무엇에도 흥미를 못 느끼고 수동적으로 살아가는 학생들이 많다. 꼭 직업적인 면만이 아니라 취미를 만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삶의 질은 향상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악기 연주, 문예 창작, 스포츠, 요리 등 여러 가지 활동으로 끊임없이 자극을 줄 것이다. 피로 사회에서 피로를 해소할 방법을 찾아줄 것이다.
남을 존중하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 작게는 대학교, 크게는 나라 전체에 온갖 부당한 일들과 잘못된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이는 모두 타인을 존중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나는 부끄럽게도 당장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지만, 누구나 초등학생이었으니 지금 교사들이 올바른 인격을 함양하고 따뜻한 영향을 준다면 사회가 바뀔 수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합을 주며 획일적으로 행동하게 만드는 수련회, 조회 시간, 체육 수업을 고칠 것이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도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것이고 불필요하며 일제의 잔재라고 생각한다. 강압적 단체 문화에서 다양성은 무시 된다. 또 인권을 가르치고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소통에 익숙해지도록 학급회의와 토론에 힘쓸 것이다.
일단 이럴 수 있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 목표인데, 이렇게 말하면 온 가족이 교육감이나 대통령 정도는 돼야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중학교 때 교장선생님이 교육의원을 했었는데 아마 그 정도가 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체적인 미래 계획은 먼저 임용에 합격한 다음 발령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면 그 시간에 예체능, 아동 심리 상담 공부를 할 것이다. 교직을 시작한 해에는 대학원에 가서 초등교육을 좀 더 공부하고 교직에 힘쓰며 직접 아동문학을 집필하는 등 다양한 실험적인 활동을 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서 한 30년 정도 지나면 교육의원에 출마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