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교사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이들을 차별하고 1학년에겐 너무나도 가혹한 벌을 가했던 선생님을 보며 저런 교사는 되지 말아야지 생각했고,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4학년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교사이신 아버지는 아이들과 했던 여러 가지 활동들을 영상으로 찍어 집에서 하루 종일 편집을 하셨는데 그 모습이 참 행복해보였다. 아버지의 제자들이 내 친구들이기도 했는데 그 친구들이 내 아버지를 떠올리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런 교사가 되고 싶었다. 물론 중간에 다른 꿈을 꾸기도 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진로를 고민하다가 그냥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 교사니까 교대로 진학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스펙을 쌓기 위해 도서관에서 책을 살펴보다가 ‘가장 낮은 데서 피는 꽃’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세계 3대 쓰레기마을 톤도에 한 선교사님이 학교를 세우고 그 곳에서 발견한 교육법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이 책을 읽고 나도 ‘그 사랑을 교실 안에 흘려보내는 교사가 되고 싶다’는 비전을 갖게 되었다.
교대에 입학할 땐 초등학교니까 별거 아니라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고 잘한다는 교만이 있었다. 그러나 교대 수업을 들으면서, 교생실습을 나가면서 그러한 교만은 깨지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사는 단순히 잘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었다. 아이들과의 인격적 교제가 바탕이 되어야 했다.
교대 입학과 동시에 우리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 받는다.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을까? 나는 이미 비전을 갖고 교대에 입학했으나 너무나도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었다. 사랑을 교실 안에 흘려보내는 교사가 어떤 교사일까? 이런 고민을 안고 지루했던 1학년이 끝나갈 때 나는 한 교사단체를 만났다. 그 단체의 비전이 내가 꿈꾸는 비전과 같아서 함께 하게 되었고 그 곳에서 정말 멋있는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다. 그 선생님들은 공통점이 있었다. 선생님들의 인격이 굉장히 훌륭하셨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셨다. 아이들을 너무나도 사랑하셔서 전문성 모임을 찾아다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귀찮은 일들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그 선생님들을 보며 교사는 먼저 인격적으로 다듬어져야 하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작년 여름부터 아동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내가 아무리 가면을 써도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으면 그 마음이 티가 나게 되고 이것이 나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다.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하고 사랑으로 그 상처받은 마음을 만져주며 서로에 대한 라포가 형성이 되면 학습은 자동적으로 따라왔다. 아이들과 신뢰가 쌓이지 않으면 아무리 잘 가르쳐도 말짱 도루묵이었다. 아이들을 정말 사랑한다면 교대에서 기대하는 학생을 존중하고 나의 전문성을 기르고 이런 현상들이 자동적으로 따라오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교대 생활동안 나름대로 이런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여러 모임의 리더를 맡아 섬기며 경험해보고 있지만 정말 쉽지 않았다.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마음이 있으면 쉽게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다. 사랑의 최고 단계는 내 존재를 깨뜨려 누군가를 온전케 하는 사랑이라고 한다. 나는 과연 할 수 있을까? 아마 죽을 때까지 나의 비전을 완전히 이루지 못할 것이다.
나 하나 그런다고 아이들이 바뀌고 세상이 바뀔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깨지고 부서진 상처뿐인 이 세상에서, 흘려보낼 사랑을 갖는 것도 힘들 것이고 이윽고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희망을 보았다. 교사에 대해 고민하고 고민하는 친구들과 아이들을 위해 눈물로 기도하시는 몇 천 명의 선생님들을 보며 우리나라 교육의 희망을 보았다. 그들을 보며 내가 교사를 꿈꾸고 있고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고 감사했다. 이 세상은 위대한 한 장군이 아닌 수많은 보병들을 통해 변한다고 생각한다. 40여년의 교사 생활동안 여러 상황과 환경에 의해 낙심할지라도, 그 비전만 생각하면 막막하더라도, 모두가 그랬듯이 나도 그 보병 중 한 사람이 되어 다른 선생님들이 간 그 길을 묵묵히 밟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