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에 왔고, 교대를 졸업해 교사가 되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이제 ‘왜 교사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보다 ‘어떤 교사가 되어야하는가?’라는 질문이 나 자신에게나 내 미래의 제자들에게나 훨씬 쓸모 있다고 생각한다. ‘왜 우리 기업에 입사했는가?’라는 자기소개서 문항이 조롱 받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내 교사로서의 비전을 ‘어떤 교사’에 초점을 맞추어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책임감 있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 책임감이라는 단어에는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다. 지치지 않는 교사, 학생을 포기하지 않는 교사, 어려운 순간을 외면하지 않는 교사. 교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순간 책임감은 반드시 따라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자존감 높은 학생으로 지도하고 싶다. 초등학생은 충분히 공부에 대한 자신감, 체육에 대한 자신감, 가정환경에 대한 자신감, 친구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 시킬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반 학생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교사로서 최대한으로 지원해주고 싶다. 이것은 입용시험 합격 후 작은 학교로 발령받고 싶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셋째, 훈육과 체육 수업을 할 때 겁먹지 않는 교사가 되고 싶다. 배드민턴을 좋아하고, 남들보다 많이 걷는다고 자신있게 말하지만 복지관 1학년 남학생이 팔을 꺾었을 때 아팠고, 우락부락한 6학년 남학생이 대들면 무서웠으며, 5학년 여학생이 내게 기대면 무겁고, 지구력은 최하다. 최경희 교수님께서 교사로서 체력도 필수라 하셨는데 그 체력이 건강관리만을 포함하는 것은 절대 아님을 요즘 들어 더더욱 깨닫는다. 학생을 훈육하고 매주 몇 번씩 체육 수업을 해야하는 교사로서 어떻게 교사의 의무를 다 할 수 있을지 끊임 없이 고민할 것이다.
넷째, 작은 학교에 있는 현장 선배님께서 직접 체험학습 계획을 짜는 것을 보고 나도 빨리 교사가 되어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한 체험학습 계획을 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모 휴게소 사건으로 인해 체험학습의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기도 하였으나 여전히 학교에서의 체험학습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체험 학습을 통해 다른 세상을 경험하기 힘든 아이들이 더 넓게 보고 듣게 함으로써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하고 싶다.
책임감, 더딤 학생 없는 수업 지도, 6학년 180cm 남학생의 훈육 방법, 체육 수업, 짧고 많은 체험학습, 교사로서 전문 분야 기르기 등 컴퓨터에 옮기기 전 종이에 써놓은 내 교사로서의 비전은 꽤나 많았다. 근데 그것을 막상 타자로 쳐서 누군가에게 보여준다고 생각하니 조금 씁쓸하다. ‘어떤 교사’에 대한 대답에 ‘나’는 없었다. 교사로 사는 인생도 나의 인생인데 내가 너무 많은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교사는 행복한 교사다. 학교에 있을 때 행복한 교사가 되고 싶다. 아무리 퇴근이 빠른 직업이어도 눈 떠 있는 시간의 반절은 학교에서 아이들과 있어야 한다.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며 시계를 바라보는 교사가 아니라 책임감을 느끼고, 더딤 학생 보충 수업을 하고, 거구의 남학생을 지도하고, 내가 기획한 체육 수업을 하고, 체험학습에 다녀오는 이 모든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줄 아는 교사가 되고 싶다.
6학년 때 독서 교육을 받은 것은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또 나는 항상 글쓰기와 그림그리기에 관심이 있다. 독서와 그림과 글쓰기는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이것들을 잘 활용해서 교사로서 나의 전문 분야로 키운다면 나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수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 종강을 기다린다. 집에서 가까운 좋은 미술학원을 알아뒀고, 읽고 싶은 독서 리스트도 계속 추가 중이다. 교직과 대학생이 자랑하는 최고의 장점인 방학을 나의 무기로 삼아 행복한 교사가 되기 위한 비전을 좀 더 단단히 하기 위해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