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에 교수님 메일로 보냈지만 블로그에 수정해서 올립니다.)
훌륭한 교사가 어떤 교사인지도 모르겠고, 좋은 교사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애초에 정답이 있는 질문이 아니다. 다만 교사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할 때 세 사람이 떠오른다.
우선 어머니다. 30년 가까이 교직에 계신 어머니는 최소한 받는 월급만큼의 자기 몫은 하라면서 내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라고 하신다. 적어도 맡은 일은 책임지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수업, 학생 및 학부모와의 상담, 행정업무 등을 소홀히 하지 않고 수행하는 것이 내 몫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보는 어머니는 이 역할을 존경할 만큼 해내신다. 책임감은 교사가 갖춰야 하는 제1의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내 몫'을 다할 것이다.
두 번째는 고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다. 연말연시에 연락드리고 다른 학교로 옮기신 후에도 찾아뵀을 정도로 초중고 12년을 통틀어 유일하게 ‘선생님’으로 기억하는 분이다. 이 선생님처럼 따돌림 당하는 학생이 있을 때 외면하지 않고 그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아이가 엇나가지 않게 하겠다, 아이의 미래를 바꾸겠다 혹은 아이의 기억에 남겠다는 거창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순간에 아이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내가 받았던 복을 짓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외면하면 편할 것이다. 그 학생을 내가 몇년씩 맡을 것도 아니고, 이전 학년 선생님들도 그럭저럭 일년을 보냈는데 나라고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첫번째 책임감과도 관련있는 부분이다. 좋든싫든 1년은 이 아이와 함께 보내야 하고 그 기간 동안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교사의 직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직무유기는 책임회피다.
세 번째는 과거의 나다. 과거의 나는 못났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그때는 더했다. 하지만 과거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줏대 있게 살라고 말해준다. 생각 좀 하고 살라고 혼내기도 한다. 외곬으로 살지 말고 세상을 넓게 바라보라고 일러준다. 힘든 순간도 언젠가는 반드시 지나간다는 위로도 건넨다. 모든 아이들이 내가 겪었던 모든 경험을 하진 않을 것이다. 내가 겪지 못했던 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다. 다만 과거의 내가 이야기하는 것들을 아이들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 의미 없지는 않을 것이다. 누군가가 별 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던진 말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2, 3년 그리고 20, 30년 후의 내가 이것을 잊지 않길 바란다. 물론 초심을 잃을 수는 있다. 잃는다는 것은 변화를 의미하고 변화는 어쩌면 성장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잃고 나서 얻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