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년을 다니면서 나는 단 한 번도 공부를 잘하거나, 다른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이 아니었다. 그런데 부모님은 나의 성적을 가지고 혼을 낸다거나, 어떠한 분야에서라도 나를 깎아내리는 말씀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중에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 공부를 잘 할 것이라며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다는 얘기로 격려를 해주셨다. 뿐만 아니라 작은 노력들도 발견하고 인정해 주시며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누군가는 근거 없는 칭찬의 남발이라며 부정적으로 볼 수 있었겠지만, 스스로는 이 후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할 때 큰 도움을 받았다. 초등학교 때의 좋지 않았던 성적을 전혀 개의치 않고 중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할 때도 언제든지 ‘나는 공부를 잘 할 사람이다. 나는 하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고, 고등학교 때 대학입시를 준비하며 수능에 대한 부담감과 입시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몰려올 때도 다시금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믿음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학교에 입학해서 학원 아르바이트와 과외로 많은 학생들을 만나면서 내가 부모님한테 받았던 칭찬과 격려의 양육을 받는 학생들이 거의 없으며, 공부에 있어서 자존감이 상당히 낮은 아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아이들은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자신은 해도 성적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또는 자신은 공부를 할 능력이 없다며 공부의 시작 자체를 어려워했다. 이와 같은 모습을 보면서 요즘 아이들에게는 과도한 경쟁 과정에서 사회적 기준으로 봤을 때 성공하지 못하고 뒤떨어지는 자신의 모습과 그것을 질책하는 주변 환경으로 인해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끼며 그 부분을 극복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결심을 실천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학생들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숙제를 해오지 않거나 여러 번 설명을 했던 내용을 전혀 기억하지 못 할 때가 자주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을 전부 아이들을 불성실함으로 여기며 크게 화를 내고 혼내면 그 태도를 개선시킬 수 있다고 합리화하며 자주 학생들을 혼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런 꾸짖음은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자아와 자존감을 길러주어 부담 없이 공부를 하도록 도와주려는 목표를 이루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혼이 나면 날수록 더 움츠러들었고, 선생님 뿐 만 아니라 공부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나중에 왜 학생들이 공부를 어려워하는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을 혼냈던 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뿐 만 아니라 혼냈던 행위 자체도 스스로의 화를 아이들을 위한 것으로 합리화 시켰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최대한 아이들을 편하게 해주고 칭찬을 많이 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학생들을 대하자 오히려 이전에 아이들을 혼내면서 수업을 진행했을 때 보다 훨씬 더 수업에 활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며 숙제를 해오는 비율도 올라갔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앞으로 교사가 되었을 때 이미 쉽지 않은 환경을 살아가는 학생들의 마음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주고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워주려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이들에게 화를 내고 그 외의 많은 실수들을 저질러 후회하며 교사가 나에게 맞는 길인지 의심하는 일이 잦다. 하지만 부모를 제외하고 교사만큼이나 아이들과 가깝게 소통하고 정서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보람찬 위치는 많지 않을 것임을 생각하면 계속 더 나아져 많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어 주고 싶고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