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선언문
교사라는 직업은 귀하다. 왜냐하면 사람을 키우는 일을 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문서를 만들거나 물건을 파는 일도 있지만, 사람을 대하는 일은 많지 않다. 더욱이 사람을 대한다 해도 입시를 위해 상품이 되는 학원 강사보다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초등교사는 행복한 직업이다. 나는 교사가 대단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때때로 대단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원래 교사가 대단해서는 아니다. 교사는 다만 학생 앞에서 살아갈 뿐이다. 대단해지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대단하지 않은 인생을 보여주는 삶이다. 하지만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기적이고 귀하기 때문에, 생명력을 가지고 투쟁하는 교사는 멋이 있다.
나는 아이들의 구원자가 되기보다는, 나의 약함을 드러내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항상 강하고 지혜로워서 당당하게 그들을 지배하는 사람이 아닌, 어떤 비난이나 칭찬 앞에서도 단단하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을 소망한다. 그래서 나를 매일같이 지켜볼 학생들이 이런 삶의 방법을 배운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들이 외부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다른 사람을 다정하게 대하듯 자신에게도 다정한 사람으로 살았으면 좋겠다.
나는 끊임없이 투쟁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이 투쟁은 내 안의 나를 대한 싸움이다. 나는 다른 교사들과 비교해서 높은 자리에 서고 싶은 나와 싸우고, 학생들을 내 멋대로 조종하고 싶은 나와 싸워야 한다. 학부모에게 인정받고 싶은 갈망을 내려놓고, 쉴 틈 없이 나를 감싸는 주변에 대한 걱정을 버린다면 나는 더 차분하고 단정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래서 잔잔한 호수로 보이지만 사실은 끊임없는 소용돌이와 싸우는 나를 아이들이 보고 마음의 안정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나의 소망이다.
사실 교사가 되지 않더라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다만 매년 서른 명의 아이들에게 내가 미칠 영향력을 기대한다. 그들은 어리고 순수하며 교사를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는 사람들이다. 나를 통해 그들이 한 톨이라도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매년 아이들을 알아가고 그들과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하면서, 나는 지금보다 더 성숙한 사람으로 바꾸어질 것이다. 한 해 한 해 흘러갈수록 몰라보게 성장할 미래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내가 가르칠 아이들이 간직하고 있을 순수한 구석과 아름다운 마음을 찾아낼 생각에 더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일단 그때가 이르기 전에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훈련이 있음에 감사하다.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매일을 성실하게 살아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