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수학 교사, 지리 교사, 통계학자가 되고 싶기도 했지만 내가 마지막에 선택한 것은 초등 교사였다. 이유를 물으면 어릴 때부터 그냥 하고 싶었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말은 나도 내가 왜 초등 교사가 되고 싶은지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래도 초등교사가 되고는 싶었기에 교대에 입학하고 나서 나름대로 학교생활에 만족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교대 내에서 반복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나를 보며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이렇게 선생님이 되어도 되는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2학년 2학기 이렇게 방황하던 나를 잡아준 건 교생실습이었다. 일주일밖에 안 되었지만 교대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운 시간이었다. 담임 선생님과 반 아이들 모두가 나에게 큰 동기가 되었고 그때부터 내 스스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교육 관련 서적도 찾아보고 현장 선생님들을 만날 기회가 있으면 최대한 만나보고 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나는 어떤 교사가 되고 싶은지를 말해보려고 한다.
첫째, 칭찬을 많이 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면서 굉장히 채찍질을 많이 맞으면서 자라온 것 같다. 그리고 그로 인한 상처로 많이 힘들어했다. 반대로 나에게 진심으로 칭찬해준 선생님은 몇 명 되지 않았다. 그래서 웬만하면 그 선생님들과 그 말씀을 다 기억하고 있고 그분들에게는 아직도 정말 감사하다. 칭찬을 받지 못하는 건 나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 자체가 칭찬에 박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칭찬보다는 구박이나 비난을 받으면서 살아온다. 하지만 칭찬이 정말 작은 것 같지만 큰 영향을 준다. 칭찬 한마디에 하루의 기분이 좋아질 수도 있고, 칭찬 한마디에 누구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옛날 속담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칭찬은 정말 좋은 효과를 가져 오면서 서로에게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렇다고 채찍질이 필요 없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적당한 채찍질은 필요하다. 하지만 적당한 채찍질을 한 만큼 당근도 주어야 한다. 지나치게 아이들을 질책하면 이들의 자존감이 낮아지고 자신에 대해서 잘 모르게 되며 아이들이 일탈을 저지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내가 맡은 아이들만큼은 칭찬, 선한 영향력을 많이 받으면서 자랐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자신의 장단점,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알았으면 좋겠다.
둘째, 자기 계발을 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이건 나를 위해서이기도 하고 아이들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먼저 아이들의 입장에서 살펴보겠다.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기초 지식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알고 자신이 잘하는 것을 파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우리 현실을 보면 그렇지 않다. 많은 학생들에게 이에 대해 물어보면 꿈이 없다고 말하거나 나의 장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결국 아이들은 자신의 꿈이 아닌 성적에 맞추어서 적당한 대학에 들어가 적당한 일을 선택하고 만다. 비록 초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살아가면서 자신에 대해 알 수 있도록 그 발판을 만들어주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고 내가 어떻게 이를 실현하고 있는지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만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 최대한 많은 것을 제시하기 위해 나도 다양한 취미생활과 경험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나의 입장에서 살펴보겠다. 성인이 되면서 여러 가지 제약받던 것을 해볼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성인이 되면서 책임져야 할 것도 있고 또 다른 제약을 받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스스로 이것저것 핑계를 만들어나가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다보니 나의 정체성은 점점 잃어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잃은 교사가 과연 행복할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따라서 행복한 교사, 행복한 아이들, 행복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먼저 나의 정체성을 찾고 싶다. 자기 계발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를 깨닫고 성장해나가고 싶다. 이는 평생의 과제이겠지만 이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셋째, 소통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기본적으로 교사와 아이들 사이에 소통이 있어야 믿음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신뢰가 형성되어야 아이들이 고민이 있을 때도 마음 놓고 교사에게 털어놓을 수 있다. 특히, 이 점이 교생실습을 다녀온 반에서 잘 보였다. 학급에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이 이를 듣고 학급 회의를 열어 아이들이 먼저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고 그 후에 교사의 입장을 알려주었다. 이때, 인상 깊었던 점은 교사의 의견을 주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은 교사가 특정 부분 집어서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렇게 생각해’라고 말하면서 아이들의 입장도 들어주고 배려하면서 지도하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학급을 이끌어 나갔기에 아이들이 선생님을 믿고 반 안에서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소통은 꼭 특정한 시간을 정해두고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주제를 두고 쉬는 시간 등을 통해서도 이야기할 수 있다. 소심한 성격이라 아직은 아이들과 친해지는 것이 조금 어렵지만 아이들과 아주 일상적인 것으로 소통하면서 한 발자국씩 다가가고 싶다.
한 교수님께서 그러셨다. 교육대학교에서 배워야 할 것은 자신의 교사관을 정립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학년이 올라가고, 선배들이 발령받으면서 나도 교사가 될 날이 많이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 편으로는 기쁘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지금 이 상태로 발령받으면 나는 정말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남은 시간이 있기에, 앞으로 남은 1년 반 동안 스스로 자기 계발하고 나만의 교사관을 세워 나와 아이들이 모두 행복하고 꿈이 가득한 교실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