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초등교육과 김현지

미래 교육 2019. 6. 9. 01:12

  교사로서의 삶을 그리는 것은, 내겐 아직 버거운 일이다.
 
  비전 선언문의 시작으로 적절치 않은 말이다. 스물의 나였다면, 자신 있게 교사로서의 비전을 이야기했을지도 모른다. 시작이라는 것은 그러하다. 무지는 때로 용기를 주기에. EBS 다큐멘터리나 책에서 본 이상적인 교사의 모습을 한데 뭉쳐, 나의 미래를 그려보기도 했다.

  나는 항상 이상과 현실 속에서 갈등했다. 교대에 온 것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었다. 나는 교사를 평생 직업으로 갖게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인생을 자유롭게 살고 싶었지만, 불안정한 것은 싫어서, 퇴근 시간이 빠르고 방학이 있는 교직을 택하는 것으로 내 자신과 적당히 타협을 봤다. 그 때는 교사로서의 사명감보다 내 삶이 중요했다. 교대에 다니다 보면, 사명감은 저절로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교사라는 직업은 내게 장점도, 단점도 없는 무난한 직업이었다. 꿈이 많고 특별한 것을 선망했던 내가, 남들과 같은 이유로 항상 1지망을 차지하는 직업을 선택했다는 게 내심 씁쓸했지만, 입시에 지친 내겐 편안한 삶이 필요했다. 하지만 나는 교사가 무난하지도, 편하지도 않은 직업임을 절실히 깨닫고 있다. 교대에 다니면서 내 마음 속엔 복잡한 감정 덩어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 길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면서도, 아직 여린 삶들에 미칠 나의 영향력을 인지했다. 후에 다른 직업을 갖더라도, 내가 아이들을 맡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는 삶을 가르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렇다고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모든 학생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자만이다. 그렇다면 좋은 교사란 무엇일까. 이 답을 얻기 위해 내 이야기를 조금 해 보고 싶다.

  언젠가부터 나는 진짜 어른에 대해 생각했다. 세상은 스물 이후의 나를 성인이라고 규정했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성인과 어른이라는 말은 동시에 성립할 수 있을까. 어른이라는 자모 결합이 주는 특별함과 무게감은 무얼까. 나는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교복을 벗은 후 내게 주어졌던 수많은 자유와 제약은 버겁기만 했다. 쉼표가 생긴 삶에는 ‘나’와 ‘타인’과 ‘인생’이라는 무거운 고민이 찾아왔다. 어른이 되면 이 고민들에 나름의 현명한 답을 말할 수 있는 건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어른이 되어 가는 과정에 있구나. 매일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들어 가면, 어른이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어제보다 더 나은 나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의 좋은 면들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만들어짐과 동시에, 부족한 나를 직면하도록 요구한다. 모든 존재는 완벽하지 않고, 완벽할 수 없다. 인간에게는 필연적 한계가 내재되어 있다.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빛과 각자의 어둠을 갖는다. 더불어 우리는 ‘나’를 잃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 진정한 내가 아닌, 수십 수백 가지 외부 요소가 나도 모르는 새 나를 정의한다.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레 ‘사회적 자아’로서의 나에 몰두하게 된다. 내 이름 앞에 최대한 멋있는 단어들을 붙이려 노력한다. 타인의 인정을 받는 것이 중요한 삶의 목적이 된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사회의 압력에 따라, 주체성을 잃은 채 수동적인 삶을 살기 쉽다. ‘나’에 대한 고민 없이 삶을 살아가는 것은 절망이다. 행복한 삶, 좋은 삶의 잣대는 나에게 있어야 한다. 나는 어떤 것에 행복을 느끼고, 내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잘하고, 무엇에 취약한지 알아야, 바람에 잎사귀 몇 개 떨궈도 부러지지 않는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내가 교사로 있는 동안 만나게 될 아이들이 각자의 색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물론 삶의 색을 찾는 과정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 학생들에게 심오한 삶의 의미를 가르칠 수도 없다. 다만 나는, 자아탐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서로 다른 색을 갖고 있는 우리는 모두 소중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최대한 다양한 삶의 가치를 접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또한, 나는 학생들에게 삶의 밝은 면만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우리 삶은 때론 행복하고, 때로는 불행하지만, 살아가면서 아픔을 겪고 나의 한계에 직면하더라도, 그것을 스스로, 혹은 타인과 함께 연대하여 극복할 수 있기에 삶은 더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교사로서의 명확한 비전을 정립하기 위해 앞으로 나는 더 많은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끊임없이 고민하여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느꼈던 행복과 즐거움을 학생들도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교사로서의 나의 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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