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초등교육과 정지원

미래 교육 2019. 6. 9. 13:18

지금 나이 또래 중 교사라는 것을 나만큼 오래 고민한 사람이 있을까?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나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시작은 되게 아이스러웠다. 아빠가 고등학교 선생님이신데 스승의 날 때 선물을 엄청 많이 받고 오셨다. ‘우아 선생님이 되면 이렇게 선물을 많이 받는 거야? 나도 선생님할 래.’ 내 기억 속 선생님이라는 꿈의 시작은 이것이다. 아빠가 선생님이셔서 주말에 근무하실 때, 제자들이랑 가끔 수련회 같은 것을 할 때 따라가고, 제자들이 찾아올 때면 같이 밥도 먹고 그렇게 지내다보니 선생님은 참 친숙하고 자연스러운 꿈이 되었다.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꿈이다보니 선생님을 바라볼 때 다른 친구들은 전혀 생각 안하는 시선이 하나 있었는데, ‘이 선생님은 수업/학급을 어떻게 끌고 가시지?’라는 것이다. 그것을 관찰하는 게 재미있었던 것 같다. 좋은 방법을 보면 ‘나도 나중에 따라 해야지’ 했고, 나쁜 방법들은 ‘왜 이렇게 하는 걸까? 나는 하지 말아야지’ 비판도 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교대에 오면서 주목했던 것은 ‘테크닉’적인 면이었다. 어떻게 하면 지식을 잘 가르치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집중할 수 있게 하지? 등등. 테크닉을 많이 고민해두면 나중에 만날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아니 무지 어려웠다. 1학년 여름방학 때 과외를 하면서 사교육에 치여 수동적으로 변해버린 학생에게 아무 것도 해줄 수 없는 나의 무능함에 좌절했고, 교육캠프에 참가하면서 생각과는 전혀 다른 아이들을 대하는 데서 오는 어려움으로 두려워졌다. 과연 내가 좋은 교사가 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이 덮쳐왔다. 무언가 큰 변화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러한 두려움을 물리쳐준 것은 교사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과 생각이었다. 교사는 지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구나하는 것. 1학년 때 과제를 하면서 읽게 된 책, 가르칠 수 있는 용기에는 이런 부분이 있다. ‘훌륭한 가르침은 하나의 테크닉으로 격하되지 않는다. 훌륭한 가르침은 교사의 정체성과 성실성에서 나온다.’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내가 고민해야했던 건 어떤 테크닉이 아닌 교사로서 교직을 대하는,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마음’이었던 것이다. 정말 우연히 이 시기에 좋은 강연들도 많이 듣게 되었고, 좋은 책도 만나고, 좋은 생각을 가진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게 되어 이러한 고민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해왔던 고민, 그리고 지금의 고민들은 어느 지점에 있는 지를 적으면서 글을 마무리 해보려 한다. 꿈은 형용사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지금까지 수도 없이 많은 형용사를 나의 교사라는 꿈 앞에 붙였다가 뗐었다. 지금의 형용사는 ‘향기로 보여주는’ 이다. 향기로 보여주는 하면 되게 모호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를 조금 해석해보자면, 정말 많이 고민하고, 정말 많이 공부하고, 예쁜 생각과 마음들로 나를 채우고 그 향들이 내면에 충만해서 숨길 수 없을 정도로 내면이 풍부해지면 그 향들이 나에게서 새어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것들로써 보여주고 싶다. 예전엔 향기로써 가르친다는 표현을 사용했었는데, 가르친다는 표현도 이상한 것 같다. 내가 앞으로 만날 아이들보다 더 잘난 게 아닐 테니까. 아이들도 이미 충분히 예쁜 향들을 가지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저 내가 가진 향을 보여주고 아이들이 그 향을 맡고, 자신만의 향을 만들어나갔으면 한다. 그 길에 내가 한 몫을 할 수 있다면 참 행복한 교사일 것 같다. 그런 교사가 되기 위해 나는 내 향을 찾는 작업을 앞으로도 해나갈 것이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생각을 듣고, 모자란 부분을 공부하고, 넘치는 부분은 덜어내고. 그렇게 나만의 예쁜 향을 만들어낼 것이다.

'비전 선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윤리교육과 강홍희  (0) 2019.06.09
컴퓨터교육과 이지용  (0) 2019.06.09
윤리교육과 김수연   (0) 2019.06.09
국어교육과 이명현  (0) 2019.06.09
윤리교육과 조하나  (0) 2019.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