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능을 몇 번 더 보고 교육대학교에 왔다. 처음부터 교대에 진학하기로 마음먹고 공부한 것은 아니고, 그냥 재수, 삼수 생활을 하다보면 막연한 목표가 생길 것이라는 믿음 아래 2년을 더 공부했다. 공부가 재밌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아니었다. 하루 중 가장 재미없는 시간이 공부하는 시간이었고, 이걸 왜 해야하는지 의문도 많이 들었다. 그리고 공부만 해야하는 현실이 나를 힘들게 했다. 가족과 인터넷강의 선생님들만이, 독서실 책상의 불빛만이 나를 도와주고 응원해주었다. 가족이 다 모이는 시간인, 아침밥을 먹을 때 부모님과 동생은 오늘도 수고하라며 나에게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비록 실제로 만나지는 못했지만 인터넷강의 선생님들이 강의 도중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힘들어도 이렇게 나를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분들 덕분에, 수험생활이 힘들어도 차분히 보낼 수 있었다. 수험생활을 하며 느낀 것들 중 몇 가지는, 이제 내가 도움을 주고 응원을 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이었고 교육자가 되어야 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어리면 어릴 수록 가소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가까운 거리에서 보살펴주고 가르쳐주는 사람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처음엔, 이렇게 중요하고 의미있는 역할을 내가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누구나 다 처음부터 완벽하지는 않으니, 교육대학교에 진학해서 여러가지를 배우고 경험하며 교사로서의 자질을 키워나가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성적에 비해 운이 좋아서 교육대학교에 올 수 있었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이 있다. 사실 내가 다닌 독서실은 구서합격독서실이지만, 집에 오는 길에 백년대계 독서실이 있었다. 어느 날 공부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에 백년대계 독서실 간판을 보고 교육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했던 것이 교육자라는 목표의식을 가지게 된 첫 계기였다. 교육이 바로 서야 앞으로 100년의 미래를 잘 만들 수 있다는 것에 100% 동의한다. 우리가 한 번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남아 있는 어렸을 적의 바로 그 기억이 지금 우리의 성격을 형성하고 가치관을 만들어냈고 습관을 가지게 했다. 어렸을 때의 나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의 나는 앞으로 100년을 살며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나는 교사가 되어, 10살의 아이를 대한다는 생각보다, 그 아이의 인생을 대한다고 생각할 것이고, 세상을 대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씨름하고 업무에 시달리다보면 그냥 빨리빨리 눈 앞에 있는 일부터 기계적으로 처리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지만, 걱정은 나중에 하고, 그냥 매 순간 나의 신념을 가지고 정신차리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맞는 말이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많은 것들, 예를 들어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는 것, 공감하지 못하는 것, 공부만 시키는 것 등 이러한 부분도 당연히 의지적으로 매일 머릿속으로 되뇌면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얼마나 좋은 교사가 될지, 얼마나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매 순간 정신차리고 낮은 자세에서 더 배우고 내가 지금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지나고 나서 좋은 교사가 되어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다짐하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