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영어교육과 유소현입니다.

미래 교육 2009. 5. 30. 12:22

  부모님과 선생님의 권유로 교대에 입학한지 벌써 3년째가 되었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려고 하니 이제껏 교대에서 보냈던 많은 일들이 먼저 떠오르고 그 전에 내가 어떻게 교사가 되려고 결심하고 교대에 입학했는지 생각해봤던 계기도 생각이 난다. 나에게는 잊고 싶지 않은 선생님이 한 분 계신다. 그 선생님은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선생님이셨는데, 우리가 그 선생님의 첫 제자들이였다. 항상 열정적으로 가르치시고 진심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주셨던 그 선생님 덕분에 우리들은 모두 사이좋게 지냈고 지금도 그때를 추억하며 즐겁게 얘기하곤 한다. 가장 기억나는 일은 우리가 잘못했을 때 선생님께서 자신에게 또한 매를 드신 일이었다. 교실은 울음바다가 되었고 모두들 자기가 잘못했다며 선생님을 만류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우리 반은 그 이후로 급속도로 싸움이 적어지고 선생님을 항상 학급의 일원으로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학급활동이나 환경미화와 같은 활동을 할 때에는 항상 선생님께서 지도해주시고 끝까지 함께 해주셨다. 그렇지만 수업시간에는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주셨고 쉬는 시간은 아이들과 이야기 하시느라 책상을 떠나질 않으셨다.

 

  교사란 한 사람이 많은 사람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사회의 일환을 가르친다고 생각한다. 특히 초등교사는 결정적 시기에 있는 아이들을 다루기 때문에 그들의 영향력은 가히 말할 수가 없다. 여기에서 나는 부끄럽게도 예비교사이지만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교육에 대한 열정도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그러나 나는 적어도 책임감 있는 교사가 되려고 한다. 그것이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최대한의 결심이다.

이제껏 지내면서 보아온 나의 선생님들이 한결같이 감사하고 존경할만한 스승님은 아니었다. 특히 매너리즘에 빠져 교육과 학생에 대한 어떠한 의지도 보이지 않는 선생님들은 과연 교단이라는 곳에 올라갈 자격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었다. 그들은 보여주는 무의식적인 언행이 학생에게 학생자신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들게 하는지에 대한 생각이 부족해보였으며 이처럼 학생에 대한 배려 없는 수업은 교육의 일부분이라고 말하기 힘들었다.

 

  나는 아직도 열정적이고 학생들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갖고 온 힘을 바쳐 교사의 일을 하겠다고 말할 자신이 없다. 그렇지만 난 다만 나의 제자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에서 나의 본분을 다하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 내가 학생들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력에 대해 숙지하며 항상 언행에 주의하고 앞으로는 더 나은 교사가 되고자 노력을 계속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교단에 서는 경험들이 내가 진정한 교사로 나아갈 수 있도록 든든한 계단들이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으로부터 5년 후, 나는 아마도 열심히 교사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27살은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일본어를 공부하고 외국에 나갈 기회를 위해 영어공부 또한 놓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젊은 교사로서 항상 교수방법이나 교육내용에 대해 숙지하기 위해 대학원을 다녀 교사로서의 전문성을 키울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음악, 특히 국악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방과 후 활동을 통해 국악기를 가르치고 싶다.

 

  10년 후, 교사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나는 가르치는 일에 대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상태에 이르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야 아마도 경제적으로 안정적이 되었을 나는 적어도 나의 아이들만이라도 불편하지 않게 학교를 다니도록 하는데 가장 큰 노력을 쏟아 부을 것 같다. 실습을 나가면 누가 학교에 잘 적응한 아이이고 누가 그렇지 못한 아이인지 너무나 쉽게 알아챌 수 있다. 이런 아이일수록 선생님의 관심과 배려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일들은 왠지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보기 쉬운 20대에는 힘들 것 같고 30대쯤이 되어서야 편한 마음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20년 후,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시골학교에 가서 교육여건이 부족한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다. 자연과 함께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음악과 미술, 체육을 충분히 가르치고 나의 경험과 능력을 십분 이용하여 교사의 재량권을 힘껏 발휘해보고 싶다. 아직 좀 더 열정적이라면 외국에 나가서 봉사해보는 것도 하나의 소망이다. 이제껏 갈고닦은 영어실력으로 영어를 가르치든지 한국어를 가르치든지 나의 능력으로 누군가에게 배움의 길을 열어주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게 할 수 있게 한다면 이는 정말 나에게 큰 기쁨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하는 것은 진심으로 불행한 삶이라고 생각한다.

 

  30년 후, 퇴직 후를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는 카페를 열고 싶은 생각이 있다. 친구들과 나의 제자들 또는 후배 교사들을 초대하고 그들이 맘 편히 찾아와서 가끔 얘기할 수 있는 그런 곳을 운영하고 싶다. 항상 책임감을 갖고 행동하고자 하였지만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그들이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가 그 곳에서 기다릴 수 있도록 말이다. 한편 좀 더 훌륭한 교사로서 생활을 했다면 나 또한 교대에 와서 강의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교대에서 강의를 들으면서 가장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현장과 동떨어진 강의내용이다. 예비교사일 때부터 자신의 꿈, 비전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는 실제 현장 이야기를 많이 듣고 간접경험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육내용을 알고 익히는 것은 교대가 아니라 고시원에서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다. 예비교사들과의 수업을 통해 나 또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비전을 세워두고 보니 이렇게 교사생활 할 수 있다면야 더 바랄게 없을 정도가 되었다. 적어도 아이들의 인생에 악영향을 끼치는 교사가 되지 않기 위해 내가 준비해야 할 일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렵겠지만 분명히 이룰 수 있는 일이기에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언젠가 내가 나태해질 때 이 글을 다시 읽어보고 힘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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