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보면 교대에 입학하기 전 많은 내 나이에 걸맞게 참 많은 일을 해왔다.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원하든 원치 않든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모든 직업들이 나름대로의 보람과 희망이 있지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던 것이다. 원래 타 대학교에서 교육과는 전혀 다른 분야를 공부했던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행복해하는 나 자신을 보고 교대에 들어오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학원에서 가장 인정받는 교사는 학생들에게 어려운 수학이나 영어를 가장 잘 가르치는 사람이다. 이러한 현장 경험을 하면서 나는 교대에 들어오기 전에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생각했으며 그 척도는 교수학적 지식을 얼마나 학생들에게 효과적으로 쉽게 가르칠 수 있는가로 판단되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것은 큰 오산이었다.
현실에서 교사는 물론 예비교사, 학원 강사, 동생을 가르치는 누이 혹은 손위 오빠를 가르치는 동생 등 누구나 그렇듯이 모든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가르침을 받는 사람이 되며 가르친다. 이것은 의식적인 이성의 작용이 아니라 삶의 필요에 의해서 저절로 형성된 생활 방식인 것이다. 그러나 지식 전달로서 교육을 전부라고 생각하여 누구나 교사가 될 수 있고 교육을 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식 전달로서의 교육은 교육의 본질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삶의 필요한 부분으로서 중요성은 누구나 부인할 수 없지만 이것이 교육의 전부이며 모든 사람이 교사가 될 수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교육이라는 것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개념들을 포괄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의 세태는 이런 부분을 간과하고 있으며 학부모와 학생들은 그들 스스로 많은 교사를 기본적인 가르침 없이 무작위로 양성해 나가고 있다.
나는 “어떤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가”에 대하여 이야기하기 전에 교육이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교사로서 확고한 개념을 밝히고 싶다. 즉 내가 생각하는 교육이란 한 개인이 주체적이고 인격적인 존재가 되기 위하여 끊임없이 배우는 모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교육을 생각한다면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에 대하여 이야기하기가 좀 더 수월해진다. 나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교사뿐만 아니라 그들이 도덕적인 존재로 자라게 하는 “인격적인 교사”가 되고 싶다. 교사 또한 지식을 가르치지만 다른 교육자와 교사를 구별되게 하는 것은 교사는 인격을 가르쳐야 하는 사람임을 강조하고 싶다.
현장에서 근무하시는 선생 선생님의 경험을 들어보면 신규로 임용되었을 때 처음 1~2년 정도는 모든 일이 새롭고 익숙하지 않다고 했다. 교과를 교육과정에 맞게 가르치는 것, 학생들의 안내자가 되어 하나의 반을 이끌어나가는 것, 학부모와 학생과 교사와의 관계에 대한 경험과 공부등을 가장 먼저 익히고 공부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4~5년 정도 경력이 쌓였을 때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노하우가 많이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므로 5년 후에는 그동안 쌓아왔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많은 활동을 학생들에게 제시할 것이다. 물론 내가 말한 많은 활동들은 기본 교과 과정 속의 내용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교과 외의 활동들을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끼리 서로 칭찬하여 상 주기, 모범적이고 선행을 베푼 학생에게 칭찬하여 스티커 주기(이에 대한 보상은 저학년과 고학년에 따라서 내용이 달라질 것이다.) 등의 인격적 행동을 길러줄 수 있는 활동들을 말한다. 교육에 대한 목적이 학생들의 인격 완성과 주체적 자아를 기르는 데에 초점을 두었으므로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할 것이다.
10년 후의 나는 어느덧 중견교사로서 더 이상 교내에서 나이가 어린 신규 교사가 아니다. 교육 방법이나 반을 이끄는데 대한 확고한 신념이 이미 정립되어야 하는 나이인 것이다. 이때의 나는 반의 모든 학생들이 한명도 뒤쳐짐이 없어야 할 것이다. 이는 학습적인 부분 뿐 아니라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가난하다거나 공부를 잘 하지 못하는 학생은 방과 후에 부모님과 협의하여 보충학습을 배우도록 지도하고 학교 내의 교장 선생님과 교감 선생님 등 다른 교사들과 협의하여 이에 대한 제도적인 방편을 마련하도록 추진할 것이다. 한 반에 따돌림을 당하는 학생이 있다거나 지능이 뒤처지는 학생들이 학급에서 더 이상 힘든 일을 겪지 않도록 특별히 관리하여 지도할 것이다. 이는 특별한 학생에 대한 차별적 행동이 아니라 신체 혹은 물리적인 장애등으로 인한 배려를 해주는 것임을 학생들에게도 알려주어야 한다. 10년 후가 되었을 때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학급 운영 실천 사항중에 하나는 매 학기의 마지막 날 모든 학생에게 상을 수여하는 것이다. 현재의 학교에서 학생에게 수여하는 상은 교과 성적 중심이거나 대회의 수상 등에 대하여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즉 결과물에 대한 보상인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학생들의 삶 속에서 그들의 행동을 자세히 관찰하고 그들의 행동방식에 대하여 상을 수여할 것이다. 이는 나의 독창적인 행동이 아니라 예전의 어떤 교사가 하셨던 방법이다. 예를 들어 이를 열심히 닦는 학생이 있다면 청결상을 주고, 의자에 앉아 공부를 많이 하는 학생은 의자상, 장난을 많이 하는 학생에게는 학급 분위기상등을 주는 것이 있겠다.
20년 후의 나는 어느덧 다른 여성들과 같이 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아줌마일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아줌마가 되지 않기 위해, 교육자로서의 아줌마가 되기 위해 나는 많은 것들을 해야 한다. 흔히들 학부모와 학생들은 새 학기 때 처음 반에 발을 들여놓을 때에 가장 궁금한 것이 ‘새로운 담임선생님은 누가 되실 것인가. 담임선생님은 어떤 성격을 가지고 계신가’라고 했다. 즉 한 반을 이끌어 갈 담임선생님이 학부모와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다. 만약 학생과 학부모가 담임선생님을 싫어한다면 그들과 교사인 나의 1년이 참 힘들어질 것이다. 교사와 학생간의 신뢰는 학급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된다.
또한 요즈음의 학부모와 학생은 젊고 활기찬 신규 교사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젊은 교사들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젊은 문화를 바탕으로 학생의 문화에 공감하는데 학생들 사이에서는 이를 ‘대화가 통한다.’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20년 후의 나, 즉 49세가 되었을 때에는 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아줌마 교사일 것이다. 이를 극복하는 것이 나에게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생각이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나는 부단히 노력을 해야 한다. 그들만의 언어, 문화, 놀이를 이해하고 그들의 느낌과 생각을 공감할 수 있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20년 후의 나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식을 가르치는 데에는 나만의 확고한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서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기발하고 활기차면서 본질을 잃지 않는 교육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격적인 교육을 하고자 하는 나의 교육적 신념을 잃지 않고 새로운 노력과 시도를 끊임없이 할 것이다.
30년 후의 나는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원로교사이다. 물론 나를 비롯한 나의 동년배 교사들은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 혹은 교육청의 행정가로서 근무하고 있을 수도 있고 평교사로 근무하고 있을 수도 있다. 처음 시작은 같았지만 30년 후에는 각자 참 다양한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교육적 신념이 결실을 맺을 때가 아닌가 싶다.
이 나이의 나를 참 많이 고민했었는데 고민에 대한 결론을 내린 결과 나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을 것 같다. 만약 내가 교실 안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면 나는 평교사로서 퇴직 때까지 교실에 남고 싶다. 30년 후의 나는 59세이다. 그 때에는 얼마나 많은 최첨단 기술이 등장하여 교육 내용과 교육 방법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현재로서는 알 길이 없다. 다만 나는 정말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40대의 나와 같이 새로운 문화와 기술에 대해 끊임없이 적응해야 한다. 그러면서도 학생들과의 교감을 놓으면 안된다. 또한 나는 나의 행위가 학생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항상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 나의 행동 하나하나가 학생들과 타 동료 교사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때의 나는 도덕적인 자아를 만들기 위해 힘쓸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내가 교실 안에서 있는 것이 아니라 교실 밖에서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일이다. 그 때에 내가 교육의 현실적이고 제도적인 측면을 운영하거나 개선하고 싶어 한다면 나는 아마 교육행정 쪽으로 길을 돌리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의 나는 교실안의 교사가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교사는 학생을 위하여 존재한다고 항상 생각하기 때문에 학생들과 함께하며 직접 교감을 하는 것이 제일 보람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간에 따라서 나 자신이 교사로서 해야 할 일은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다. 그러나 시간에 따라서 교사로서 내가 변해야 할 부분이 있고 항상 내가 추구해야 할 일은 또 있다.
그것은 교사가 인격 도야를 위해 누구보다도 노력하고 정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교육적 신념에 의거하면 교사는 항상 삶에 대한 가치관과 올바른 도덕성을 바르게 정립하고 이를 위해 솔선수범하여 노력해야 한다. 이는 교사가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 중에 하나이다. 교사가 모든 교사의 역할을 자신의 뚜렷한 삶의 목표를 가지고 가르침을 수행할 때 개인의 모든 학습은 인격 완성과 연계되어 이루어진다.
또한 이상적인 교사가 갖추어야 할 덕목 중 하나는 교사는 가르치기 전에 항상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항상 외부의 것을 선별하여 받아들이고 기존의 선 개념과 새로운 외부의 개념을 받아들여 교사의 내부 안에서 끊임없이 구성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가르침은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다. 교사는 자신이 외부로부터 받아들인 지식을 자신의 내부에 있는 신념과 지식과 새로이 결합하여 전달할 수 있는 지식으로 다시 형성시켜서 학생에게 전달한다. 가르침은 곧 가르침과 배움이다. 이 말은 교사는 항상 학습해야 하며 호기심을 키워야 하며 탐구해야 한다는 말과도 같다. 학생보다 우위에 있다고 해서 배움의 끈을 놓고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더욱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또한 외부의 개념과 사물에 대해 비판적인 견지를 가지고 여과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학습자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교사 자신이 순진해서는 안된다. 순진한 호기심에서 비판적 앎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을 사랑하는 것이다. 학생에 대한 애정 없이는 위에 언급한 이상적인 교사상 중 이루어 질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삶의 궁극적 목표인 인격 완성이던, 지식 전달이던 학생에 대한 가르침에 대한 열의, 인간적 존중의 사랑이 없다면 진정한 교육은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