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국어교육과 오로라

미래 교육 2009. 5. 30. 20:12
 

우리나라 고등학교는 입시 위주 교육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다. 요즘은 평균 연령이 더 낮아져 중학생들도 피할 수 없는 전쟁이라고들 하지만, 그 정책을 피부로 느끼는 고등학생 보다 심하랴 싶다. 고등학교 3년을 보내면서 시험 스트레스, 수능의 압박, 야간자율학습, 방학 보충수업 등에서 자유로운 고등학생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고등학생으로 3년을 보내면서,  저 모든 것들이 내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약간의 비참함을, 또 약간의 허무함을 느끼며 그 시간들을 보냈지만 그래도 누군가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갈래?’하고 물으면 냉큼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즐거운 시절이기도 했다. 온갖 좋지 않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내 고등학교 시절이 행복할 수 있었던 것은 나와 같은 상황에서 서로 격려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친구들이 있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이고, 더불어 나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해 희망을 심어주고 수업시간을 지적 유희의 장으로 만들어준 선생님들의 공도 만만치 않았기에 가능했다. 최악으로 기억될 수 있는 고등학생 시절을 딱딱한 개념설명과 문제풀이만으로 날려버리지 않게 도와주신 선생님들을 기억하며, 교대에 진학한 이상 선생님이 천직이 되어버린 나 역시 아이들에게 단순한 지식전달자로서의 역할 이상을 하게 되길 기원했다. 그리고 그런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선생님’에 대한 다른 사람들 이상의 성찰이 필요했고, 이상적인 교사상을 이루어 내기 위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통찰하게 되었다.

 

교대에 들어와서 이제 적어도 내 인생의 반 이상은 소요하게 될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허투루 보낼 수 없는 충격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초등학교 6년은, 아이들 인성의 바탕이 닦아지는 시기, 아이들이 학업에 있어서 흥미를 붙이고 그 기본 실력을 쌓아나가는 시기, 아이들의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 즉 한 사람의 밑그림이 그려지고, 채색에 사용할 물감까지 고려되는, 줄여 말하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것이다. 난 그 시기에 아이들에게 부모와 더불어 가장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갖게 될 것이었다. 덜컥 겁이 났지만 묘한 흥분도 생겼다. 여러 사람에게 그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사실에 겁이 났고, 내가 지도할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앞으로 우리나라를, 세계를, 지구를 움직일 중추가 된다고 생각하니 짜릿했다. 앞으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서의 내 인생이 내 노력 여하에 따라 정말 크게 달라질 것이 눈에 보였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30년간의 내 인생을 예측해 보고, 목표를 세우고, 생각해보는 비전 세우기는 예비 교사에게 꼭 필요한 활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5년 후의 나는 병아리 교사로서 초등학교 현장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면서, 내 평생의 즐거움이자 업이기도 한 공부를 더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임용고사 합격과 동시에 그 다음해에는 대학원 등록을 할 예정이다. 이것은 내가 어떤 대학의 어떤 과를 가더라도 꼭 해야지 마음먹었던 아주 어렸을 때부터의 꿈이었다. 대학원 진학은 앞으로 평생을 함께할 공부를 더 심도 있게 잡아두기 위한 대책 중 하나이다. 나의 현 학과는 국어교육과이다. 그러나 대학원에서는 과학영재교육 관련 연구를 하고 싶다. 대학을 다니면서 메타 학문, 즉 학업의 도구가 되는 국어과목에 대하여 심화과정을 밟았다면 - 비록 정식 심화과정을 밟는 2년의 몇 시간을 수강해가지고는 심화과정이라고 말하기도 그렇지만 - 대학원을 다니면서는 실제 교사생활을 하면서 내가 만나게 될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고 싶다. 그 중 하나가 과학영재교육인데, 앞으로 모호해져 통섭이 이루어질 지식에 대한 경계에서 주요 역할을 하게 될 과학에 대해 아이들이 더 심화된 내용을 배우고, 더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는 매개가 될 중요한 과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정한 연구내용이다. 아이들과 더불어 나도 함께 배우는, 조금은 벅차지만 배우는 즐거움에 아이들과 함께 웃는 그런 5년 후가 되기를 희망한다.

 

10년 후의 나는 진짜 선생님이 되기 위해 손을 움직이고 발로 뛰는 교사가 되어 있을 거라 믿는다. 나의 10년 후라면 여성 기준 평균연령 80세가 넘는 이 시대에 아직 팔팔한 젊음을 간직하고 있을 나이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더 나은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조사하고, 관찰하고, 느껴보는 교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2학년 선택과목으로 배웠던 ‘대안학교의 이해’라는 과목은 우리나라 공교육의 한계를 보여주었고, 그 대안으로 여러 나라에서 시범적으로 행하고 있는 교육 방침들에 대해 소개해 주었다. 나는 그 대안학교들의 좋은 교육 방침에 대해 우리나라 공교육에 적용시켜 볼 수 있는 좋은 방안은 없을지, 적용시켜 볼 수 있는 게 있다면 어떻게 응용해서 더 높은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교사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대학원에서 배웠던 과학영재교육을, 실제로 아이들에게 적용해 보면서 아이들과의 소통을 심화 할 수 있기를 바란다.

 

20년 후에는 그래도 20년이라는 무시하지 못할 시간을 교사라는 직업과 함께한 사람으로서 내가 하는 일에 지금보다 큰 자부심을 갖고 아이들과 마주보는 교사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 가장 활발하게 활동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침체되어 있는 이 나이대의 선생님들의 안일한 모습이 우리나라 교육의 정체를 빚어왔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고 앞으로 나아가도록 단련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 부어야겠다. 현재 미술사를 기본으로 전반적인 예술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20년 후에 시간이 허락 된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 깊이 있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 과학영재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연의 언어를 깊이 있게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면, 그림을 읽어주고 음악을 느끼면서 좀 더 풍부한 감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40대 선생님의 목표이다.

 

30년 후에는 약간의 여유를 지니고 있지만, 열정만큼은 새내기 교사 못지않은 교사가 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호흡하면서,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행동한다면 50의 나이로도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선생님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덧붙여 30년 후에는 그 시간만큼의 관록과 경험을 토대로 아이들에게 따뜻한 감동과 포근한 웃음을 선사해 주는 예술사 관련 아동도서나 아동문학을 써보고 싶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만, 30년 동안 많은 습작을 써오면서 자신감이 붙은 모습으로 좋은 작품 활동을 하길 바란다. 등단까지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예술에 대해 이해하고, 예술은 멀리에 있지 않고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줄 수 있다면 성공이다. 아이들이 읽으면서 입가에 미소를 띨 수 있는 소소한 작품들을 써 내려갈 수 있는 선생님이 되었으면 좋겠다. 초심을 잃지 않고 평생 동안 배우겠다는 마음가짐은 이 이후의 나이가 되어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내가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아이들에게 유능함을 무기로 학업의 즐거움을 스며들게 하는 교사, 아이들에게 마음으로부터 다가가 우러나는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는 교사,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아름답게 기억될 수 있는 교사. 이것이 내가 이상으로 삼고 있는 교사상이다. 이상적 교사상을 위해 전력으로 노력해보겠지만, 무리라면 아이들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는 교사만이라도 꼭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앞에서 세운 목표를 토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교사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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