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저는 동네에서나 친척들 사이에서나 말 잘 듣는 아이, 착한 아이로 통했습니다. 부모님 말씀에 순종적이었고 내 의지 보다는 부모님 의지대로 살아왔다. 부모님이 특별히 엄하셨던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는 8남매 중 장남이셨는데 친가 쪽 식구들은 내가 아들이기를 간절히 바라셔서 제가 여자아이란 사실을 아셨을 때 할아버지는 매우 실망하셨고, 또 아기었을때 너무 많이 울어대서 친척들 누구도 나를 좋아라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라면서 미움 받지 않고, 칭찬 받고 싶은 마음에서 어른들의 말을 무조건 순종적으로 따랐고 시키는데로만 행동하게 되었다. 그렇게 착하게,,, 순종적으로 변변한 반항한적 한번 없었고,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사춘기도 저는 무난히 그런게 있나보다 하고 지나갔다.
교대에 오게 된 것도 제 의지라기 보다는 부모님의 선택이었다. 사춘기 시절, 진로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보지 않고 넘겨서 그런지 고 3말 진로를 결정할 때에도 전 별다른 생각없이 부모님과 담임선생님이 써주는 원서대로 대학에 지원했고, 운이 좋아 교대에 합격할 수 있었다.
교대에 들어와서도 그냥 그냥 무난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고, 두 번의 실습을 겨니다.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지내고도 저는 ‘교사가 내 길이다!’라고 확신하지 못했다. 겨울방학동안 저는 아르바이트를 하나 했는데 그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제 인생의 터닝 포인트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친구들이 아르바이트로 과외를 할 때, 나는 좀 다른 일을 했는데,,, 공장에서 일을 했다. 보통 하루에 12시간 일을 했고, 길게 하면 16시간까지 일했다. 하루종일 반복되는 작업, 가만히 앉아서 2000~3000개의 물품을 검수하면서, 언제 퇴근시간 다가오나, 오늘 잔업이 있나만 생각하고 하루에 100번 남짓 시계를 봤던 것 같습니다. 2달 남짓 꼬박 매일같이 그렇게 일하면서 이게 아르바이트가 아니라 직업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아찔했습니다. 회의감에 빠지고 직업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매일 아침 억지로 일어나서 출근하고, 일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보람도 없이, 시간만 보내는 채로 앞으로 살 40년을 보낸다는건 너무 암울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교직이 정말 나에게 맞는 것인가도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직업을 고른다고 생각하고 무엇을 하면 좋을까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을까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해 보았습니다. 교직에 대해 내린 결론,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교육만큼 의미 있고, 보림있는 일을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것 만큼 의미있는 것을 생각해 낼 수 없었습니다. 물론 그만큼 책임감도 크고 내가 아직 부족한 것도 많지만 꼭 해내리라는 마음을 단단히 먹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경로가 어찌됐건 교대에 들어왔고 교대에 붙을 수 있던 건 정말 행운이고 다행이라고 새삼 느꼈다. 이제 선택된 자리에서 교사로써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려 한다. 그래서 나는 3학년 1학기를 하루하루를 교사로서의 미래, 비젼에 대해 생각하며 보냈습다.
“행복한 교사가 되고 싶고, 교사로 살면서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웃음을 나누고 싶습니다.”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 2달 가까이 생각해 보았지만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문득 나 자신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하게 될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이 떠올랐다. 교편을 잡으면서 나도 가르치는 동안 행복했으면 좋겠고, 내 가르침 속에서 아이들이 즐겁고 맑게 자라났으면 하는 마음이 생겼다.
요즘 초등학생 아이들, 서울 강남의 아이들은 방과 후에 친구들과 노는 것이 아니라 학원가를 누비며 학원 수업을 받고 시험보는 기계가 되어 있습니다. 아이들이 과연 행복할까?. 맹목적인 지식만을 가르치는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칼자루를 쥐어주는 것과 같습니다. 지식만을 주입받는 아이들은 결고 행복하지 않을 것이며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이끌어갈 미래는 조금 두렵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내가 어떻게 해면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 것인가 방법을 찾아 보았다. 행복해 지려면 우선 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이 있다면 하루하루가 생기있고 의미고 미래에 희망이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꿈을 가지고 소중히 할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도록 도와주고 싶다. 나는 비록 어린시절 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특별히 이렇다 할 장래희망이 없는 좀 특이한 학생이었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소중을 꿈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 꿈이 없는 아이라면 꿈을 찾아 갖게 해주고, 이미 가지고 있는 아이라면 소중히 하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도록 이끌어 주는 교사가 되려합니다.
말로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부터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가 되려고 한다. 아이들이 단지 내 직업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너무 불행한 일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은 인성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부족한 부분이 생기게 된다. 아이들이 그렇게 되지 않도록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을 갖고 앞으로 미래의 나의 학생들을 대할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 중요하지만 교사 자신의 꿈과 행복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행복하지 않은데 학생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교사가 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 해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고 그 일을 차근차근 이뤄내는 과정을 보람 있고 행복할 것이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싶고, 여행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 알게 된 사람들, 좋은 교훈 이 모든 것들을 아이들에게 생생히 전달해 줄 것이다.
또 공부도 더 해볼 생각이다. 좋아하는 일 중에 하나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좀 특별하신 분이었는데 그 분 덕분에 미술에 흥미가 생겼고, 지금도 무엇을 그리거나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미술을 더 공부할 생각인데, 그냥 미술이 아니라 미술 치료를 해 보려고 한다. 그림을 통해 아이들의 생각을 읽어내고, 고민이 있다면 해결해 줄 수 있는 그런 공부를 해 보고 싶다.
이를 바탕으로 내가 미래에 서 있을 행복한 그 자리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5년 후 - 아둥바둥 공부해서 임용에 붙고, 벌써 교사가 된지 3년이 되었다. 아직도 허둥지둥하고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기만 하다. 위엄 있는 선생님이라기보다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려고 하는데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다. 그래도 열심히 아이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매일 매일이 열정으로 가득하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하루 하루는 너무 짧다.
10년 후 - 33살, 아직 결혼은 하지 않았습니다. 못한 것이 아니라 아직 안 한 것입니다. 그동안 너무 바빳기 때문이다. 방학 중엔 여행도 다녀오고, 대학원 과정도 마쳤다. 올해에는 휴직계를 내고 해외로 유학을 가려고 한다. 미술치료에 대해 더 깊이 배우러 가는 것이다. 도통 요즘아이들을 이해 할 수 없다. 어린아이들이 뭐 그리 복잡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싶고, 미술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한다. 아버지는 뭐하러 외국까지 가서 공부하느냐고 뭐라 하시지만 저는 고집을 부려 결국 출국합니다. 말만 잘 듣던 착한 딸이 더 이상 아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도전해보는 용기도 나이가 드니까 생겼으니까!
20년 후 -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다. 아이를 키워보니 학생들을 바라보는 마음이 또 달라진다. 이전보다 학생들이 더 소중하고, 정말이지 다 내 자식들 같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현실은 소중한 학생들이 행복하게 자라기에 아직 미흡한 점이 많이 남아 있다. 일제고사는 아직까지 치러지고 있고, 아이들은 여전히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으로 달려간다. 이런 상황이 안타까워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글도 올려보고, 교원단체에 가입하여 힘도 써보고 있다.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다보면 이런 상황도 언젠간 바뀌겠지. 아직도 교직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은 것 같으니 힘을 내야겠다.
30년 후 - 교직에 몸 담은지도 벌써 28년 한적한, 지금은 시골마을의 평교사로 있습니다. 수업을 잘한다는 이야기도 듣고, 아이들이 그렇게 선생님을 좋아하는데 무슨 비법이라도 있냐고 주변 교사들이 자꾸 물어 옵니다. 그런데 왜 승진은 하지 않느냐고도,,, 승진에는 욕심이 없습니다. 하루하루 아이들과 볶작거리며 지내는 것이 즐겁습니다. 그동안 만났던 아이들이 모두 자신의 꿈을 이룬 것은 아니지만, 그중 꿈을 이룬 몇몇 아이들이 가끔 텔레비전에서 나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어찌나 뿌듯하던지,, 이 길은 걷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업을 하는데 나름 경력도 쌓이고 노하우도 생겼지만,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 많고,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 너무 많습니다. 오늘도 이 책, 저 책 뒤져보고 아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들을 찾느라 늦은 밤까지 불을 켜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