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미술교육과 김보나

미래 교육 2010. 5. 30. 16:18

학창시절을 지나오면서 거쳐간 수많은 선생님 중에 기억에 남는 분은 손에 꼽힌다. 내가 어떤 교사가 될 것인가는 곧 나는 학생들의 기억에 어떤 선생님으로 남을 것인가, 기억에도 머물지 못하는 교사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이어진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는 단순히 가르치고 가르침을 받는 것이 아니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서 그들의 마음이 서로 닿아 ‘울림’이 있어야 관계를 맺는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고 보듬어주는 교사를 꿈꾼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은 우리가 유일하게 갖고 있는 시간, 지금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다. 소통이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것은,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여길 때 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그 사람도 그것을 느끼고, 알고, 그것에 반응한다. 진정한 관계란 이런 것이다. 교사가 된 내가 아이들에게 그들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임을 느끼게 하는 것, 더 나아가 이 아이들이 자라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 그러한 관계를 갖는 것이 교사로서 갖는 나의 유일한 소망이자 목표이다.

 

교사가 막 되었을 때의 나 역시 내가 가르칠 아이들처럼 다듬어지지 않은 못생긴 돌이다. 5년 뒤인 교사초기에 내가 중요하게 생각해야할 것은 나 자신을 부딪치는 것이다. 자칫 쉬워보이는 만만한 초임교사로 생각될 수 있으나 아이들과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 부대끼며 지낸다면 어느새 조약돌처럼 반들반들하게 닦인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아이들의 영혼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아이들은 마음껏 뛰놀면서 자라야 그들의 자유로운 영혼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요가와 명상을 통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경험을 주어 사회 속에서 고립되고 상처받은 개인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치유하고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할 것이다.

교사인 나 자신을 부딪치는 방법의 하나로 해외파견을 생각하고 있다. 교사는 아이들의 롤모델이다. 아이들을 받아들이기 이전에 나부터 열린 마음, 사고를 가져야 한다. 다른 문화를 경험하는 속에서 쉽게 체득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많이 경험하고 더 깊이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내 영혼의 성숙이 올 수 있으며 이로써 아이들의 영혼을 보듬을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

 

10년 뒤엔 나도 아이를 가진 엄마로서 아이들을 내 아이처럼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혼률의 급증 등의 이유로 이제는 싱글맘, 싱글파더 같은 명칭이 낯설지 않다. 하지만 결손가정은 여전히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도 쉽게 감내할 수 없는 조건이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을지라도 이 아이들의 마음 한구석엔 엄마 혹은 아빠의 부재 그 자체로 인한 어둠을 품고 있다. 내 아이처럼, 인간 대 인간으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사의 길을 걸어가면서 다짐한 것이 있다. 넘실대는 행정업무로 아이들과의 수업시간을 지나치지 않겠다. 하루 한번, 삼십분이라도 아이들 개개인과의 상담 시간을 가질 것이다. 상담은 ‘대화’임을 항상 인식한다.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는 이 작은 노력이 아이들에겐 진정한 의미로 다가올 것임을 확신한다. 평소에 관심 있던 심리치료, 상담에 대한 지식을 전문적으로 갖추고 특히 미술치료에 많은 기대를 하고 싶다.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사회현상으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노력도 필요하다. 특히 농촌, 도시외곽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많이 겪을 수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모습, 행동을 그대로 보고 배운다는 것을 소름 돋을 정도로 느낀 것이 이 경우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아시아인, 흑인을 무시하는 백인우월의식이 잡혀있는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므로 학교, 교실에서 교사는 말로만 너희는 다 똑같다, 차별하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라 하기 보다는, 그 자신이 진정으로 열려있어야 한다. 이는 사소한 차이일지도 모르지만, 그 마음이, 미묘한 차이가 다른 아이들에게도, 다문화가정 아이에게도 전해질 것이다.

 

내 직업과는 상관없이 내 삶에서 꿈꾸던 것이 있다. 내 집을 짓는 것이다. 20년 뒤에 나는 어느 섬마을이나 시골에 내 집을 짓고 그곳에서 아이들과 자연에서 살아갈 것이다. 때묻지 않은 아이들의 순수한 영혼을 지켜주고 싶다. 그곳에서 아이들은 진짜 내 아이들이다. 일 때문에 바쁘신 부모님들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다. 밥도 해 먹이고 한 명씩 내 집에서 재우며 이야기도 하고 내 아이들과 형제처럼 자라게 할 것이다. 또한 한달에 한두번씩은 정기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봉사활동을 다닐 것이다. 사회는 점차 인간친화적 능력을 높게 사고 있으며 필요로 한다. 내게도 부족한 능력이지만 아이들을 보고 배우며 계속 노력한다면 충분히 길러질 수 있을 것이고 상호교감을 통해 아이들에게도 그 영향이 미칠 것이라 생각된다.

 

30년 뒤에는, 내 지난 교육생활을 돌아보며 반성도 하고, 다른 교사들에게 많은 영향, 영감을 주고 싶다. 아이는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다. 그 자체로 성숙한 인격체이며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처음에 나의 비전에서도 말했듯이 내 앞에 있는 사람, 이 아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로 인식하고 그 순간만큼은 온 정신을 바친다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존중받는다고 느끼며 이러한 교육 효과는 대단하다. 강연, 출판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 간단한 진리를 자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혹은 장학사, 교장이 되어 진정한 교육, 진정한 관계가 내 밑에서라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교사들의 울타리가 될 것이다.

 

부모들, 어른들의 문제는, 언제나 자신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종종 그들의 예측은 빗나간다. 이런 가정을 바탕으로 한 자비는 어리석을 뿐 아니라 위험하며 너무도 많은 고통을 야기한다. 이를 보살피고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관계에 있어서 진정성을 회복하는 것이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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