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이들을 참 좋아합니다. 제가 이렇게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사실도 새삼 1학년 때 처음 나간 교생 실습을 통해 깨닫게 되었구요. 제가 ‘선생님을 잘 할 수 있겠다’ 라는 이런 무한한 자신감을 갖게 된 것도 교대에 들어와서입니다. 사실 교대에 들어온 여느 다른 학생들처럼 어렸을 적부터 꿈이 선생님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남들에게 인정 받는 직업, 돈 많이 버는 직업을 가져야만 성공하는 것이라 생각 했습니다. 학창시절 딱히 제 적성에 대해 생각해 본적도 없고, 그저 공부 열심히 해서 남들이 ‘좋다좋다’ 하는 직업을 가져서 떳떳이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공부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한 후부터, 제 장래희망란에는 어김없이 의사, 약사 라고 적었던 게 기억이 납니다. 솔직히 수능에서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면 약대를 선택하지 않았을까...그 때는 약대를 간 친구를 부러워 하기도 했고, 그 만큼의 실력을 갖추지 못한 제가 밉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선택한 학교가 교대였고, 당연히 떠밀려오는 심정으로 학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학년 4월 첫 교생실습에서 제 마음가짐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저 아이는 행동이 참 예쁘네, 어 이런 아이도 있고, 오 저 아이는 저런 행동을 하니 참 기특하네’ 짧은 일주일이었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모든 시간이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 내가 노력한다면 난 정말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겠는데?’ 라며 그저 자신감만 넘쳐 났던 2년전 제 모습입니다. 하지만 첫 교생실습은 저에겐 좋은 시발점이 되어 주었습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이젠 약대를 간 친구가 전혀 부럽지 않습니다. 보람 있고 행복한 직업은 약사보단 선생님 이라고 전 이제 제 스스로에게 자신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예비교사로서 ‘선생님’ 이란 직업은 어떤 직업보다도 중요하고 의미 있는 직업 이라고 누구에게나 떳떳이 말할 수 있는 제가 되었습니다.
저는 매사에 감사하며, 모든 아이들의 개별성을 인정하고, 사랑과 희망을 주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권위 있는 선생님이 아닌 열린 마음을 가지고, 배움의 자세로 순수함과 진지함으로 아이들과 함께 할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 개개인의 장점을 찾을 수 있는, 그 장점을 키워줄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우리 반 내 학생들 만큼은 싱글 벌글 하는 밝은 얼굴을 가진 학생들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할 것이며, 전 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무한한 행복감을 느끼는 그런 교사가 될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교사는 ‘나’ 라고 제 자신에게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 5년 후>
저는 고창에 있는 조그마한 초등학교에서 3학년 2반 담임을 맡고 있습니다. 각 학년 2반씩 밖에 없는 조그만 학교지만, 가족적인 분위기에 매일 학교 가는 아침이 즐겁습니다. 이것 저것 학교일에 치이기도 하지만,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면 힘이 불끈 쏫아 납니다. 4년째 이 학교 있다 보니 이제 학교에 대한 애정이 듬뿍 쌓였습니다. 1년 뒤면 떠나야 할텐데 벌써 정든 선생님과 아이들과 작별하려니 걱정이 앞섭니다. 선생님이어서 참 행복합니다. 정말 제가 교대를 선택한 것이 살아오면서 가장 잘 한 선택이란 생각이 듭니다^^
<10년 후>
미리부터 대학원에 가야겠다는 계획은 했었는데, 아이들 가르치는 것에만 집중하다보니^^; 이제야 다니고 있습니다. 전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초등영어교육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대학시절 두 달 동안 다녀온 어학연수에서 영어에 대한 큰 흥미를 느꼈거든요. 이렇게 제가 좋아하는 영어를 아이들에게도 좀 더 재밌고 신나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전공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0년 후>
3년 전 캐나다에 왔습니다. 해외에서 선생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가족 모두 함께 이 곳에 오게 되었습니다. 대학원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하면서 실력도 쌓고, 계속 노력해 왔던 덕택에 이런 좋은 기회가 저에게 온 것 같습니다.
제 영어 가르치는 실력은 놀라보게 향상되었구요. 모든 과목을 영어로 가르칠 수 있으니 말이죠. 이제 영어도 현지인처럼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영어전담교사가 되어서 아이들에게 최고로 재미있고 알찬 영어수업을 해줄 자신이 있습니다.
<30년 후>
저는 한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되었습니다. 평교사로 계속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도 뜻 깊은 일이라 생각했지만, 저만의 빛깔을 띤 학교를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길을 선택했습니다. 뭐 평교사 때보다 월급이 많긴 해도 행복감은 그 때에 비해 조금 덜 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선생님은 아이들과 부대끼며 생활할 때가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 요새 큰 낙이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저의 20~30년 전 제자들이 한 달에 한 두 명씩 은 절 찾아옵니다. 많이 변한 모습들이지만, 전 얼굴과 이름 모두 다 또렷하게 기억을 합니다. 제 학생들이니깐요. 따뜻한 사람으로 잘 성장해 주었네요. ‘고맙습니다.’ 라는 말이 하고 싶어서 먼 곳에서도 나를 보기 위해 찾아와 주는 제자들이 있기에 40년 되는 교직생활이 부끄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