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에 들어오기 전 mbc에서 방영하는 ‘열다섯 살, 꿈의 교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고 감동하여서 3부를 다 챙겨보고, 코멘트도 잊지 않으며 가슴 설레던 때가 있었다. <1년쯤 쉬어도 괜찮아>,<꼴찌라도 괜찮아>,<엉뚱해도 괜찮아>라는 3부작인 다큐멘터리는 낯선 외국인 친구의 생활에 비친 핀란드와 아일랜드, 스웨덴 등 외국의 교육 환경을 보여주었다. 야자와 치열한 대학입시, 성적 고민으로 얼룩진 학생들의 표정, 유치원생도 피해갈 수 없는 경쟁의 소용돌이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과 전혀 다른 외국의 교육 현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이루 말할 수 없는 신선함을 느꼈고, ‘내가 해야 할 무엇'을 발견한 기분에 가슴 속에서 뜨거운 무언가를 느꼈었다. 그래서 수능이 끝난 후엔 ‘핀란드 교육’이라는 책과 ‘좋은 교사’ 등의 책을 사서 읽고, ebs의 ‘세계의 교육 현장’을 꼭 챙겨보며 좋은 교육을 위해 내가 할 일을 고민하는 시간을 즐겁게 여겼다. 간혹 몇 몇 분의 선생님들이나 친척어른들이 내가 교대에 갈 것이라는 말을 들으시고는 ‘왜 그렇게 작은 일을 하려 하느냐’, ‘교사하려고 똑똑한 애들이 교대로 몰리는 것이 말이 되냐’는 등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마음의 동요는커녕 교육에서 ‘교사’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으며, 교육이 이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내가 더 노력해야겠다는 의욕이 커졌을 뿐 이였다.
이런 나는 그렇게 간절히 바라던 교대에 입학하여 꿈을 향한 한 걸음을 내딛었다. 새터에 가고 엠티를 다니며 대학 문화를 즐겼고, 연애를 하고 있으며, 많은 학생들이 그러듯 좁은 교대와 단조로운 학교생활에 권태로움을 느끼기도 했다. 학년이 올라가며 임용과 가산점 걱정을 하기 시작했고, 나중에 내가 받게 될 월급에 대해 친구들과 심각하게 토론을 하기도 했다.. 좋은 교육을 위한 뜨거운 고민과 ‘내가 해야 할 무엇’에 대한 소명 의식은 내 마음 어딘가에 조용히 가라앉아 있는 것 같았다. 문득 두려움을 느꼈다. 지금 이렇게 변한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이 상태로 교사가 되는 것은 더욱 끔찍하고 창피한 일이라고 느껴졌다.
학기 초에 사회 교수님이 미리 일러주신 ‘비전세우기 과제’와 홍세화씨의 인상 깊었던 특강, 그리고 친구와의 대화 속에서 느낀 ‘열정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나는 다시금 고민에 빠지게 되었고, 다시 의미 있는 나날을 살고 있다는 느낌에 스스로 나를 존경할 수 있게 되었다.
우선 나는 교사 생활을 하는 모든 시간을 ‘스스로 나에 대한 자존감과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교사’로 살고 싶다. 나 스스로에게 떳떳하고 싶다는 것이다. 아무런 목적의식 없이 그저 아침에 억지로 깨서 저녁을 기다리며, 모든 일을 그저 쉽게 끝내고 싶다는 게으름에 빠져서, 그 때 그 때 맛있고 재밌는 것을 찾으며 사는 때에는 자연스럽게 우울한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내가 그런 나를 인정하기 싫고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의 교사라면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치는 축복을 그저 ‘빨리 끝내고 싶은 일’로 만들어 버릴 것이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대하며 올바른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는 교사는 우선 자기 자신에 대한 존경심을 가질 수 있도록 건강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가슴 속에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며 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또한 독선과 편견에 빠지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세계와 아이들을 애정이 담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항상 열린 자세로 아이들과 대화하려고 하며, 학교라는 사회에서 생길 수 있는 갈등 상황에서 원칙을 지키되 유연하게 행동하도록 노력하며, 여러 분야의 다양한 책을 가까이 하여 독서를 통해 세상과 인간을 바라보는 눈을 키우고 싶다.
교사 생활을 하는 동안 내가 맡아 가르칠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작은 우주’라고 생각하여 아이들의 개성적인 생각과 느낌을 존중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그래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르고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사고를 하며 각자의 꿈을 품어 나가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주변 사람들에게 까지도 긍정적인 영향을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마음 따뜻하고 이웃의 귀감이 되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교사로서의 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5년 뒤 나는 의욕과 열정을 가지고 하루하루 배워가는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학급을 운영하며 아이들과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그 안에서 말랑말랑한 아이들이 서로 뭉치고 부딪치고 어울리며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한 세계를 만들어주고 싶다. 특히 아이들이 책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책 읽는 즐거움을 배울 수 있도록 독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다. 또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거나 대학원 과정을 막 시작할 때라고 생각한다. 교원대학교 대학원에 진학하여 국어 교육에 대해 더 깊은 공부를 해보고 싶다.
10년 뒤에 나는 아이들과 여러 해를 보내며 조금 더 성숙한 교사가 되어 있을 것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나의 소신도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독서 교육에 대한 학습 자료를 다른 선생님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인터넷 블로그를 운영하고 싶다. 또 예전부터 꿈꿔왔던 북유럽 유학을 다녀오고 싶다.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던 핀란드의 교육 현장에 직접 가서 상대 평가가 아닌 ‘자기 평가’와 ‘절대 평가’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 그리고 교실 내에서의 경쟁을 금지하고 협동을 추구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실제로 겪어보고 싶다. 또한 이때부터 박사 과정을 준비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현장에 나가 참교사가 될 예비 교사들을 가르치고 싶은 꿈이 있기 때문이다. 교대에 들어와서 여러 학기 동안 만나 뵙게 된 교수님들 중엔 정말 우리에게 감동을 주시거나, 생각할 문제를 제시해 주시거나, 잊고 있던 열정을 들춰내 주신 교수님들이 계셨다. 나 또한 20년 후에는 예비 교사들이 좀 더 깊은 생각을 하며 좋은 교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한 줌의 도움이 되는 교수가 되고 싶다. 현장에서 쌓은 경험과 공부한 내용 그리고 삶에서 터득한 것들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게 감동을 주는 교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점점 자신만의 독특한 생각과 솔직한 감정 표현을 잃고 틀에 박힌 글짓기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학년이 올라가면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사고와 창의성을 마음껏 들어내면서 좀 더 글의 논리를 확실히 다지고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 글을 쓸 수 있도록 돕는 글쓰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읽는 것에는 어느 정도 친숙함을 느끼지만 ‘글을 쓰는 것’은 특정한 직업적인 활동으로 보는 인식을 바꾸고 삶 속에 글 쓰는 활동을 하나의 기쁨으로 느낄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 30년 후에는 내가 하던 활동을 성실하게 이어가며 이 때 까지 내가 연구해온 성과를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다시금 확인하기 위해서 책을 출판하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오랜 시간 공들인 책 한권을 내는 것이 작은 꿈이었다. 내가 밟아온 과정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남은 삶 동안 하나의 지표로 삼으면서 현재 생활에 안주하지 않고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데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