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교사의 꿈을 언제부터 가졌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라는 꿈 하나만을 가지고 21년 지금까지 살아왔습니다. 물론 어릴 때 중고등학교 선생님을 할까 초등학교 선생님을 할까라는 고민도 많이 했었지만 어찌됐건 저는 교직이 나의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으로 이 목표 하나에만 집중해 오며 살아왔습니다. 친구들이 저보고 '쟤는 교대 아니면 아무 대학도 안 갈 것 같다' 라는 말까지 했었으니깐요.
초등학교 때는 정말 저희 담임선생님들의 모습에서 굉장한 존경심을 느꼈었습니다. 정말 담임선생님은 못하시는 것 하나 없으신 것 같고 다재다능하신,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다른 아이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갔을지 모르지만 저에게는 정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그 때 제가 이미 교사의 꿈을 지니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요...
하지만 저의 초등학교 교사가 되겠다는 꿈은 중, 고등학교를 지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진학해 올라간 중학교,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초등학교 선생님과는 다른, 어쩌면 초등학교 선생님보다 더 재미있고 기억에 남을 만한 교직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전공과목 한 가지에 집중해서 공부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그래도 좀 컸기 때문에 선생님과의 자연스러운 대화와 함께 어울린다는 것이 초등학생 어린 아이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수능 원서를 교대 두 곳과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지원을 했고 전주교대와 사범대 국어교육과를 둘 다 합격 해 놓은 상태에서 고민을 하였습니다. 정말 그때 당시에 제가 가고 싶었던 학교는 사범대였지만 현실적인 경쟁률로 보았을 때는 나중에 선생님 되기 쉬운 곳은 교대이고 또 어렸을 때부터 꿈꿔왔던 것은 초등학교 교사이지만 중, 고등학교 교사가 왠지 더 재미있을 것 같고...
저는 결국 교대를 선택했습니다. 마지막에 제가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을 준 건,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지만 제가 어릴 때부터 간절히 꿈꿔왔던 초등학교 교사라는 꿈이었습니다. 물론 사범대와 교육대를 졸업해서의 너무나 다른 임용상황도 제가 교대를 선택하게 된 이유이긴 하지만, 제대로 세상물정도 모르던 한 아이가 꾸었던 초등교사라는 막연한 꿈이 결국 그 아이가 학교 때문에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도움을 주었던 것입니다... 바로 그 아이가 저이구요...
지금은 사대를 뿌리치고 교대에 입학한 것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때 제가 사범대를 선택했다면 과연 지금 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듭니다. 1학년, 2학년 때 나갔던 참관실습이 저에겐 정말 소중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비록 일주일간의 짧은 실습이었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내가 왜 교대를 선택을 했고, 앞으로 내가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초등학생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성장해서 아이들과 원활한 의사소통 속에서 내 전공과목 한과목만 공부를 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중, 고등학교 교사보다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아이들과 함께 여러 활동을 하면서 보내는 교직생활을 하는 것이 오히려 더 즐거울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저는 초등교사라는 골인 지점을 얼마 남겨놓고 있지 않습니다. 나중에 현직에 나가서 정말 어렸을 때부터 존경받는, 아이들을 사랑할 수 있는 교사가 되려는 꿈을 꿨었던 어렸을 때의 저에게 실망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정말 아이들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을 해 볼 것입니다.
5년 후
2015년이 되겠네요. 그때의 저는 발령받은 지 얼마 안 된 신참교사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물론 2년 정도의 교단 경험이 쌓이긴 했지만 아직도 아이들을 제대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왠지 제 능력보다는 의욕이 먼저 앞서는 그런 열정적인(?)교사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네요. 저 나름대로는 아이들에게 잘해주겠다고 달별로 아이들의 생일파티를 한꺼번에 열어주고 그 모습을 보면서 흐뭇해하며 아이들의 일기장을 보고 미소지으며 그 일기장에 코멘트를 달아주고 있을 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그리고는 매일 퇴근 후에는 그날그날 아이들과 있었던 일을 매일매일 기록하면서 또 웃음을 짓는, 그런 사소한 것 하나에도 미소가 지어지고 기쁨을 느끼는 그런 새내기 교사일 것입니다.
10년 후
2020년의 저는 그래도 8년 정도의 교단경험이 쌓인, 그래도 이젠 나름 학급경영도 공문처리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어있을 것 같습니다. 8년 정도 지났지만 여전히 1년이 지나고 새로운 반 아이들을 만나게 될 기분에 설레어 하고 또 헤어짐도 굉장히 아쉬워하는 그런 정이 많은 교사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때쯤이면 저만의 취미생활 하나, 두 개 정도를 정해서 또 다른 저의 소질을 기르고 있을 것입니다. 8년 정도의 교단경험이 쌓인 30대 초반인 그런 제가 되어있겠지만 마음은 여전히 발령받은 초기의 마음과 비슷하게 아이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고 아이들과 함께 같이 뛰어 놀고 싶은 그런 약간은 철부지 같은 교사의 모습을 아직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20년 후
2030년의 저는 벌써 나이가 40대가 된 아줌마 교사가 되어있겠죠. 그때가 되면 처음 발령받았을 때의 그런 아이들에 대한 열정은 조금 식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도 그때쯤이면 아이도 있을 것이고 가족이 있을 것이고 여러 가지 신경써야 할 일이 많고 그러다 보면 아무래도 초심을 잊어버리기 마련이죠... 그럴 때마다 미래의 저는 제 자신에게 계속 되뇌입니다. '처음의 생각, 마음을 잊지마, 지원아' 라고 말이죠... 그리고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교사가 되어서 후배들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아직 위에 계신 선배 선생님들께 배울 점도 많기 때문에 선배 선생님들께 조언을 듣기도 하는 그런 중간다리의 역할을 하는 교사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전히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설레고 아이들과 헤어진다거나 가르쳤던 제자가 졸업을 해 나가면 아쉬움에 눈물을 흘리는 그런 정이 많은 교사의 모습일 것입니다.
30년 후
2040년... 제법 흰머리가 보이는 50대 초반의 교사가 된 저는 아마도 승진하는데 욕심 내지 않고 그때까지도 평교사로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을 것입니다. 학교 경영을 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직접 부대끼면서 함께 지내는 그런 교사로 말입니다... 조금 더 젊었을 때는 시험을 보고 장학사나 사무직을 보는 교육공무원 쪽으로 옮기려고 했으나 교직생활 마지막까지 아이들과 함께 있다가 퇴직하겠다는 신념을 굳힌 저는 더욱더 아이들과 재미있고 유쾌한 하루하루를 보낼 것 같습니다. 나이가 많고 경력이 많다고 해서 후배교사들에게 권위만 내세우는 그런 교사가 아닌 후배들에게 제가 그동안 30여 년 동안 교직에서 배우고 익혀왔던 사실들을 가르쳐 주면서 정말 올바른 교사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 알려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때 쯤 되면 제자들이 하나 둘씩 결혼을 하게 되고 그 결혼식에 참석한 저는 혼자 제자들이 기특한 마음이 들면서 괜시리 눈물을 훔치는 그런 교사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 비전을 쓰면서 저는 괜히 제 마음이 벅차오르고 쓰는 중간중간에 왠지는 모르지만 제 눈에서 눈물까지 글썽거릴 정도의 무언가 가슴 벅참과 설렘을 느꼈습니다. 교대에 입학은 했지만 나중에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겠다는 구체적인 생각은 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 매 학기마다 좋은 성적만을 위해서 공부 했었던 저의 모습을 반성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는 이 길을 선택한 이상, 저는 정말 이런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물론 수업을 잘하는, 교수능력이 뛰어난 교사가 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나중에 한 40년도 더 흘러서 지난 교직생활을 돌아 봤을 때 그동안 나를 지나갔던 제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이들에게 못해준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기보다는 정말 내 열정을 다 쏟아서 아이들에게 바쳤다고 당당하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적어도 저의 제자들이 저를 생각하면 나빴던 기억보다 좋은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선생님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