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전'은 무엇인가. 이 주제로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해보았다. 나는 어떤 비전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야할까?
언젠가부터 사람들에게 나를 소개할 때, 교육대학교에 재학 중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되돌아오는 것은 "아, 선생님이 되시겠구나." 혹은 "선생님이 꿈인가봐요."와 같은 반응들이었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내 꿈은 '교사'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내 꿈이 진실로 선생님이었던 적이 있나 돌이켜본다. 사실 나는 평소 선생님들을 좋아하고 잘 따르던 아이었지만, 나의 직업으로 '교사'라는 직업을 진지하게 고려해본 적도 없었다. 심지어 '선생님이 돼보는 게 어떻겠냐.'는 부모님의 권유에 12년도 넘게 학교 다닌 것도 모자라 평생 학교를 또 다녀야겠냐며 펄쩍 뛰던 나였다.
그렇게 고등학교 생활을 계속하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어릴 때는 보이지 않던 학교의 모순되고 부조리한 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릴 때는 크고 대단해보이던 '선생님'. 그래서 그토록 좋아하고 따랐던 '선생님'. 하지만 '대입'이라는 교육의 목표 아래에서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것을 극히 제약돼있었다. 학생들이 잘못된 행동을 해도 '고3'이라는 벼슬 앞에서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어보였다. 그 때부터 나는 자연스럽게 '교육'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선생님의 역할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학교는 어떤 곳이 되어야 하는가.', '입시 위주의 교육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우리나라의 여건 상 입시 위주 교육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나는 우리나라의 '교육' 조금이나마 변화시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교육'관련 학과에 진학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일반대 교육학과와 교대 사이에서 고민하던 나는 진로 방향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잡혀 있는 교대에 진학하게 되었지만, 일반대 교육학과에 다녔다면 지금쯤 교육을 조금 더 폭 넓게 바라보고,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내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더욱 노력하는 일 밖에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선생님'이라는 칭호에 조금 더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먼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을 많이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에 동아리 활동을 통해 매주 아이들을 만나왔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나의 '부족함'이었다. 기능적인 면이든, 인성적인 면이든지 간에 나는 아직 아이들 앞에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서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이다. 내 부족함이 클수록 내가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적어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 앞에 스스로 당당할 수 있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대학 생활을 하는 동안 더 많이 공부하고 다양한 것을 경험해, 당당하게 '선생님'이라는 이름을 얻고 싶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 선생님이 되면, 열정과 패기 넘치는 모습으로 아이들을 대할 것이다. 일단, 가르치는 데 있어서 실력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은 첫 번째 임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며 배울 수 있도록 연구하고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에게도 더 흥미롭게 다가오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그 분야에 대해 조금 더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능을 갖추고 싶다.
두 번째로는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싶다. 느낀 것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까지 도와줄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경험을 시켜주는 것까지는 관심만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려운 것은 그 경험이 단순한 경험에서 멈추지 않고 경험으로부터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이끌어내는 것이 어려운 것 같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교사의 구체적인 계획과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일 년 단위로, 또는 학기 단위로 아이들과 이루고 싶은 목표를 한두 가지 설정하고 계획을 세워 다양한 활동들을 해 나가고 싶다. 예를 들어 일주일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독서 일기를 쓰게 하여, 글쓰기 능력을 신장시키고 각종 대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권유해준다던지, 악기를 하나씩 익혀 연말에 복지센터와 같은 곳에서 연주회 열기, 교실에 모금함을 설치해 아이들 이름으로 기부를 할 수 있게 하는 활동, 가을이면 교실 바닥에 낙엽을 깔고 자연을 느껴보기, 맨발로 흙 밟아보기 등과 같은 활동을 상황에 맞춰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고, 지성과 감성이 골고루 발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5년 후 나는 이런 다짐들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비슷한 것을 가르치고 비슷한 활동들을 해도 매 해 만나는 아이들이 다르기 때문에, 아이들에 따라 내가 느끼는 즐거움과 보람도 항상 새로울 것 같다. 그런 즐거움과 보람이 있다면 구태여 승진에 얽매이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십년 이상 이런 교사생활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타성에 젖어버린 나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나는 교사 생활을 하는 동안 교육과 관련된 한 가지 분야를 정해 조금 더 전문성을 갖추고 싶다. 아직은 내 관심의 폭이 심리나 아동문학, 복지, 교육 행정, 혁신 학교 등과 같이 넓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는 아직 조금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어찌 되었던 간에 나는 교사로서 열정이 식었다고 느껴질 때에는 과감하게 아이들과의 생활을 접고, 다른 방법으로 교육에 기여할 수 있는 쪽으로 진로를 바꾸고 싶다. 이것이 아이들 앞에서 당당한 선생님으로 남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십년 후에는 새로운 분야에서 어느 정도 전문성을 갖추고 활동을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는 일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정기적으로 아이들과 접촉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교육'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항상 느끼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삼십년 후쯤엔 그 분야에서도 인정받을 정도의 능력을 갖춘 '교육자'가 되어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