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비전
아직도 1학년이었던 때가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그런데 난 벌써 3학년에 올라왔고 3학년의 반절이 지나갔다. 원래 처음 선생님이 되겠다는 마음으로 교대에 들어온 건 아니다. 고등학교 친구들도 내가 교대에 들어갔다는 말을 듣고 의아해하였을 정도로 나와 초등학교 선생님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다른 사람들도 나도 생각하였다. 하지만 난 이미 입학하였고 곧 선생님이 될 예정이다. 1학년 때는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었고 어떤 선생님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조차 할 여유가 없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처음 써보는 레포트, 시험. 정말 빠르게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2학년이 되었다. 하지만 2학년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새로운 수업에 적응하고 적응이 되었다 싶으면 이제 시험기간이 닥쳐있고. 이렇게 나도 모르게 훌쩍 3학년이 되어버렸다. 어느 덧 3학년이 되어보니 내가 정말 선생님의 자격을 갖추고 아이들 앞에 서는 것이 가능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다 할 특별한 준비과정이라고는 없는 것 같고 단지 교과목 수업으로 수업준비와 교생실습. 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에 지금의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건가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 또, 내가 이런 과정-4년간의 시험과 임용고시를 통해 선발되는-을 거쳐서 아이들 앞에 서게 된다면 나도 똑같이 아이들에게 이런 과정을 거치게 만들지 않을까. (물론 현실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변화의 가능성보다는 유지될 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 보인다.) 나는 지금껏 나한테 주어진 길 밖의 풍경을 바라보기만 했지 그 풍경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서 나의 길을 벗어나 본 경험이 없다. 간단히 말해서 그냥 교실에서 나오는 지식은 다 받아먹었지만 그 외의 다른 경험은 없었다. 나의 경험을 빌어 보건데 이런 지식만으로 살아가는건 불행한 것 같다. 요즘같은 사회에서 나와 같은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어느정도의 대학을 나온 사람은 수두룩하다. 이들 대부분이 진정 자기가 평생을 어떤 일을 하면서 행복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잘 모른다. 나도 그랬었고 지금도 종종 고민해본다. 내가 이런 생각을 지금 이 시점에서 하고 있다는 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선생님을 목표로하고 있으면서 다른 길을 생각하고 있는. 그렇지만 나는 선생님이 될 거다. 지금 내가 맛보는 이런 고민이 왜 시작됬는지에 대해서 고민해 본 결과 나에게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그것에 빠져보라고 해줬던 선생님을 만나 보지 못했다. 다들 결국엔 학교시험에서 성적 잘 받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아이가 되기만을 바라는 선생님들이었다. 이 분들을 비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다만 나에게 기회를 주고 나에게 공부가 아닌 다른 일에도 관심을 갖게 만들어줄 선생님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에서 하는 말이다. 어찌됬든 난 내가 겪어보지 못한 이런 선생님이 되려고 한다. 적어도 누군가 ‘넌 커서 머될래?’라는 질문을 받고 당당하게 자기가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 말하고 그 꿈을 지켜나가는 아이들이 되도록 도와주고 싶다. 이게 내가 바라는 교사로서의 비전이다. 물론 어려운 길이다. 하지만 내가 만나게 되는 아이들 중 1명이라고 이런 아이가 생긴다면 선생님으로서 성공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