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교 3학년, 지금 현실 속에 있는 나는 내가 어릴 적 꿈꾸던 나와는 많이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어릴 적 나는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기 좋아하는 아이였다. 글쓰기지도를 하시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매년 봄이면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리는 글짓기 대회에 참가했고 나에게 일기쓰기와 글짓기 숙제는 항상 즐거운 일이었다. 매사에 자신감이 넘쳤던 나는 교내에서 열리는 ‘나의 주장 발표대회’에도 빠짐없이 참여했고 선생님들의 권유로 많은 학생 토론대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학교 방송 반에서 활동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이 좋았던 나는 자연스럽게 아나운서의 꿈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면서 나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 부모님과 떨어져 타지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하게 되면서 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컸지만 우수한 아이들 틈에서 경쟁하고 좌절도 맛보게 되면서 점점 조용한 아이가 되었다. 앞서가고 있는 친구들을 따라가기 위해, 선생님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공부하는 시간을 늘려갔고 좋아했던 책읽기나 글쓰기 따위는 교내 백일장이 열리는 날에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나의 목표와 꿈은 점차 희미해져 갔다. 그러던 중 진로탐색이라는 수업시간에 나의 성격과 적성을 조사한 결과를 받게 되었는데 나의 적성에 맞는 직업 1순위엔 ‘교사’가 적혀있었다. 난 대수롭지 않게 보고 지나쳤지만 부모님께서는 그 때부터 생활기록부 부모님이 원하는 직업을 적는 란에 항상 교사라고 적어 주셨다. 그리고는 교사라는 직업의 좋은 점을 습관처럼 이야기하셨다. 담임선생님 역시 내가 교육학과에 진학하기를 원하셨고 진학상담이 있을 때면 상담은 늘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렇게 난 어른들의 생각에 따라 점수에 맞춰 교육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벌써 3학년이 되었다. 처음 입학했을 때는 이 길이 맞는 길인가 많이 고민도 하고 망설였지만 지금은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옳고 그름이 아닌 나에게 맞는 길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다.
3년 동안 교생실습과 교육봉사, 문화체험캠프, TaLK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서 많은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고 학교 현장의 모습들을 보면서 종종 나의 교사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그다지 긴 시간도 아니었고 나에게 모든 아이들이 마음을 열었던 것도 아니지만 모두가 제각기 다른 색깔과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런 아이들의 마음 하나하나를 이해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섬세한 선생님이 되고 싶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무엇보다도 나의 큰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읽는 것, 이해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인 만큼 지금부터 주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넓은 마음을 가지고 나보다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5년 후, 27살의 나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있을 것이다. 한 학급의 담임으로서 어깨가 무겁겠지만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날 것이다. 아이들 한명 한명과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일기장에 코멘트를 달아주거나 편지를 쓰는 등 소소한 노력들을 하고 학부모들과도 언제든지 학급과 가정에서의 고민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벽이 느껴지지 않는 교사가 되고 싶다. 수업에 있어서도 내가 가진 지식과 다양한 교수법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매 수업에 열정적인 교사가 되고 싶다. 또 대학원에 진학해 아동심리․상담을 공부할 것이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다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도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전문적인 상담교사로서의 역할도 하고 싶기 때문이다.
10년 후, 나는 한 학급의 담임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는 좋은 엄마로 학교에서는 좋은 선생님으로 어느 한 쪽에도 소홀하지 않고 나의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32살의 나는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엄마 같은 상담교사의 역할도 하고 있을 것이다. 틈틈이 시간을 쪼개 전문적인 교사의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많은 연수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싶다. 수업측면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실력 있는 교사가 되고 싶고 아이들에게도 최고가 될 수 있도록 항상 고민하고 노력할 것이다.
20년 후, 나는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호흡하는 담임교사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며 특히 글쓰기 지도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 점점 생각하고 글쓰는 일을 어려워하고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글쓰기의 즐거움과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것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알려주고 싶다. 또한 나는 꾸준히 아동문학을 공부해 온 것을 바탕으로 우리 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동화를 쓰고 있을 것이다. 우리 반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탕으로 한 동화를 읽어주고 간접적인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교훈을 전달한다면 아이들의 인성교육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30년 후, 정년을 앞둔 나는 학교운영에 참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것이다. 그동안 내가 생각해 왔던 학교운영방식이나 교육과정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교사들이 모두 힘을 합해 열정으로 학교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여전히 동화를 쓰고 있을 것이며 그동안 써온 동화와 동시들을 묶어 책으로 출판할 것이다. 더 이상 한 학급의 담임은 아니겠지만 아이들에게 책으로써 마음과 생각을 전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막연히 생각해오던 나의 계획들을 하나하나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직 예비교사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교사로서의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 볼 때마다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애착이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이 계획들을 잊지 않고 실천할 수 있도록 늘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후에 돌이켜 이 글을 읽게 되었을 때 후회 없는,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