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윤리교육과 최서우

미래 교육 2011. 6. 2. 14:54

 

교사로서의 나의 비전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던 학창 시절 나의 열정과 야심찬 포부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처참히 뭉그러졌다. 학창 시절 나를 옭아매고 조여 왔던 모든 것들로부터 해방되어 한 번 맛보게 된 자유는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달콤했다. 한 번 풀린 나사가 다시 조여지기 힘들 듯, 대학을 입한 한 후의 나는 더 이상 예전의 야무지고, 부지런하고, 조금의 빈틈도 없었던 내가 아니었다. 그렇게 나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여기 저기 휩쓸려 목적지를 잃고 표류하는 배처럼 2년의 시간을 아깝게 흘려보냈다.

입학한 지 3년 반 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나의 생활을 돌이켜 보니 참으로 후회스러운 부분이 많다. 더 열심히 했어야 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기는 하지만 좋은 교수님들과 동기들을 만나 이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예전의 열정과 나의 꿈을 되찾았다. 그리고 많은 고민과 생각을 바탕으로 지금 교사로서의 나의 비전을 쓰고 있다.

 

 얼마 전 교육봉사활동을 하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이 일을 계기로 앞으로 어떤 교사가 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먼저 내가 교육봉사활동을 통해 만난 두 명의 아이를 소개하려 한다. 한 친구는 영광이고, 또 다른 친구는 민광이다. 영광이는 정상적인 보통의 아이인데, 민광이는 제 또래의 아이들보다 한참 더딘 지적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임에도 불구하고 한글을 다 깨치지 못한 아이었는데, 복지센터 담당 선생님께서 쉬운 문장을 그대로 베껴 쓰는 연습을 해달라고 나에게 부탁하셨다. 한 글자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집중을 하지 않는 민광이를 달래 가면서 힘겹게 수업을 이어나갔었는데, 마침 새로운 선생님이 한 분 더 오시게 되어 그 선생님이 민광이를 맡아 지도하게 되었다.

 어느 날 영광이와 함께 수업을 하던 중, 새로 오신 그 선생님께서 민광이를 맡아 지도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나와는 그렇게 수업하기를 힘들어 하며 딴청을 피우고 공부하지 않으려 했던 민광이가, 큰 소리로 제스쳐를 취해가며 온 몸을 사용해 가르치는 그 선생님 앞에서 정말 행복해 하며 한글 받아쓰기를 척척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때 나는 내가 가르치고 있던 방식에 많은 문제가 있음을 깨달았다. 이 아이에게 내가 가진 모든 지식을 다 전달해주고자 하는 욕심에 나는 아이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요구하며, 내 뜻대로 열심히 공부해 주길 강요하고 있었던 것이다. 주어진 시간 내에 정말 성심성의껏 열심히 가르쳐 보고자 했던 내 욕심 때문에 정작 재미를 잃은 수업을 만들고 말았다.

 너무나 행복해하며 공부를 하고 있는 민광이의 얼굴을 보면서, 그동안 교육봉사활동과 멘토링 등을 통해 만난 여러 명의 학생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내가 계획했던 수업목표를 다 채우기 위해 아이들을 너무나 힘겹게 했고, 정작 아이들이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요즘 관심있는 것은 무엇인지, 학교생활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아무 것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내가 잘못된 줄도 모르고 수업하기 싫어하는 학생들만을 탓해 왔다.

 학창 시절부터 워낙 마음이 여리고 눈물이 많았던 나는 왕따나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보이는 친구들을 엄청 챙기는 편이었다. 당연히 교사가 되면 이렇게 소외된 친구들을 먼저 생각하고 보듬어주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꿈꿔 왔었는데, 막상 그런 기회가 주어지니 내 욕심을 채우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여하튼 이 사건을 계기로 재미있게 수업하는 교사, 그래서 모든 학생이 빨리 선생님을 만나러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재밌게 구성하여 전달할 수 있는 교사가 되고 싶어졌다. 더불어 내가 늘 꿈꿔왔던 대로 집에서나 학교에서나 충분히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소외된 친구들을 감싸 안으며, 그들 가슴 구석구석에 긍정의 씨앗을 뿌려주고 싶다. 세상의 어두운 면보다는 밝은 면이 더 많이 있음을 알려주고, 나를 만나는 모든 아이들에게 항상 긍정적으로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아는 눈, 누구나 보는 모습과 다르게 보는 새로운 눈을 키워주고 싶다.

 

 

 5년 후의 나는 아직은 서투르고 부족한 부분이 많겠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가는 입장에서, 아이들 한 명 한 명과의 소통을 중요시하며 최대한 아이들과 가까워지려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의 집안 배경이나 성격, 취미 등 사소한 것들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내가 가진 모든 열정, 그들에 대한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 것이다.

 10년 후의 나는 영어 전담 교사로서 학생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활기차게 수업을 이끌어 나가고 있을 것이다. 영어나 중국어 계통으로도 더 깊이 있게 공부해 정말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수업에 임할 수 있도록 내 수업에 있어서만큼은 최고의 선생님이고 싶다. 또한 요가나 재즈댄스 등 내가 자신 있게 가르칠 수 있는 분야 쪽으로도 더 공부해 아이들의 취미생활과 여가시간의 활용을 넓혀주고 싶다.

 시간이 흐르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오로지 아이들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지금의 나에게 승진이 당장 염두 해 두어야 할 사항은 아니다. 20~30년 후에도 나는 역시 교과과목뿐만 아니라 그 외의 다양한 분야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선생님으로서 시들지 않는 열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며, 국내·국외로의 많은 여행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간접 경험을 시켜 줌은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키워 줄 것이다.

 

 

좋은 교사 책에서 읽은 어느 한 구절을 가슴 깊이 새기며,

나를 만나게 될 그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열심히 노력하는 교사이고 싶다.

 

“ 나쁜 행동을 하는 아이를 보면 자연스럽게 그 아이를 나쁘다 생각한다. 그렇다고 아이를 미워하면 안 된다. 하나님이 주신 제자들이니 말이다. 나는 오늘도 여전할 아이들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 않겠다. 왜냐하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죽음으로 가기 전에 만나는 마지막 희망이 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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