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기까지 공부에 전혀 관심 없고 나의 미래에는 더더욱 그러하였으며, 뛰어 놀기만 좋아하는 좋게 말하면 천진난만한 학생이었다. 그러나 내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을 때 내 인생의 멘토와 같은 분을 만나게 되면서 나의 성격과 내 태도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뀌게 되었다.
좋게 말해야 천진난만한 학생이었지만 사실적으로 말한다면 난 생각도 없고 입도 거칠었으며 성적은 반에서 꼴등이나 마찬가지였다. 학력부진아 시험을 보면 유일하게 문제를 틀리던 학생도 나였다. 잘하는 것 하나 없던 나였지만 난 그것마저도 위축되지 않고 내가 뭘 못하는지, 잘하는지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6학년 담임선생님. 당시 선생님께서는 나를 포기하시고 아무런 신경도 써주시지 않던 다른 선생님들과 달랐다. 선생님께서는 학기가 시작하자마자 일기를 매일 써오도록 하셨는데 그 일기를 통해서 선생님은 나에게 끊임없는 칭찬을 해주셨다. 내가 여태 들어보지 못했던 ‘내가 잘 하는 일’을 선생님은 칭찬해주셨다. 과연 정말 내가 잘해서 칭찬을 해주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칭찬을 듣다 보니 여러 가지 칭찬 받은 일들을 정말 열심히 하였고 관련한 상도 많이 탈 수 있었다. 때문에 나는 여태까지와 다르게 ‘내가 과연 어떤 아이인가.’하는 나 자신에 대한 생각도 해 볼 수 있었고 공부와 학교생활은 나와 관련 없는 것이 아니라 진정 내가 해 나가야 할 ‘나의 일’이라는 태도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사람 신경 쓰지 않고 한없이 가벼웠던 나의 성격도 선생님께 칭찬 받고 싶고 다른 사람에게 겸손함도 갖추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면서 차분해지고 나를 절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나서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선생님으로서의 나의 미래’였다. 나에게 관심 없고 혼내시기만 하던 다른 선생님들을 미워하며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질색하던 내가 선생님이라는 꿈을 꾸게 된 것이다. 중·고등학교 선생님도 아니었다. 나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주신 선생님처럼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그 꿈이 지금까지 이어져 나는 꿈의 실현을 바로 코앞에 두고 있는 학생이 되었다. 사실 교대에 들어와 첫 실습을 나갔을 때는 이것이 과연 잘 선택한 일인가 하는 회의가 많이 들었다. 막연하게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과 같은 분이 될 거야.’라는 생각만 해왔지 그렇게 되려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해야 하고 아이들을 얼마나 조심스럽게 대해야 하는지 등 선생님이 되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구체적인 자질을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너무 힘들고 어색했던 것이다. 첫 실습은 그렇게 악몽같이 힘든 시간으로 흘러갔지만 과외를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달랐다. 아이들을 대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그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아이들이라는 존재에 익숙해지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다시 한 번 그 때 담임선생님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항상 ‘일기’라는 매체를 통해 나와 소통해주셨던 선생님.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면 ‘진정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몸소 깨닫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아이들을 대할 때 아주 조심스러워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느껴가면서 아직 겁이 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1학년 때처럼 내가 진정 선생님이 될 수 있는 사람인가하는 고민은 줄었다. 나의 성격을, 태도를, 나 자신을 바꿔주셨던 6학년 담임선생님처럼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하시고 아이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나 자신도 한다면 분명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5년 후, 나는 아직 교사로서의 직업에 서툰 초보 선생님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업무 적응에 힘쓰느라 아이들을 소홀히 하진 않을 것이다. 절대로. 신임선생님인 만큼, 서툴고 어색한 만큼 아이들에 대한 열정, 수업에 대한 열정이 아주 클 것 같다. 학교 업무에 노련해지기 위하여 빨리 노력해서 아이들에게 내 마음의 100%를 쏟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를 할 것이다.
10년 후, 나는 아마도 대학원을 졸업한 상태일 것이다. 사실 대학원에서 전공하고 싶은 것은 아직 불분명하다. 창의성 교육을 위해 미술 교육 좀 더 공부하고 싶기도 하고, 아이들과 좀 더 깊은 소통을 위해 심리를 전공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아이들에게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좀 더 자격 있는 선생님으로서 난 안정적으로 아이들과 재미있는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20년 후, 나는 아마 시골의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내가 항상 바라던 교사상은 아이들과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교사였다. 그런데 도심의 학교에서라면 성적을 너무 강조하느라 제대로 아이들과 깊은 소통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따라서 나는 내 자식들을 어느 정도 키우고 나서 시골 학교로 들어가 아이들과 행복하고 정서적으로 편안한 학교생활을 하고 싶다. 그 학교에서 분담해야 할 업무는 많겠지만 일반 학교에 비해 자유로워 아이들과의 소통이 쉬운 만큼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30년 후, 나는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하는 평교사일 것이다. 내가 학생이었을 때 제일 싫었던 선생님이 승진에 목매 학생들에게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선생님이었다. 나는 승진에 욕심이 없다. 아이들과의 교실 생활을 소홀이 하면서 교장, 교감이 되는 것보다 평교사지만 진짜 선생님 소리들을 수 있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아이들과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소통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내 교사상이 어쩌면 아이들의 학업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 MBC 다큐멘터리에서, ‘과거의 교육이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었다고 한다면 21세기의 교육은 지식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치는 일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가 아이들과의 깊은 소통을 통해 그들에게 무엇이 인간으로서 좋은 태도이고 무엇이 그들이 가질 바람직한 태도인지를 교육한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에 욕심을 내게 되지 않을까. 너무 이상적인 생각이 아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내가 더 노력하여 실현하고 나 자신에게도, 6학년 때 담임선생님께도 떳떳한 이상적인 선생님으로서 자리 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