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국어교육과 강효정

미래 교육 2011. 6. 3. 12:28

 

  내게 학교란 너무도 익숙한 곳이었다. 초등학교 교사이신 어머니의 손을 잡고 등교를 하고, 수업이 끝난 후 어머니께서 담임을 맡으셨던 학급의 텅 빈 교실에서 어머니의 퇴근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소소하게는 분필로 칠판에 낙서도 해보고, 교실에 비치된 학습 자료들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으니, 집에 있는 시간보다 학교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 어머니께서 업무 보시는 모습도 관찰하고, 방학 중 근무하시는 날에도 꼭 따라갔었다. 그렇게 학교에서 살면서(?)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지만 당시 나의 장래희망에 ‘교사’는 들어있지 않았다. 한창 장래희망이 자주 바뀔 법한 초등학생이었지만 한 번도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너무 가까이서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장래희망의 범위에는 넣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교사 생활의 어려움을 이미 어렸을 때부터 옆에서 봐왔던 까닭도 있을 것이다. 장래희망은 종종 막연한 동경에서 시작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교사’가 나의 진로 선택 범위에 들어오기 시작한 건 중학교 졸업반이 됐을 무렵이었다.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나날들이 계속 될 거라 생각했지만 이제는 진로를 생각해야만 하는 시점이 온 것이다. 같은 길을 걸어오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갈림길로 나아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어느 길을 택해야 할 것인지 고민했다. 나는 지난 시간 동안의 나를 떠올렸다.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나를 되돌아보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돌아보니 나는 나 자신이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다. 부모님께서 집에 돌아오시면 학급 내의 아이들 지도에 관해 이런저런 이야기도 해주시고 가끔은 내게도 의견을 물으셨다. 나는 문제 상황에 나를 대입하여 이렇게 지도하겠다고 의견도 내보고,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각도 말씀드리곤 했다. 그때는 당연한 일상생활 중 하나라고 여겨 인식하지 못했지만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사고했던 일들이 평소 나의 의식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이를 깨닫고 나니 그저 평범한 일상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새삼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꿈이 움트게 된 것이다. 그 꿈을 가지고 나는 현재 교대생이 되어 있다.

  교사가 되면 아이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재능이라는 싹에 물을 주고, 햇볕도 쬐어 주며 푸르게 틔우고 싶다. 교사 마음대로 싹을 선별하여 골라내거나 한 방향으로만 자라게 하는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닫아버리는 일이다. 아이들이 높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여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고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다.

 

  5년 후 나는 초임교사로서 한창 바쁜 시기를 보낼 것이다. 수업 준비와 익숙지 않은 업무에 치이며 헤매기도 할 테지만 내가 꿈꿔왔던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욕적으로 수업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수업에 사용한 자료들을 한데 모아 자료집으로 엮고 차기 수업에 보충하고 발전시킬 사항을 연구할 수 있도록 하여 보다 나은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한편으로는 아동심리에 대해 심층적으로 공부하고 싶다.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이 교육함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과 눈을 마주할 수 있는 교사를 목표로 공부에 임할 것이다.

 

  10년 후 이젠 초임교사의 티를 벗고 조금은 능숙해진 교사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삶에도 안정을 찾고 아동심리 공부를 지속적으로 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능력도 갖추어 아이들을 위한 상담활동을 펼치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주고 공감해주면서 아이들의 쉼터가 되어주려 한다. 아이들과 지속적으로 상담을 하며 아이들을 늘 지켜봐주면서,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나의 역할을 계속해서 수행해나갈 계획이다. 아이들 각자가 자그마한 꿈을 품고 나아가는 길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기반을 닦아주고 일으켜 세워줄 것이다.

 

  20년 후에는 학교에서도 중견 교사의 위치에 있으면서 약간의 매너리즘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초임의 열정을 잃은 채 빛바랜 모습으로 주저앉을 여유조차 느낄 수 없도록 끊임없이 자신을 계발하여 나갈 것이다.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다시금 열의를 불태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나를 계발한다는 것은 원활한 수업 지도를 가능하게 하고, 이는 곧 아이들의 능력 계발로 이어진다. 교사가 주저앉아 의욕을 잃게 되면 그 영향 또한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가게 된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교사가 되도록 부지런히 달리고 또 달릴 것이다.

 

 

  30년 후에는 교직 생활의 막바지에 접어든다. 여건상 초임 시절만큼의 활동력은 없을 지라도, 신념만은 초임 시절 그대로를 유지하며 아이들과 함께 할 것이다. 가르쳤던 제자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나를 기억해준다면 내가 헛된 일을 하지 않았구나 하는, 교사 생활의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교단에 설 수 있는 여력이 있을 때까지는 아이들의 꿈을 키워주며 교직생활을 마무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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