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실과교육과 최윤미

미래 교육 2011. 6. 3. 22:56

이제는 고백하고 싶다.

초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두 사람이 생각난다. 5학년 때, 우리 반 선생님은 악명이 높은 분이셨다. 아이들에게 주먹질과 손찌검을 하시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곤 했다. 물론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폭언도 서슴없이 하시곤 했다.

이런 선생님과 함께 떠오르는 친구가 있다. 그 아이는 우리 반의 왕따였다. 그 때는 왕따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지만 지금의 표현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그 아이는 집이 동네 산 아래에 있는 비닐하우스라는 소문의 주인공이었고, 수업시간에 국어책을 잘 읽지 못하는 아이였고, 잘 씻지 않고 학교에 오는 아이였다.

남자아이들은 그 아이에게 숙제를 대신 시켰고, 때리기도 하고 무시하며 같이 놀아주지 않았다. 여자아이들은 직접적인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그 아이와 함께 하지 않으려했고 뒤에서 그 아이의 소문과 모습을, 행동을 수군대곤 했다. 물론 아예 말을 같이 안하거나 지금의 왕따처럼 집단폭행을 하고 교과서를 없애고 그러지는 않았다. 그 아이는 그저 우리가 다함께 무시해도 되는 아이였다. 나 또한 그 아이들 중의 하나였다고 이제는 고백하고 싶다. 변명을 하자면 그 때의 우리는 무지했다.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의 이러한 행동들에는 선생님의 방관 혹은 부추김이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그 아이를 무시하기 일쑤였다. 5학년이 되어서도 국어책을 잘 읽지 못하는 그 아이를 수업시간마다 면박을 주고 상처가 될 수 있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시곤 하셨다. 선생님의 이러한 태도는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그 아이에게 그래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우리의 행동을 방관하시는 것이셨다.

그 때 당시에는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예전보다는 조금 더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있는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문득 그 아이가 떠올랐다. 그리고 그 이후로 그 때의 그 기억은 나에게 줄곧 죄책감으로 남아있다. 비록 직접적인 행동을 하진 않았지만 그 때의 난 왜 힘든 환경에 있는 그 아이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했을까, 혹시 그 때의 우리의 행동 때문에 그 아이의 인생이 달라진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혀왔다.

그 때 그 선생님이 우리에게 올바른 길을 가르쳐주셨다면, 우리의 행동의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야단을 쳐서라도 가르쳐 주셨다면 하는 생각이 든다. 5학년 때의 선생님은 그 아이뿐만 아니라 나머지 36명의 학생들에게 상처를 남겨준 것이다. 그 아이는 직접적으로 우리에 의해, 선생님에 의해 상처를 받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지금의 나처럼 죄책감이라는 감정을 안고 살아야만 하고 또 어떤 누군가는 아직도 자신의 잘못을 인지하지 못한 채 그런 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선생님은 우리 반 아이들 모두에게 잘못을 하신 것이다.

이러한 경험에서 나는 선생님이라는 존재가 반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결심했다. 비록 그 아이를 찾아 용서를 구할 수 있는 용기가 지금은 없지만 나의 상황에서 나름대로 속죄하면서 살아가려 한다. 또 다른 그 아이가 생기지 않도록, 또 다른 나와 같은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항상 아이들을 생각하고 또 이를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서 말이다.

 

 

이러한 선생님이 되기 위해 5년 후의 나는 아마 선생님을 하면서 대학원 수업을 듣고 있을 것 같다. 일반대학교에서 상담이나 심리와 같은 과목을 공부하면서 아이들의 심리를 더 잘 알려고 노력하고 싶다. 그리고 상담을 배워 가정환경이 힘들거나 혹은 처해있는 상황이 힘든 아이들,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 왕따를 하는 아이들의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싶다.

 

20년 후에는 현재 맡고 있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졸업한 아이들도 언제나 찾아와서 상담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어 그 아이들 평생에 있어서의 멘토가 되고 싶다.

 

40년 후의 나는 후회 없는 교직 생활을 보내고 은퇴를 앞둔 선생님이길 바란다. 그 아이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그 때엔 그랬어야 했는데 하며 후회할 틈 없이 아이들과 함께 했던 추억만을 안고 학교 현장을 떠나고 싶다. 그리고 가끔씩 찾아오는 학생들과 즐겁게 추억을 되돌아보며 은퇴 후의 인생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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