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미술교육과 이현지

미래 교육 2017. 6. 18. 23:26


 초등학생 시절 장래 희망을 써 내라고 할 때마다 꿈이 바뀌었던 것이 기억난다. 사실 진짜 하고 싶은 것은 있었지만, 그것이 내 장래 희망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기에 자신감이 없었던 탓이었다. 전체적으로 크게 부족한 부분은 없지만 크게 도드라지는 재능도 없어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 자신에 불만이 많았다. 하다못해 공부라도 더 잘했다면 지금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지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는 드문드문 고개를 든다. 

 말하자면 입학하기 전까지 교사의 꿈을 품었던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학교 자체를 좋아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장래희망을 자주 바꾸어 적어 내면서도 선생님이 한번도 언급된 적이 없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수험생일때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에 고통받았다. 가망이 없는 모의고사 성적탓에 결국 본래 진학 희망을 비틀어 교대를 목표로 하게 되었을 때,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을 가슴에만 묻어두기로 결심했던 그 시절의 좌절감을 한 번 더 겪었다.

 사람은 실패의 경험을 자주 겪게되면 좌절과 포기를 학습하게 된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며 함께 졸업한 나의 꿈이 온전한 자의지라고 보기는 힘들었다. 흔히 애늙은이라고 하는 아이들은, 주변 어른의 영향을 그대로 보여주는 거울이다. 나이가 두자릿수가 막 되었던 시절 부모님의 "너가 그렇게 재능 있는 것도 아니잖니. 공부나 열심히 하렴." 이 한 마디는 다섯 살 때부터 매일 그려서 모아두었던 천 장이 넘는 그림을 전부 찢어 버리고 연필을 잡지 않게 할 만큼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내 손을 잡으며 안정적 수입이 보장된 교사를 해야한다고 일렀던 음성이 귓가에 울리곤 했다.

 당장 다음 학기가 되면 실제로 초등학생들과 지내면서 수업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내후년이 되면 내가 담당할 반이 생기게 된다. 어떠한 포부보다도 나는 아이들이 애늙은이가 되지 않도록 말하고 행동하고 싶다. 우리 딸은 철이 빨리 들어서 기특한 소리만 한다는 칭찬을 받기 위해, 큰 돈을 필요로 하고 안정적이지 않은 직업은 차례차례 지워나간 과거를 내 학생들에게서 보고 싶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쩌면 나는 천직을 찾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제 자라나는 학생들을 대하는 데에는 쉬운 점이 하나도 없다. 우리 반 아이들만큼은 조건을 재지 않고 본인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이 길을 찾아오는 과정이 내 기억속에서 고통으로 남아 교사로서 더 먼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하지 못했으나, 긍정적인 것을 학습하도록 하고 싶다는 의지만은 생겼음을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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