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실과교육과 박정규

미래 교육 2018. 5. 28. 19:26

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왕따였다. 친구들의 사정을 알려 하지 않고 남에게 무관심했다. 오로지 나 자신만의 이익을 생각했다. 나름 활달하다고 생각되는 성격 때문에 처음에는 곧잘 친해졌지만 이내 따돌림을 당했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그들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조롱과 모욕 뿐이었다. 친구들이 나에게 던진 말들은 나의 마음을 찌질하게 만들었다. 악순환이었다. 나는 찌질한 행동거지를 하는 찐따였고 친구들은 나를 더욱 철저히 무시했다.

고등학교에 와서야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생겼다. 덕분에 친구들을 사귀고 공부에도 집중할 수 있었지만 아직 또래애들과의 인간관계가 서툴렀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에게 또래집단은 우월감과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중요한 집단이라는 것은 대학에 와서야 배웠다. 하지만 이미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면서 형성된 내 인격은 변해있었다. 여전히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싶은 욕구가 결핍된 채 살아가는 것 같다. 남을 배려하는 데도 익숙치 않다. 내 마음은 상대를 위하지만 내 행동은 상대를 위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사람이 왜 사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이왕 세상에 나온 거 행복하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교육을 하는 이유도 자아실현을 통해 개인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이다. 사람의 행복은 삶의 만족도와 감정적 행복으로 2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한다. 삶의 만족도는 경제적 여유와 깊은 관련이 있다. 이와 달리 감정적 행복은 돈보다는 욕구충족, 예를 들어 배움과 성장의 욕구, 관계의 욕구 등과 관련이 있다. 사람이 경제적으로 부유하더라도 이 욕구가 충족이 안되면 불행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따라서 감정적 행복을 느끼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해야 한다. 안나 프로이드에 따르면, 만약 이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개인의 삶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비합리적인 방어기제가 발현한다고 한다.

일부 영재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적 욕구가 왕성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러한 기본적 욕구가 더 강한 것 같다. 따라서 초등교사의 역할은 이런 욕구들을 어떻게 건전한 형태로 표출하는 방법을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 깨우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그렇지 못했다. 10여년 나는 그저 무언가가 결핍된 채 살아가는 아이였다. 내가 교사생활을 하면 그때의 나보다 더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내는 아이들과 함께 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나의 교육에 영향을 받아 커서 자아실현을 하며 행복한 삶을 보냈으면 좋겠다. 

내가 초등교사가 되려는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3년 전 이기적인 나는 안정된 직장이라는 세속적 이유로 교대를 왔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원하는 교육을 행할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의 교육적 이상이 원대하더라도 결국 그 표현은 '수업'과 '생활지도'라는 형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듬어주어야 한다. 가끔 아이들이 귀찮고 싫어질 때가 있더라도.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나는 자신의 부족함을 느끼며 배움에 정진해야 할 것 같다. 끝으로 어렴풋이 생각만 있었던 비전을 글로 구체화할 기회를 주신 박상준 교수님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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