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로서 나의 비전
20160112 과학교육과 이여경
교사는 사람을 만드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이란 예측할 수 없는 존재이다. 특히 정서적 측면에서 불가변의 요소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가르칠 아이들이 모두 우리의 기대대로 자랄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과연 앞으로 긴 인생을 살아갈 아이들에게 그 길목의 초입 어느 부분에 서있을 교사 한명이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학교를 다니면서 ‘한 학기가 지나면 그 반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 성향을 닮아있다’ 는 말을몇 번 들었다. 아이들이 교사의 거울임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말이다. 처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말이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교사의 성향은 분명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과연 나는 교사로서 아이들이 닮을만한 사람인가?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길 원하는가? 미성숙한 아이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자라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가?
지금의 내가 아이들이 닮아도 좋은 사람인지 나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교사로서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닮을만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그 기준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행동할 거란 사실이다. 교사의 가식은 아이들 눈에 보이기 마련이다. 또한 행동하지 않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결국 아이들에게서 일그러진 실체로 나타나게 된다. 아이들이 본받을만한 행동을 정말 실천으로 옮기는 교사, 그리고 무엇이 아이들에게 올바른 일인지 고민하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 이는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더 좋은 교사로서의 삶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지와 가르침에 대한 지식과 철학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교사라는 직업을 삼고 있는 한 나는 스스로와 내가 만날 학생들을 위해 언제나 공부하고 고민하는 사람일 것이다.
또한 아이들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교사가 되고자 한다. 교사는 1년 동안 아이들의 잔 줄기를 튼튼히 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아이들은 교사가 계획한 대로 교사를 닮은 튼튼한 줄기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에게는 수많은 잔줄기가 남아있다. 아이가 다른 잔 줄기를 키우고 싶어 한다면 그것이 범죄이거나 다른 아이에게 피해가 아닌 한 최선을 다해 키워줄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의 줄기가 앞으로 튼튼하게 자랄 토대를 만들어줄 뿐 그 모양과 개수는 아이들의 자유로운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교사로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똑같은 아이들을 만들기보다,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최소한의 ‘바람직한 토대’를 만들어준 후 선택의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것이 자신만의 특별한 인생을 살아가는 연습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훗날 아이들이 좋은 기억으로 간직하는 선생님이 된다면 눈물이 날만큼 감동적이겠지만 만약 그러지 않더라도 좋다. 막 인생의 싹을 틔운 아이들에게 양분이 가득한 물 한 컵, 흙 한 줌 줄 수 있다면 그것이 교사의 보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