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이든 남들이 멀리서 보기엔 쉬워 보이기 마련인데 초등학교 교사는 그 중에서도 제일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직업이다. 그리고 대입성적 같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보기에 '유능한 초등교사', '실력 있는 초등교사'는 없다. 대신 문제가 되는 사건이 일어나면 '아동 발달에 가장 중요한 시기에' 엄청난 영향을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초등교사'에 대한 비난이 쏟아진다. (물론 문제 행동을 한 교사의 잘못은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이렇듯 초등교사라는 직업은 내가 한 일의 양과 노력에 비해서 남들의 인정이나 뚜렷한 성과가 없고, 그에 비해 책임감은 막중하다. 그래서 내가 초등교사가 되었을 때 쉽게 무기력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신입교사 때는 열의 넘치게 수업을 준비했다가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수업과 학생들을 몇 번 경험하다 보면 회의감이 들 것 이다. 그러다 보면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과, 창의적이고 새로운 수업이 중요한 게 아니라 수업 한 시간을 어떻게든 흘려보내는 게 목표가 될지도 모른다. 폐쇄적인 나만의 교실에서 남들이 아무도 보지 않으니 그냥 대충 수업하고 끝내자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 것 같다. 이런 걱정을 하는 나에게 초등교사로서의 동기부여가 끊임없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동기부여는 어디로부터 받을 수 있을까?
나는 고등학교 교사가 제일 보람이 클 것이라고 생각했다. 곧 성인이 될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니 학생들이 졸업한 후에도 고등학교 교사를 제일 친근하게 대하고 찾아주기 때문이다. 반면에 초등교사는 학생들이 졸업을 하고 나면 선생님을 찾아가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하지만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려보면 선생님으로부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시기이기도 하다. 공부에 관심이 없던 내가 한 선생님의 칭찬의 영향으로 공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여 고등학생 때까지 공부에 대한 동기를 얻었다. 나는 학업에 영향을 받았지만, 초등학생은 지식교육 못지않게 인성교육도 중요하다. 특정 행동에 대한 교사의 반응이 학생의 인격이나 자존감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학생들의 건강한 인격형성을 위해 좀 더 세심하게 반응하고 지도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이러한 나의 영향력을 생각하며 교사를 하다보면 내가 학생들의 인생 중 중요한 시기를 함께 하고 있고, 그런 학생들의 기억에 좋은 영향과 동기가 된 교사로 기억에 남는다고 생각하면 나의 교사 생활에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것 이다.
또 나를 좋아해주는 학생들로부터 원동력을 얻는 교사가 되고 싶다. 나는 초등교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은 단연 학생들에 대한 애정이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없이는 좋은 수업에 대한 연구도, 올바른 지도에 대한 생각도 무의미 해진다. 1학년 교생 실습을 나갔을 때 내가 맡았던 반의 담임선생님이 인상이 깊다. 일주일간 수업 참관을 하면서 초등학생들의 말썽, 질투, 짓궂음 등을 다 보고 왔는데 담임선생님은 그런 학생들의 속을 꿰뚫고 계셨다. 학생들 속이 뻔히 보인다면서 그 행동을 미워하기 보다는 귀여워하시면서 그러한 행동의 이유와 학생들의 심리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다. 학생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상처받지 않고 바르게 행동하도록 지도하셨다. 이 때 교수능력만이 좋은 교사를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한 교사의 애정으로부터 학생들을 위한 수업과 지도법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럼 학생들은 교사의 지도에 대해 일방적 복종이나 반발심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교사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이 생기고 서로 간의 소통이 이루어지게 된다. 우호적 교사-학생 관계와 애정은 교사에게 가장 큰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