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싶었다면 공무원 시험을 보았을 것이다.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면 개인 사업을 시작했을 것이다. 그렇다. 나에게 있어 초등교사라는 직업은 어떠한 메리트도 없었다. 단, 직업의 메리트를 단순히 안정적인 것 혹은 돈 많이 버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 말이다. 초등교사라는 직업에 호감을 갖게 된 건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의 영향 때문이었다. 강원도에서 오신 그 선생님은 젊고 유머러스한 남자선생님이셨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냥 그 선생님이 좋았다. 선생님께 관심 받고 싶어 그 때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불과 1년전 만 해도 50점 혹은 60점의 받아쓰기 점수를 받아오던 아이가 1년 내내 반 1등의 자리를 놓치지 않는 아이가 되어있었다. 선생님은 굉장히 다정하시고 또 친절하셨지만 동시에 굉장히 엄하시기도 하셨다. 선생님 덕분에 학교라는 곳이 좋아졌고 학교 가는 게 즐거웠다.
초등교사라는 직업을 본격적으로 꿈꾸게 된 건 중학교 때 어머니의 말씀 덕분이었다. 초등학교와 달리 중학교에 와서는 굉장히 다양한 과목들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나는 국어가 좋아.’, ‘나는 체육이 좋아.’라고 말하는 친구들과는 달리 어느 하나 마음에 드는 과목이 없었다. 시험 성적 또한 어느 하나 유별난 과목이 없었다. 나는 그것이 나의 단점이라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께서 명쾌한 해답을 내어주셨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전 과목을 가르쳐야 하니까 수민이 너한테 딱 맞겠다.” 물론 교사가 되고 싶다고는 어느 정도 생각했었지만 덕분에 명확한 목표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이후 나에게 있어서 공부란 단순히 선생님께 관심 받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닌, 교대 진학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
운이 좋았다. 가까스로 교대에 붙었다. 내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다. 너무나도 기뻐서 나도 모르게 컴퓨터 앞에 앉아 소리를 질렀다. 고3 내내 이 꿈 하나만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꿈을 위해 무언가 노력하고 있다는 게 힘들지만 행복했다. 그러나 교대 합격과 동시에 더 이상 내 꿈은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물론 교대 합격이 교사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지만 거의 그렇다는 주위의 말들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없었다. 생각해보면 교사가 아니라 교대 합격이 내 꿈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수험생에서 벗어났다는 해방감에 기쁘기도 하였지만 오히려 정신적으로는 많이 힘들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시체다.’라고 누가 말했는지는 몰라도 이 말에 굉장히 동의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솔직히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듣진 않았다. 열심히 공부하지도 않았다. 물론 어떤 이유로든 그 핑계를 댈 순 있겠지만 목표가 없어서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은 많이 해볼 수 있었다. 시간이 많았으니까. 평소 같았으면 귀찮다고 신경도 안 썼을 것들을 일부러 신경 쓰기 시작했다. 주어진 환경에 질질 끌려 다니는 삶을 살기 싫었다. 내가 하고픈 것, 내가 하고픈 일을 찾고 싶었다. 그래야 내 하나뿐인 삶의 주인이 ‘너’가 아니라 ‘나’가 될 것 같았다.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한다는 주위의 시선보다는 내가 하고픈 것들을 함으로써 행복을 찾을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되고 싶었다. 열 마디 말보다 중요한 건 한번이라도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아닐까? 아이들에게 있어서 그 대상이 내가 되고 싶었다. 공부? 못해도 좋다. 운동? 마찬가지이다. 단순히 그런 획일화된 잣대로 내가 가르칠 아이들을 판단하고 싶지 않다. 아이들을 즐겁게 하고 싶다.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허무맹랑해 보이는 얘기일지 몰라도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행복 아닌가? 학교라는 공간이 나에게 있어서 즐거움이었던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학교를 단순히 배우는 곳을 넘어 그 이상이 될 수 있게끔 만들어 주고 싶다.
교사로서의 또 다른 목표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교사가 되는 것이다. 언제나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건 굉장히 즐거운 이야기였다. 수업도 중요하지만 나의 이야기로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또 무언가 삶에 있어서 배워가는 점이 있다면 그것 또한 수업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아직은 이야깃거리들이 부족하지만 차차 책에 글을 쓰듯 늘려나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