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교대에 왔다. 오히려 교대 진학과 초등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부정적인 편이었다. 그렇게 성적에 맞춰 생각 없이 교대에 온 나이고, 사실 지금도 원대한 뜻이나 포부를 품은 건 아니다. 그러나 2년 가까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나는 좋은 교사가 되기 위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보다는 어떤 것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고 배워가고 있다. 또, 좋은 교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과 그에 대한 이유를 나름대로 생각해 보게 되는 것 같다. 나에게는 나이 차이가 꽤 나는 남동생이 하나 있다. 남동생의 초등학생 시절을 보면서 나는 어떤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가장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자리 잡기 시작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란 성차별을 비롯한 여러 가지의 차별을 말하는데, 동생과 대화를 하며 그러한 부분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동생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남자, 여자를 가르고 분홍색 양말은 여자 색이라서 신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굳이 파란색, 남색의 물건을 고집했다. 나는 그런 모습이 매우 안타까웠다. 요즘 사회에서 젠더에 대한 문제가 정말 뜨겁다. 꼭 한 성별에 대한 차별을 떠나서, 여성적인 것, 남성적인 것의 엄격한 구분도 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여자다운 것, 남자다운 것을 이 시기에 아이들은 관념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내가 완벽한 젠더 인식을 아이들에게 심어주기란 어렵겠지만, 적어도 내 언행으로 아이들이 잘못된 구분을 배우지는 않도록, 그리고 더 나아가 편견 없고 차별 없는 사람,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차별을 느낀 또 다른 부분은, 동생이 고학년이 되자 현재 자신이 몇 평 아파트에 사는지, 심지어 부모님의 차가 무엇인지에 대한 대화도 친구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조차도 초등학생 시절을 회상해보면, 반 친구들이 집안 형편이 좋지 못해 무상 우유를 받는 아이들의 명단을 보고는 그 아이들을 무시하고 놀리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아이들의 잘못이 아닌데도 그저 보여 지는 모습 하나로 놀림을 받는 것이다. 물론 그런 학생들 간의 빈부격차는 안타깝지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교실 안에서는 그런 문제로 아이들이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듯 나는 단순한 성별의 차이로 서로를 구분 짓지 않고, 빈부의 격차로 서로를 손가락질 하지 않는 환경에서 아이들이 자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나조차도 그러한 문제에서 자유롭진 않다. 그러므로 앞으로 노력하고 배워나가며 아이들을 훨씬 편견 없고 따뜻하게 가르칠 수 있도록 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요즘 교사가, 가능하다면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