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체육교육과 정유진

미래 교육 2019. 6. 8. 21:11

기억해야 할 것들

체육교육과 20170220 정유진

 

선생님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초등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1학년 7반의 평범한 8살 어린아이였지만 내 짝궁은 평범하지 않았다. 소위 잘 씻지 않고, 말썽만 피워서 친구들이 피하는 왕따였다. 그런 아이를 담임 선생님께서 내 옆에 앉히셨고, 나도 다른 반 친구들처럼 그 아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아이의 기억에 나쁜 친구로 남고 싶지 않았다. 비록 어린 나였지만 소외되는 친구 옆에 있어준 나 자신이 기특하다고 느껴진다.

 

이 사건이 친구가 아닌 선생님에 대한 기억으로 자리 잡은 것은. 1년을 마친 후 담임 선생님께서 나에게 주신 편지 한 통 때문이다. 옆 자리 어려운 친구를 도와줘서 선생님으로서 고마웠다는 장문의 손 편지 한 통이, 고작 8살 어린아이였음에도 마음을 찡하게 했다. 그 날 느낀 나의 감정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고 이후로 내가 친구들을 사귀고, 같은 반에 소외당하는 친구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대부분 그렇듯, 소중하고 좋은 기억을 가져다 준 사람은 그 기억만을 남기고 훌쩍 떠나버린다. 그 해 이후 그 선생님을 다시 만나지 못했지만, 초등교사로서의 앞날에 대한 비전을 그리면서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다.

 

사실 초등교사로서의 미래를 진지하게 그려본지는 그리 얼마 되지 않았다. 대학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년 내내 취업이 힘들다는 이유로 교사라는 직업을 가지도록 강요 아닌 강요를 받았고, 결국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어도 억지로 내려놓게 되었다. 그런 나에게 교사가 된다는 것은 내가 하고 싶던 일을 뺏어간, 어떻게 보면 원망스러운 나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3년째 가끔 떠오르는 슬픈 생각을 외면하며 교사가 되는 과정을 밟아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진지하게 내가 교사가 되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얼마 남지 않은 임용고시 때문일까, 사실 이제라도 다른 대학에 입학해서 원래 하고자 했던 일을 해볼까 하는 마음도 숨길 수 없다. 교사가 되기가 코앞인 이 시점에서, ‘해보지 않고 후회하는 것 보다, 해 보고 후회하는 것이 더 낫다라는 말이 내 발목을 자꾸만 붙잡는다.

 

나의 초등교사로서의 비전을 써야하는 이 비밀스럽고도 공개적인 공간에 처음으로 솔직한 내 마음을 드러내게 된 것은, 어떻게 보면 미래에 내가 초등교사로서 일을 하고 있을지는 불분명하지만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원래 내가 가졌던 큰 꿈을 잊지 않길, 그리고 그 꿈을 포기했다고 생각하지 말고 선생님이 되었다면 더 멋지고 후회 없는 삶을 살길 바라기 때문이다.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씩 이룰 수 없는, 이루지 못한 꿈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 꿈이 조금 더 실현 가능하고, 실현할 뻔 했지만 내 스스로 놓아버렸다는 사실 때문에 미련이 큰 것 같다. 내가 지금 교사가 되어가는 길을 걸어가고 있지만 다시 뒤돌아가지 않는 것에는 그 미련을 이길 수 있는 뭔가가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한 사람의 마음속에 어쩌면 평생 잊을 수 없는 인물이 될 수 있는 것, 그것이 교사라는 직업의 매력인 것 같다. 서두에서 말했던 초등학교 1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과의 기억은 인간관계에 있어서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심지어 좋은 친구관계와 평판(?)을 가진 사람으로 나를 성장하게끔 했던 좋은 예시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담임 선생님처럼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을 가진 선생님도 있다. 내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을 들춰내고 싶지 않으니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으나,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교사라는 직업은 나 자신의 성취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커다란 영향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근본적인 나의 꿈은 세상의 많은 힘든 사람들이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교사라는 직업은 그런 힘든 사람들을 위해 사회 제도를 바꿀 수도,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어렵지만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마음의 눈을 달아 줄 수 있는 것 같다. 지금의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꿈꾸는 것도, 학창시절 선생님이 주신 작은 감동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에게 가장 필요한 나의 비전은 바로 교사의 가치를 잊지 않는 선생님이 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선생님으로서 어떤 일을 해나갈지는 모두 이 마음가짐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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