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 선언

초등교육과 김서율

미래 교육 2019. 6. 9. 16:47

교대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누군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교사라는 직업을 동경해 차분히 준비하여 교대에 입학했고, 또 다른 사람은 인생에서 단 한 번도 교사라는 길을 계획해 본 적이 없었다. 이들은 직업적 안정성, 주위의 추천, 수능 성적, 워라밸 등의 이유로 교대로 흘러 들어왔다. 고백하자면 나는 철저하게 후자의 사람이다. 아마 참교사라는 타이틀과는 평생 인연이 없을 것이다.


교사를 꿈꿔왔다는 이들은 대개 12년의 학창시절동안 은사님을 한 분쯤 만나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러나 내 기억 속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선생님은 전날 책가방을 그대로 들고 왔다고 종례 시간까지 매 쉬는 시간마다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린 사람이었다. 교과서 한 권당 두 대씩, 여기에 알림장에 부모님 사인도 받아오지 않았으니 두 대를 더 맞아야 했다. 어떤 교과는 두 권의 교과서를 준비해야 했고 그 날은 6교시까지 있던 날이었으므로 총 열 네 대를 맞았다. 수업 시작 전에 손바닥을 맞으면 수업 시간 내내 아픈 손바닥을 부여잡고 있다가, 수업이 끝나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가서 울면서 찬물에 손바닥을 담그고 있었다. 그 날 하루보다 수업 시간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무서웠던 적이 없었다.


이 일로 교사가 학생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학교에 대한 믿음을 무너뜨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교사는 단 1년 동안 학생을 만날 뿐이지만, 학생의 기억은 평생 동안 내면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남는 것이다. 이 기억은 나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 나도 상처 받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게 했다.


전환점이 된 것은 1학년 교생의 경험이었다. 과거에 겪었던 일은 불가항력이기 때문에 교대에 들어온 이상 어떻게든 첫 번째 실습을 잘 해내고 싶었다. 교생 첫 날은 눈 딱 감고 아이들에게 말 한 번이라도 더 붙였고, 두 번째 날은 나를 잡고 사방팔방으로 이끄는 아이들에게 끌려 다니며 정신없이 보냈다. 세 번째 날에는 방과 후 수업을 참관하며 피아노를 열심히 두들겨(?) 대는 반 아이의 음악이 감미로운 척 착한 거짓말도 쳤다. ‘끝까지 안 되면 자퇴해야지, .’ 하고 최악을 상상하며 지레 겁먹은 채로 교생을 시작했지만, 현실의 아이들은 내 두려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와 주었다. 고작 1주일동안 아이들과의 만남이 무서웠던 나는 어느새 교생 마지막 날에 쌤 가지 말라고 눈물을 떨구는 아이를 안아 달래주고 있었다. 그렇게까지 겁먹지 않아도 괜찮았어, 하고 아이들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사실 좋은 것도 한 때였고 2학년을 지나면서 다시 초등학교와 교사에 대한 회의가 들기도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아이들과의 인격적인 대면을 회피하는 교사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나와 함께 하는 지금도, 나와 헤어진 후의 미래도 조금이나마 더 행복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조금씩 생겨났다. 사람다운 교사가 되어서 내 과거와는 달리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언제나 너를 믿는다고 진심을 다해 한 마디를 건네주고 싶어졌다. 아이들 앞에서 넉넉히 웃는 것을 주저하고 싶지는 않았다.


한편으로는, 교사와 학생 간의 인격적 관계가 학교라는 수면 위에서 여유롭게 이루어지려면 그 밑에서는 교사가 치열하게 연구하고, 경험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어느 것도 이론과 경험 중 하나의 팔만으로 박수를 칠 수는 없겠지만, 수업과 사제관계는 더욱 두 요소의 만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발달 특성을 익히고, 수업 방법을 고민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갖추었으면 하는 덕목을 내가 먼저 갖출 수 있도록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 교사가 그 반을 맡은 1년 동안 아이들은 교사의 거울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기를 원한다면 나부터 내 행동을 반추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은 문장보다 훨씬 거친 길일지 모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 교사의 길을 담담히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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